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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발효(醱酵), 맛의 원초적 본능을 향한 질주

심하게 길을 잃고 있는 한국의 맛, 복원 시스템 확대해야

K-Classic News 탁계석 K클래식 회장 |

 

이미란의 발효학교에서 장을 담그고 있는 모습 

 

맛의 지배력 확장은 무기보다 무섭다 

 

먹지 않고 사는 사람은 없다. 인간의 본능 중 첫째다.  그  본능의 변주곡이 요리다.  요리는 맛이다. 세계마다, 나라마다, 지역마다, 집마다 다르다. 그럼에도 맛은 공통 요소가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 자기 입맛이다. 세상에서 엄마가 해준 것이 제일 맛있다고 하지 않는가. 맛의 첫 경험 때문이다.  누구라도 맛은 비슷하지만 성향이 다른 경우도 있다.  

 

그러나 맛의 기억력,  호소력, 지배력, 확장력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한다. 맛이 문화요, 음식이 신분을 가르기도  한다. 이 맛의 원리, 맛의 비법에서 한국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우리 맛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K푸드 세상이 온 것이다.  

 

누구라도  여행을 가면  맛집부터 찾는다. 금강산도 식후경, 여행의 즐거움에 음식을 빼 놓을수 있을까?  평생 한번도 먹어 보지 않은 남의 것을 먹고 싶은 욕구,  특산물,  최고 요리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이태리에서 피자와 스파게티를 먹고, 거꾸로 프랑스인이 한국에 오면 불고기와 김치, 된장을 먹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우리 음식이 세계인들에게 각광받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지난 이명박 정부시절 한식 세계화를 위해 뉴욕에 큰 식당을 차렸지만, 그때는  한국 음식에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설상가상, 정부가 주도하다 보니  형식적,  전시에 그쳐 이내 접고 말았다.  무엇이든 규모로 가면 그 취지나 본질에서 원형을 잃기 쉽다는  예산 낭비의 교훈을 주었다. 

 

이어서 이탈리아에서 한식 엑스포가 열렸다. 그러나 요즈음은 현지 한국 식당을 찾아 맛을  즐기는 상황으로 바뀌었다. 한식 세계화에 물꼬가 터진 것이다. 길게 줄을 서는 뉴스를  접하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K팝, BTS 등의 홍보 효과다. 동시에 K콘텐츠 전반의 드라마, 영화, 전통, 무용 등이 나가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상호 시너지를 불러 오고 있다. 

 

K클래식과의 궁합으로 한국의 맛 끝장을 

 

여기서 우리 맛의 진실, 맛의 본성을 파악케 하는 것이 발효다. 장인들이 그 발효의 비밀을 전수받고 연구 발전시키면서 발효가 과학적으로 증명이 된 것이다. 세계 시장의 입맛이 K푸드란 이름으로  우리 손에 잡히고 있다. 세계의 식탁을 훔칠수 있다면 이건 인류 문명과 역사를 바꾸는 일이다. 지난번 오바마 대통령 부인이 김치를 담그는 것이 세계에 타전되었을 때, 김치는 참으로 영광이 아니었는가. 

 

 필자 역시  20년 전에  발효의 중요성을 깊이 생각해 음식 노래 시리즈를 처음으로 만들어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바 있다. 한식 세계화에 음악 장르가 참여한 것이다.  된장, 간장, 불고기, 김치 등의 노래를 만들어 성악가, 합창단들이 부르면서 이후에 음식 노래가 200종 넘게 쏱아진 것 같다.  이래 저래 때가 왔으니 우리 음식과 우리 K클래식이 궁합을 맞춰가야 할 때다. 휘영청 달밤에 멍석 펴놓고 마시는 막걸리에 김치와 파전, 여기에 판소리의 얼쑤~ 장단이 함께 춤을 출때 우리 맛이, 우리의 조상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깊이 감사하게 된다. 

 

선보인 이미란 발효학교의 버스데이 

 

우리 맛 한식이  때를 만났다.

 

어제 8월 15일,  K클래식 태동 제2기 출범식에서 한 상 푸짐한 잔치를  베풀어 준 이미란의 발효 교실에서 잊고 있었던 맛을 다시 찾았다.  요즈음은 세계화와 달리 안에서는 국적 잃은 조미료에 우리 맛의 원형을 모르는 연변 동포 식당화(?)로  맛이 길을 잃어 버렸다. 이처럼 실종되는 세태에 만난 맛의 원형은 영감을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경제가 아무리 중요해도 본질을 망가트리면서까지 돈에 취하는 현실을 방치할 수는 없다.  그러나 혼자의 힘으론 안되기에, 서로 힘을 보태 소중한 우리 맛을 지켜야 한다. 

 

그렇다.  맛이야말로  가장 강력한 소통 수단이고, 입 안의 국제 언어다. 맛이 최고의 홍보대사다. 그 맛의 기억을 소환해야 한다. 특히 요즈음의 청소년 세대는 우리 것의 김치도 된장도 멀리한다. 건강을 헤치는 페스트푸드와 아예 조리를 하지 않고 편의점 식당(?)을 이용한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어제 음식을 접하고 잠을 잔 뒤에는 건강 신호가 감지되었다. 역시 발효 음식이란 신뢰를 갖게 했다. 

 

이처럼 맛과 소리의 공통점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그러나 좋은 소리 좋은 음악을 듣고 나면 여운이 오래간다.  흥이나서 엉덩이를 흔드는 것은 좋지만, 이건 발산 효과뿐이다. 나이가 들고 신분이 나아지면 품격과 멋을 알아야 한다. 멋과 맛을 모르고 싸구려로 산다면 인생 낭비다. 한번 살다가는 인생을 그렇게 써버리기 보다는 돈보다 문화 예술에 취하는 신상류층이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맛을 보면서 깨달았다. 

 

소리도 결국 맛인 까닭이다. 부드럽고 달콤한 발라드, 짙고 강한 락과 째즈,  우이한 클래식, 전통과 현대를 버무린 K클래식, 어찌해서든 맛으로 사로잡아야 한다.  맛을 찾는 욕망. 그 욕망에 불을 당기는 발효!  우리네 인생도 발효가 잘 되어야 숙성한 맛을 내겠구나. '발효와 부패는 한끗 차이'.란다. 이미란 발효 학교 교장의 일성이다.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한다. 

 

 

 

 

<이미란 발효 교실>  

발효는 자연이 준 최고의 선물입니다. 발효란 나노미터의 크기의 미생물들이 만들어낸 업적입니다. 그렇게 작디작은 유익균들이 우리 몸에 좋은 요소들을 만들어 낸다니 놀라운 일이죠. 좋은 물과 공기 그리고 자연환경이 어우러져야 비로소 김치, 막걸리 같은 우리가 아는 발효 식품들을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발효와 부패는 한 끗 차이 입니다. 결코 만만히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죠. 이미란의 발효 학교에서는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최고의 발효 식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핵심 목적은 연구, 집필, 제조 과정의 전수, 체험을 통해 사라져 가는 우리 전통 발효 식품을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 것 입니다. 그러한 여정을 여러분과 함께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