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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억 들여 지은 노르웨이 국립박물관 오픈

K-Classic News 이백화 기자 |

 

       노르웨이 오슬로의 국립박물관. 사진: Børre Høstland/The Nasjonalmuseet of Norway

 에드바르 뭉크의 대표작을 비롯한 노르웨이의 주요 예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국립 박물관의 건물이 6월 11일 문을 열었습니다! 무려 4개의 국립 기관을 합친 건축물로, 북유럽에서는 가장 큰 박물관이고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유명한 라익스박물관보다도 크다고 하네요. 가까이 가면 전체 건물을 한 눈에 보기도 어려울 정도라고 하는데요. 어떤 것을 볼 수 있을까요?  
뭉크의 어떤 작품들이 소장되어 있나요?

 

다리 위의 소녀들(1901). 사진: Nasjonalmuseet/Høstland, Børre

 

절규(1893): 어쩌면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 중 하나일 '절규'는 회화 2점과 파스텔 2점이 알려져 있는데요. 그 중 가장 먼저 그려진 버전이자 가장 유명한 작품이 바로 노르웨이 국립박물관에 있습니다. 작년에 이 그림 속에 '미친 사람이나 그릴 그림'이라고 적힌 글귀가 뭉크의 친필임이 밝혀져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다리 위의 소녀들(1901): 앞으로 쏟아질 것 같은 다리의 급경사가 돋보이는 그림입니다. 뭉크는 불안감을 자아내기 위해 이러한 구도를 즐겨 사용했습니다.

 

아픈 아이(1885-1886): 작년 '그림이 있는 하루'에서도 소개한 작품인데요. 뭉크가 병으로 떠난 누이를 생각하며 평생 반복해 그린 그림이랍니다. 비교적 초기 작품으로, 좀 더 사실적이고 자세한 묘사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밖에 마돈나(1894), 담배를 든 자화상(1895), 멜랑콜리(1892) 등 18점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뭉크 갤러리'가 박물관에 마련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그렇게 크게 만들었을까요?
4개 기관을 하나로: 노르웨이 국립미술관, 현대미술관, 건축미술관, 공예박물관을 한 자리에 모은 것이 바로 국립박물관입니다. 그러다보니 규모가 이렇게 클 수밖에 없었다고 하고요.

 

전시장만 100개 가까이: 그만큼 고대 조각상부터 노르웨이의 일상 디자인 제품들과 왕실 패션까지 어마어마한 컬렉션을 전시하기 때문에 갤러리만 100개 가까이 된다고 합니다. 

한 자리에서 소장품 관리: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소장품 약 40만 점을 보관할 수 있는 규모의 수장고와 보존실, 사진 스튜디오를 갖췄다는 점인데요. 이 덕분에 최근 뭉크를 비롯한 이곳 소장품에 관련된 흥미로운 뉴스들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수백년 동안 사용할 박물관: 또 기사들을 찾아보니 이 박물관은 '수백년 동안' 사용하기 위해 내구성이 좋은 자재를 쓰고, 비슷한 규모의 다른 건물에 비해 탄소배출이 절반 수준이 되도록 지었다고 합니다. 박물관을 짓기로 한 것이 2003-2005년이고, 2008년 부지를 정하고 2009년 건축 공모가 이뤄졌으며, 2014년부터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고 해요. 이런 촘촘한 계획성은 배울만한 것 같습니다!

 

관광산업에 투자: 노르웨이는 석유 산업으로 돈을 벌고 있지만, 화석 연료 사용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대적 변화에 맞춰 '여행 산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박물관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다고 합니다. 우선 개관 첫 해에 100만 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합니다.

 

미술관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여기서 제 경험담 하나, 이야기 해드릴게요. 문화 산업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계신 어느 사업가를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답니다. 그런데 그 분이 "전시 보는 것을 좋아한다"며 "아트바젤 홍콩에 자주 간다"고 말하시는 걸 듣고 조금 놀란 경험이 있습니다.

 

제가 놀란 이유는요. 아트 바젤 홍콩은 전시가 아니라, 그림을 팔기 위한 갤러리들이 모여서 부스를 차리는 일종의 '산업 박람회' 같은 것이거든요. 미술계에서는 이것을 '아트페어'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 분 뿐 아니라 갤러리와 미술관의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을 꽤 많이 보았습니다. 문화쪽에서 일을 하고 계심에도... 그래서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었는데요.

 

간단히 말해 갤러리는 '그림을 파는 곳', 미술관(주로 공공)은 '후대에 남길 가치가 있는 작품을 소장, 관리하고 공공을 위한 기획 전시를 선보이는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이런 이유에서 미술관은 그림을 팔지 않습니다).

 

갤러리는 상업성이 두드러지고, 미술관은 공공성에 중요성을 둡니다. 이 때문에 많은 작가들은 미술관 전시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작품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느 정도 인정 받는 것이기 때문이죠.. 사실 한국에서는 이런 미술관의 공적인 역할이 정립된지 얼마 되지 않았답니다. 이 때문에 갤러리와 미술관의 차이를 잘 알 수 없기도 했는데요. 과거 인터뷰에서 놀란 경험을 한 뒤로 저는 꼭 해외에 전시를 보러 간다고 하시거나, 눈을 키우고 싶다는 분들에게 '상업 갤러리 전시를 보기 전에 미술관 전시부터 꼭 보세요!'라고 말씀드린답니다. 

 

독자 여러분도 지금 어떤 작가가 미술사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는지 궁금하시다면, 전세계 유명 미술관들의 기획 전시를 한 번 훑어보세요. 웹사이트에도 정보가 잘 나와있으니, 가장 빨리 확인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