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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현대시 詩 100선] 단단한 고요 - 김선우

A Better Me

꿈은 더 나은 내일을 향해

 

K-Classic News 원종섭  문학평론가 |

 

 

 

 

 

단단한 고요

 

 

김선우

 

 

 

 

 

 

 

 

마른 잎사귀에 도토리알 얼굴 부비는 소리 후두둑 뛰어내려 저마다 멍드는 소리 멍석 위에 나란히 잠든 반들거리는 몸 위로 살짝살짝 늦가을 햇볕 발 디디는 소리 먼 길 날아온 늙은 잠자리 체머리 떠는 소리 맷돌 속에서 껍질 타지며 가슴 동당거리는 소리 사그락사그락고운 뼛가루 저희끼리 소근대며 어루만져 주는 소리 보드랍고 찰진 것들 물속에 가라앉으며 안녕 안녕 가벼운 것들에게 이별 인사하는 소리 아궁이 불 위에서 가슴이 확 열리며 저희끼리 다시 엉기는 소리 식어 가며 단단해지며 서로 핥아 주는 소리

 

도마 위에 다갈빛 도토리묵 한 모

 

모든 소리들이 흘러 들어간 뒤에 비로소 생겨난 저 고요

저토록 시끄러운, 저토록 단단한.

 

 

-2003  김선우,   도화 아래 잠들다,  창작과비평  redfox0579

 

 

 

 

 

 

 

 

 

 

 

 

 

섬세한 반응입니다

 

 

 

저 고요  저토록 시끄러운

 역설

 

 

 

 물렁물렁한 묵

단단한 모습

 

 

 

작고 사소한 것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인간과 반대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감각

 

 

 

시인은 이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상상력입니다

 

 

 

 쉽게 스쳐가는 일상의 작은 의미들을

놓치지 않고 포착하려는 진지한 호기심이나

사물을 꿰뚫어 보는 관찰력

 

 

 

인간 위주로 생각하는 오만함에서도

벗어나야 할 것이라고도 생각하게합니다

 

 

 

사람들은 도토리를 주워 말리고 갈아서

묵을 쑨다고 생각하지만

 

 

반대의 시선에서 보면 자연 혹은 자연물의 복잡한 어울림과

신통한 과정을 통해 이루어낸 결과가 됩니다

 

 

 

 

 

 

이런 섬세함이 있어야

결과만 생각하는 성급함이나

과정을 경시하는

우매함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묵은 물렁물렁하지만

탱탱한 탄력

 

 

그 단단함은

순간순간의 과정이 알차게 뭉쳐진 결과입니다

 

 

 

단단한 고요

 

 

 

시인이 품어내는 삶의 경이로움

오염되지 않은 천연의 감각기관을 가진 

문학의 전방위를 넘나드는 

그녀의 글은 담대하면서도 따뜻합니다

 

 

 

 

생명의 약동과 사랑의 환희를 찬미하는 구절들

언제나 조곤조곤 사람의 마음을 파고드는

신선한 힘을 가졌습니다

 

 

 

 

 

 

 

 

 

 

 

 

 

김선우 金宣佑

 

1970~. 대한민국의 시인.  강원도 강릉에서 태어나 강원대학교 국어교육과를 졸업. 1996년 《창작과비평》겨울호에 시〈대관령 옛길〉등 열 편의 시를 발표하면서 등단. 현재 '시힘' 동인으로 활동. <현대문학상>  〈천상병시상〉등을 수상. 시집 《내 혀가 입 속에 갇혀 있길 거부한다면》 《도화 아래 잠들다》 《내 몸속에 잠든 이 누구신가》 《물 밑에 달이 열릴 때》 《아무것도 안 하는 날》등이 있습니다.

 

 

 

 

 

 

 

김선우 시인의 시는 몸의 언어입니다

몸의 감각이 빚어내

본인도 모르게 낳는 언어입니다

 

 

 

 

 

은밀함을 풍요로움으로 치환시켜

많은 독자와 평론가들이 열렬한 반응을 보냈습니다

 

 

 

시인이 몸으로 빚어낸 상상력

그 속에 응축된 생명력은 어떤 대상과 접속해도

그 본질을 흐리지 않습니다

 

 

 

가녀린 떨림들이 서로의 요람이 되었습니다

구해야 할 것은 모두 안에 있었습니다

 

 

 

옥수수밭을 지나온 바람이

오래 흔들린 풀들의 향기가 지평선을 끌어당기며 그윽해졌습니다

 

 

 

항상 다른 길에 대한 욕망이 남는 우리의 인생

 

 

 

 

 

 

 

 

일상의 감수성을 깨우는 일

 

 

 

 

매일 자기혁명을 하고 있는 거죠

그 와중에도 즐거운 일을 찾아내고

따뜻한 어떤 연대가 주는 행복감

 

 

충만감을 찾아내면서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성숙시키고 키우는 

 

 

 

그렇게 사랑과 우정을 나누고

작은 성취로도 세상을 다 얻은 양 기뻐하고

 

재미있는 일을 이야기하는 순간이 모여서

우리 삶을 찬란하게 하고


이런 가치들을 사소하다고 치부해버리면

행복해지기 정말 어렵죠

 

 

 

 

우리가 살아가는 그 동력은 친구들의 사랑과 우정

우정을 나눌 수 있는 관계를 가꿔야  

 

 

사람에게서 오는 힘

 

 

 

 

진짜 내 편, 창조적인 에너지를 낼 수 있는

내 편을 찾게 되고

 

이미 주어진 관계, 핏줄로 이어진 관계가

정말 아름답게 진화할 수도 있지만

그 관계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든 연배를 아우르고

생각과 감성코드가 맞아서 만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퍼져 나가는 확산, 기쁨

이런 것들이 인생을 충만하게 만드는 데 정말 중요한 것

 

 

 

내 안에   시심  詩心
나를 궁극적으로 자극하는 것을 발견하는 것을 찾아서

 

 

 

 

그녀는 한때  출가를 생각도 했지만

아직 그 모두를 사랑할 자신은 없어서

 

편협한 사랑이 용서되는 시인으로 남기로

 

 

사라질 수목원의 정문 위에 붉은 공기방울을 찍어

비문을 쓰면서

 

 

 

 

 

시인 김선우는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를 살리려는 운동도 가열차게 하였고

 

 

 

어느새 나를 잃어버려가는

우리의 삶과는 반 발짝쯤 비껴난 삶을 사는 사람들의 도시

 

 

자신이 가장 행복할 수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는 곳

 

 

 

시인은

출구가 없을 것 같은 일상에 한줄기 단비 같은 휴식을 

행복할 수 있는 힘과 용기를 선물합니다

 

 

 

 

 

 

 

 

 

 

 

 

 

 

 

 

이  변덕 스러운  세상에서 

 

 

 

당신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뜻밖의 능력자 입니다

 

 

 

 

원종섭   Won  Jong -Sup

시인,  영미시전공 교육학 박사, 대중예술 비평가  

K-Classic News 문화예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