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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대구문화예술진흥원? 30년 전으로 회귀? 

'피사의 사탑' 바로 세우라는데 침묵하면 잃는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한국 오페라의 성공 모델를 만들어 온 대구오페라하우스 

 

새 술 새 부대만 찾다 날 세서는 안될 기형적인 문화계 구조  

 

‘새 술은 새 부대에’ 란 말이 있다. 낡은 부대에 새 술을 담아서는 맛을 버린다는 뜻이다, 그래서일까? 선거로 자리를 꿰찬 단체장들이 하나같이 과거와 결별 선언을 한다. 전임자의 좋은 것조차 흔적 지우기에 집중한다. 그래서 우리는 숙성이 안되는 문화다. 

 

모래톱에 퇴적물이 쌓이는 대신 반짝 상품들이 즐비한 동네 가게를 보는 듯하다. 임기 2년 혹은 3년제로 어떻게 문화가 숙성하고, 열매까지 맺을까? 임기 내에 꽃을 피워야 하니 속성 재배이거나 일회용 장식품이 판을 치는 이유다. 이런 현상은 임기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천편일률을 양산해 내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은 이렇게 하지 않는다. 프랑스나 이태리에서는 한 예술감독이 20년 넘게 하는 경우도. 있지 않은가. 예술의 위치나 권위가 행정을 훨씬 뛰어 넘어서 있다. 언감생심, 대힌민국의 K컬처 개인의 독창성은 세계가 인정했지만 공공에 의한 예술은 제자리걸음이다. 

 

지금 전쟁을 일으키고는 있지만 러시아에서는 예술총감독이 장관을 부르면 득달같이 달려온다고 하지 않는가. 예술이 공장 시스템이나 행정의 하대(下代)에 있는 것을 극복하지 못하면 한계가 있다. 바로 우리가 그 지점에 서 있는데, 대구에서 행정의 칼이 번쩍이는 것을 보는 듯 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해, 일성(一聲)이 빚을 갚아서  튼튼한 자력의 도시를 만들겠다는 포부다. 빚을 두고서는 누구도 희망이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근본을 치유하려는 것이니 적극 찬성이다. 

 

문화는 퇴적물~  토론, 논쟁없는 일사천리는 천리마가 아니다 

 

그러나 융복합 시대에 통합 시스템 관리가 예술 장르 간의 시너지 효과를 불러올지, 예산도 절감하고 예술도 살리는 두 마리 토끼 잡기가 될지, 누구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기관장이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뀐다면 어느 장단에 맞춰 춤을 출 것인가. 일사천리로 밀어붙이고 있는 조직개편이 가져올 후유증을 생각해야 한다. 행정이 힘 있다고 그 잣대로 예술을 마음대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박희준 대구시 문화 체육 관광국장은 "장르 간 융복합으로 대구문화 예술 제2의 르네상스 시대를 견인하고, 문화와 관광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로 글로벌 문화콘텐츠 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며 "대구시 소관의 문화시설과 예술단이 진흥원으로 이전되면서, 유연성과 창의성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문을 보았다.   


‘문화예술진흥원’은 과거의 철지난 네이밍 (1973년 ~ 2005년) 

 

그러나 소식을 접하며 의아한 것이 ‘대구문화예술진흥원’이란 네이밍이다. 그러니까 30년 전에 있던 ‘한국문화예술진흥원 (1973년 3월 30일~ 2005년 8월 26일)’을 떠 올린다. 솔직히 ‘진흥’이란 단어가 70~80년대 사용하던 것이다. 요즈음 아파트에 ‘맨션’이란 말을 쓰지 않는 것과 같다. 쓰고 버린 네이밍을 주워서 사용(?) 한다. 글씨체로 말하면 궁서체여서 카톡 세대들이 보면 ‘꼰대’에 해당하는 것이다. 대구 마인드가 이 정도인가?


대구문화 예술진흥원이 ▷기획경영본부 ▷문화본부 ▷관광본부 ▷오페라하우스 ▷대구미술관 ▷문화 예술 회관 ▷콘서트 하우스 ▷시립 박물관 등 8개 부서로 아우라는 구성이다. 각 기관의 대표는 그대로 둔다고 해도 이번 통합이 효율성을 떨어트릴 요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유연성과 창의성이 더 살아날 것이란 논리에는 선뜻 수긍이 어렵다. 오히려 방만 경영이 될 우려가 남는다. 간섭이 잣으면 자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대구시민회관에서 콘서트하우스로 네이밍을 바꿔 현대화했다 

 

‘피사의 사탑’ 바로 세우라는 군주의 명령에 침묵하면 잃는다 

 

최근엔 정국이 어수선하다 보니 기관장이 법인 카드도 안 쓰고, 일을 벌이지 않고, 회식조차 절제하는 등 몸 사라기 형 관리자만 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대구시의 개편안에 예술가들이 제대로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는 현상은 바로 침묵에서 무너지는 보이지 않는 손실이다. 지난 30년간 대구는 정말 열심히 달려오지 않았겠는가. 뮤지컬, 오페라를 성공적으로 텃밭을 일궈내 국립보다 낫다는 평가를 보인 오페라하우스다. 관객 개발이 된 유일한 도시로 벤치마킹 대상일 정도다. 이런 대구가 ‘피사의 사탑’을 바로 세우라는 군주의 명령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기(氣) 죽은 대구라면, 대구 예술이 어디로 갈 것인지 걱정이다.

 

다 좋지만, 교육부 5세 입학이나 외고 폐지처럼 충분한 토론 없이 졸속 진행되는 행정의 밀어붙이기는 예술에 옳지 않다. 시끄럽게 떠들 판부터 대구시가 내놓아야 한다. 자칫 공든 탑이 무너질 수 있다는 선례를 보이지 않았으면 한다. ‘문화진흥원’ 간판부터가 뭔가 냄새가 콤콤하다. 예술은 행정이 아니고 경영도 아니다. 예술은 예술일 뿐이다. 모르면서 아는 척하다가 낭패를 봐선 안된다. 빚 갚으려다 더 큰 빚을 예술이 안을 수 있다. 대구 예술인들은  발 뻗고 주무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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