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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NOTE 1] 머리가 아닌 몸으로 쓰는 창작 시대 열어야죠

K클래식과 동행하는 박인석 지휘자의 메시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지휘자는 작곡가와 청중의 매개자  

 

현장이란 무엇인가? 경험이다. 경험이란 무엇인가? 수많은 시행착오가 쌓인 것이다. 창작자들은 책상에서, 컴퓨터에서 곡을 쓰면서 현장과 유리된 경우가 많다. 오케스트라 안의 구조에 익숙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상상력과 실제의 차이가 상당히 다르게 나타난다. 오케스트라의 내밀한 구조를 현장 만큼 알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악기가 낼 수 없는 음역이나 테크닉으로 불가능한 것들이 나오기도 한다.  이게 키보드에서는 가능하지만 현장에서 뱉어내는 것이다.   

 

그래서 지휘자는 작곡가와 관객의 중간 사이에서 통역자이다. 청중이 먹기 좋게 가시를 발라내고, 모양새 있는 그릇에 담도록 유도해 준다. 이 때 작곡가의 태도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내 악보에 손을 절대 대어서는 안된다는  명령을 내린다.  자존심이 방화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꾸로인 마인드가 열린 작곡가들도 적지 않다.  뭔가를 아는 것과 모른 것의 차이다.  지휘자가 작곡가를 존중하면서 고친 작품들은 그  결과  연주 무대 실제에서 작곡가가 너무 놀라하며 감사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누구나 사람은 자기 카테고리라는 한계가  있다. 당연히 개성이 중요하지만  자기 눈으로 자기를 못보는 , 즉 중이 제 머리 못 깎는 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란 초보이거나 개성이 너무 강한 경우다.  

 

작품에 가시를 발라 먹기 좋게 해줘야죠  

 

 객관성의 확보를 간과한 것이다.  이는 칸타타, 오페라 대본, 가곡의  작시에서도 마찬가지다.  성악의 노래나 호흡을 모르는 최고의 명 시인이 쓴 시는 토씨 하나 고칠 수 없다는  경고장이 붙는다. 한 번은 독도에 관한 공모가 있었는데, 한국시인협회가 추천한 우리나라 대표적인 시인들의 작품으로 10곡 정도의 곡이 나왔다. 하나같이 노랫말로는 부적격해 보였다. 길기도 하거니와  난해했다.  1억원을 넘게 들여 음반까지 만들었으나 결국 1회성 잔치로 끝나고 말았다. 

 

창단 25년을 맞은 메시야필은 한국에서 유일한 창작 전문 오케스트라다. 박인석 지휘자는 '오직 창작'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다루어 왔다. 이 사이에 편견과 왜곡된 시선 탓에 제대로의 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고 심한 박해(?)를  받아왔지만 청중들은 늘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그는 대전에서 활동하지만 강원도 등 경향 각지에서 팬클럽이 형성되어 감동하고 기립 박수를 친다.   

 

재정 확보에 K메세나 나설 터, 마스터피스 창작 시대 열어야  

 

그 과정에서 익힌 창작과 오케스트라, 오케스트라와 관객의 관계에서 깊은 노하우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K클래식과의 방향이 일치했고,   오케스트라 곡이 거의 없는 우리 풍토에서 동행할 파트너로 충분하다는 판단이 들었다.  열악한 재정 환경에서 몸으로 창작음악사를 쓴 것이다. K클래식조직위원회는 K메세나 지원 등을 통해  재정 기반을 만드는 것에 최우선 과제로 두고 풀어가보려고 한다. 

 

우리 작곡가들에게 전용 오케스트라가 필요한데 그 텃밭 역할을 해 온 것이다.  K클래식이 등 뒤의 바람이 되어서라도 우리나라 대표 창작 오케스트라로 뻗어 나갈수 있도록 경험과 비전을 공유할 것을 약속했다.  바야흐로 K콘텐츠 시대다. 우리 것을 싸들고 나가야 하는 때에, 누구나 연주하고 싶은 마스터피스 창작 곡 시대를 열어 보자는 다짐이다. 그 출발이 반이고 완성의 계단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K클래식이 칸타타 9작품으로  합창사를 수 놓았듯이 이제 오케스트라에 정면 승부수를 띄운다!  2024, 청룡의 기상으로 오케스트라의 서막을 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