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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수술대에, 정부 ‘파티는 끝났다’며 고강도 혁신 추진

대구 문화기관장 일괄 사태에 일부 반발도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대구오페라하우스 photo: KClassic 

 

대구시 산하 공공기관 18개에서 10개로 통폐합하는 구조 개혁안 추진 중

 

대구 문화계가 혁신적 구조조정에 초긴장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취임 초기부터 밀어 부치고 있는 공공기관 조직 통합 작업이 암초를 만났다. 일부 공공기관 대표들이 사퇴를 거부하며 반발하고 있고, 대구시 의회도 홍 시장의 통폐합 추진에 속도 조절을 당부하며 조직 통합에 제동을 걸었다. 대구시는 산하 공공기관을 18개에서 10개로 통폐합하는 구조 개혁안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이미 대구 콘서트 하우스, 오페라하우스 등을 비롯한 기관장들이 일괄 사표를 내거나 면직을 받았다. 이철우 관장은 “근본적으로 대구 클래식 음악의 위상이 이렇게 실추되는 무리한 조직개편에 음악인의 1인으로서 찬성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다만 “본인이 행정직을 맡은 공직자이니까 행정적 처분에 대해서는 수용한다”면서도 “사직원은 절대로 제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가 강제로 해임처분을 내리면 따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자리를 지키겠다는 것이다. 결국 22일 면직했다. 

 

이철우 관장 반발 사퇴서 제출 거부, 지난 22일 면직 처리 

 

그 이유에 대하 이 관장은 “대구 콘서트 하우스가 대구문화예술회관의 하부기관으로 편제되는 상황이 대구음악의 역사적·세계적 상징성을 지닌 대구 콘서트 하우스의 권위가 격하되는 전문성이 고려되지 않은 결정이라 판단해 조직개편을 인정하는 사직원의 서명은 음악인의 양심상 허락지 않아 거부한다"라고 밝혔었다. 

 

어느 도시에서 보다 지난 30년간 문화 생태계를 잘 구축해 왔다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구가 밀어 붙이 지기 식 행정주도 개편으로 자칫 ‘문화를 30년 후퇴시키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마저 들린다. 물론 방만 경영이 있다면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충분히 인정되지만 이처럼 전문성을 무시하고 경제논리만 졸속 강행한다면, 공든 탑이 무너지는 소탐대실의 우가 얼마든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는 대구 콘서트 하우스, 대구문화예술회관, 대구문화 재단, 대구관광재단,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미술관 등 6개 기관을 새로 설립되는 대구문화 예술 

                                                                                          이철우 전 관장 

 

진흥원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이들을 총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이라 한다. 대구문화 재단 이승익 대표, 대구오페라하우스 박힌 건 대표, 대구관광재단 대표 박상철 대표 등 3명은 11일 공동 입장문을 내고 “민선 8기 홍준표 대구시장이 추진하는 개혁 정책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 남은 임기와 무관하게 대표직을 내려놓기로 했다"라고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정치에서나 보았던 시장과 임기를 같이하는 방식이 문화에까지 불통이 튀어 극도의 어수선한 분위기다. 정부에서도 연내에 공공기관 70여 개의 기관장이 바뀔 전망이다. 특히 이전 정부에서 임명된 '캠코더(캠프 출신·코드인사·더불어민주당 소속)' 기관장의 자진 사퇴 사례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대구시의 해당자들은 시장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급하게 추진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며, 통폐합을 위한 통폐합이 아니라 독립기관으로서의 향후 발전 가능성 등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더욱 꼼꼼하게 추진해 달라"라고 당부했다.

 

앞으로 중앙의 문화 쪽에서도 한국 문화 예술교육 진흥원이 공석 중이고 비는 자리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있다· 준정부기관 중에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기타 공공기관 중에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연내에 종료된다. 

 

예술단체는 안전지대인가? 

 

정부의 고강도 혁신이 일파만파 파장을 예고하고 있어서 예술기관뿐만 아니라 예술 단체에도 불똥이 튈 여지가 남아 있다. 전국의 합창단, 오케스트라의 방만 운영 역시 도마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다. 예술자원이 턱없이 부족했던 30~40년 전의 낡은 제도가  과연 지금 맞느냐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K아티스트의 우수한 인재들이 사실상의 진로가 막힌 상황에서 어떤 개편의 바람이 불지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그러니까 기득권 예술이 최선을 하지 않고서도 평생 일자라가 되고, 거꾸로 능력이 출중한 콩쿠르 우승자들은 자리를 얻지 못해 타 직종의 일로 연명해야 한다면 예술은 도태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래서 경쟁력있는 예술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아무튼 유비무환의 자세로  문화계가 무지한 정치와 밀어 붙이기식 행정에 의해  휘둘리지 않도록 방어가 필요하다.  무관심과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지 않겠는가.   

 

그 어느 때 보다 힘든 때에 문화로 국민들이 어려운 시국을 이겨내는 원천이 되고 치료제가 될 수 있도록  대응 논리 개발에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구콘서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