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음악평론가 |
윤석열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실 합창단 ‘따뜻한 손’과 함께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노래를 부르며 설 명절 대국민 메시지 녹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제공) 2024.02.08.
소리의 꽃밭이 합창이다
꽃을 보고 왜 저렇게 생겼지 하는 사람은 없다. 설령 호박꽃이라 해도 꽃은 아름답다. 꽃은 사람의 마음을 기쁘게 한다. 소리의 꽃이 모여서 꽃밭을 이루는 것이 합창이다. 눈을 흘기거나 상대를 미워하면서 노래할 순 없다. 마음이 반듯해지고 소리 조절의 감각을 익힌다. 큰 소리가 난무하는 세상은 이런 훈련을 받지 못해서 생기는 일종의 소리 조절 장애다. 문화 체험을 못한 비문화권의 사람들이 특히 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메시지, 용산 대통령실 합창단의 '따뜻한 손'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 거죠' 는 설날 최고의 선물이자 국격을 느끼게 한 감동이었다. 가사의 내용 처럼 어께가 무거운 삶에 위로와 용기를 주는 노래다. 순간, 국민들 역시 얼굴이 화음처럼 환해 졌을 것이다. 이같은 합창의 힘이 더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다. 고독감, 소외, 극단적 선택이 늘고, 게임 중독, 반목과 갈등의 사회 치유에 효과와 거친 감정을 녹이는 용광로가 합창이다.
합창의 힘은 예술 장르가운데 감화력이 가장 큰 예술이다
대통령실 합창단의 화음이 신선하고 행복감을 주었다. 대통령의 솔로가 상징하듯 권위주의 시절엔 꿈도 못꾸었을 착상이 아닌가. 앞으로도 저마다 목소리의 꽃을 들고 모이자. 남녀가 모이다 보면 결혼이 늘고, 아이들 손잡고 페밀리합창 대회를 연다면 천문학적인 예산을 쓰고도 효과가 없는 저출산 문제가 풀릴 것이다. 무엇이든 사람의 마음부터 열어야 마음도 얻는다. 합창을 국가의 통합 근간으로 삼는 에스토니아, 한 주에 두번씩 합창하며 프로의 레퍼토리를 거뜬하게 소화하는 독일, 수 만개의 합창단이 있는 일본, 그래서 이제 우리도 산업화 성장 동력이었던 지하 노래방에서 탈출해 밝은 햇살의 합창 강국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면 어떨까?
미적 감수성을 기르면 각종 사회 병들 치유
범죄를 줄이기 위해 경찰관 수를 늘리기 보다 합창 문화를 늘리면 우울증, 소외감, 화합에 최고다. 마음도 건강도 살리면서 비용은 최저다. 유럽의 비엔나 소년합창단은 자그마치 6백년이 넘는다고 하니 이 참에 각계각층의 멤버로 구성되는 상설 대통령실 동호인 합창단은 어떤가? 다툼도 줄고 품격을 익히면 막말의 정치도 점차 힘을 잃을 것이다. 미적 감수성이야 말로 격과 자존심이기에 저급한 것을 물리치는 저항력을 갖는다.
영국, 프랑스, 독일, 에스토니아 등 선진국들이 합창 문화를 중시하는 이유다. 합창이 그 역할을 할수 있다는 자신감과 문화로 소통할 만큼 성장했음을 대통령실 합창이 보여준 멋진 설날 기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