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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양평 아트로드포럼 기금 마련 특별전 '수장고를 열다'

예술 텃밭 가꾸는 땀의 톼비 만들기 작업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땀의 퇴비는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열매도 달다 

 

'물 맑은 도시 양평'은 오랫동안 양평의 브랜드 이미지였다. 한강의 식수원이기도 하기에 환경을 중시했다.  그러나 양평은 문화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그 어느 도시에 보다 화가가 많은 작가촌이기 때문이다. 정확한 통계를 모르겠으나 그 수가 500인이 넘는다고 한다. 

 

작가의 특성상 개인 작업을 하기에, 비싼 임대료의 작업실 등을 감안하면  서울보다는 양평이 백번 나은 것을 말해서 뭣하겠는가. 문제는 그림 생산은 왕성한데 판로가 문제다. 여러 SNS 소셜 환경의 변화로 백화점이나 마트가 사라지는 상황에서 모든 게 상황이 녹녹치 않다.  때문에 인사동이 인사동이 아니고, 이같은 상황은 강남도 예외가 아니다. 

 

'수장고를 열다'. 바로 직화 화법으로 시장 마켓을 열고, 축제처럼 즐기면서 미술 시장을 들썩여 보겠다는 주최자의 의지가 확 전해져 온다. 창립 1년차 양평아트로드포럼이 팔을 걷고 나선 것이다.  땅이 더 딱딱하게 굳기 전에 호미를 들고 흙을 쪼으며, '내 텃밭은 내가 가꾸어야 한다'는  생각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가 자생의 동력을 마련하겠다고 하니 힘찬 출발의 힘이다. 

 

그렇다. 군의 기금 지원이란 '비료'보다 땀이란 '퇴비'를 뿌리겠다는 뜻이다. 비료를 뿌리면 일시적으론 성장이 빠르긴 하겠지만 열매가 맛이 없고, 늘 주는 것이 아니기에 가뭄이 들면 그대로 말라비틀어져 버린다. 따라서 뿌리를 튼튼하게 하고, 병충해에 시달리지 않기 위해서는 힘들어도 제 몸의 육체에서 나오는 퇴비의 땀을 뿌려야 토양도 좋아지고 열매도 튼실하다. 필자도 양평 단월서 20년 동안 텃밭을 가꾸어 본 경험이 있어서 안다. (ㅎㅎ~)

 

물론 미술관이 주최가 되어 마켓을 한 경우가 없지 않겠으나 화가들이 그다지 많이 참여하지 않은 한계가 있었다. 이번 아트로드 포럼은 순수 예술가에 의한 예술가를 위한 그리고 시민을 위한  작업이란 점에서 패러다임의 변화다.  문화의 새 깃발을 꼽는 것의 의미가 담겨져 있다.  그 깃발은 바로 정신이고 작가 정신이다. 양평이 문화도시가 되려면 바로 예술가들이 앞장 서야 한다.  눈치보고 사정 보고 할 시간이 없는 것 같다. 정국은 초유의 미궁속으로 빠져들고 백성들은  황당한 상황들을 목격하면서 마음이 공허하다. 

 

각종 규칙과 법규에 얽매이는 지원금 신청을 털어 버리고 미술 소비 직판장을 연 것은  농협보다 더 대단한 일이다. 물론 모든 시작이 그러하지만 처음엔 관망 하고, 눈치도 보고, 어찌되나 살피는  조심스러운 작가들이 많겠지만, 시간은 그 담을 허물어 트린다. 그리해서 외국의 어느 도시 부럽지 않은 미술 마켓으로 도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선 작가층이 두텁고,  도심 갤러리와 비교할 수 없는 탁트인 강과 카포레 미술관의 멋진 풍광이 최적의 조건이다. 뎅뎅이와 함께 와도 좋은 것은 젊은층을 끌어 당기는 호재다.  

 

그림을 안보는 사람이 그림을 보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한낮에도 맛집처럼 줄을 서는 스페인, 프랑스, 러시아 등의 전시장에 비하면 5/100 수준에 불과하다 할지 모르나 첫걸음을 뗀 것이나 가속이 붙을 것이다.  우리가 한 걸음씩 마음을 열고, 우리가 사는 동네를 가꾸고 다듬어 행복을 누린다면 머지않아 정착될 것이다. 

 

그림은 소유에서 눈이 열린다 

 

공짜로 그림을 보는 것도 좋지만 그림은 소유할 때 본격적으로 눈이 열린다.  이같은 투자를 하지 않으면 그림은 스쳐 지나는 그림이고 만다.  영어를 배울 때 이것 저것 하기 보다 하나를 집중해야 뜷리듯 그림도 사면 하나에 중독이 되면서 눈이 열리고 음악 매니아가 또한 그러하다. 

 

'소유냐 존재냐?' 란 특강을 하고 있는 서진수 미술시장 연구소의 강의는 그래서 설득력이 넘친다. 아무쪼록 화가의 도시 양평이 그림으로 고호못지 않은 유명세를  타는 시티가 되기를 바란다.  '안경은 바꿀수 있어도 쉽게 안목은 바꿀수 없다'는 말이 있지만, 그래서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줘여 하고, 손자에게 그림 선물을 하는 세련된 할아버지, 할머니도 나와야 한다. 밥사주고 옷사주고 여행비 주는 것 보다 예술을 보는 눈을 길러주는 것이 아이들의 일생을 지배하는 자산이 된다. 때문에 부모가 모르면 문화도 문맹 유전이 된다.  그렇지 않은가. 우리가 물이 맑고 공기 좋은 것, 당연히 중요하지만 공기만 마시고 사는 것은 아니지 않겠는가. 

 

생활 오감으로만 살기엔 100세 인생이 너무 길어, 예술 오감 개발 필요 

 

영혼이 싱싱하게 살아 있고 다양한 색깔의 그림으로 그려질 때 인생은 멋지다. 양평아트로드 기금이 쌓여 소문이 났으면 좋겠다. 한 집 한 그림 걸기 운동이 그래서 필요하다.  생활 오감은 발달했으나 예술 오감이 개발되지 않아 느낄 수 없다면 인생의 반은 놓치는 것은 아닐런지.  바야흐로  동호인 시대가 열리고 있다. 달라진 우리의 시대다. 양평 아트로드가 길을 딲고 있다. 양평 고속도로보다 더 중요한 길이다.  

 

'어떠한 경우든 우리의 마음은 외롭지 않아야 하고,  궁핍하지 않아야 한다는 뜻에서 이 수장고 전시를 열었다'고 말하는 윤현경 아트로드포럼 이사장의 말이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