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서울 광화문 인근 더 플라자 호텔. 12일 열린 '2026 art.ness MEDIA DAY' 무대에 선 박일한 하입앤컴퍼니 대표의 메시지는 단순했다. "미술을 투자에서 일상으로 옮기겠다." 그러나 그 한 문장 안에는 한국 미술 시장의 오래된 관성과, 이를 바꾸겠다는 기술 기반 플랫폼의 도전이 동시에 담겨 있었다.
아트 플랫폼 아트니스(art.ness)가 내건 올해의 슬로건은 '스마트한 일상, 미술도 스마트하게'. 기술의 언어로 번역하면 데이터와 시스템, 사용자 경험(UX) 혁신이겠지만, 박 대표가 반복해 강조한 단어는 뜻밖에도 '문화'였다.
"우리가 만드는 건 단순한 거래 플랫폼이 아닙니다. 미술을 소비하는 방식, 나아가 삶의 태도를 바꾸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미술 시장은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여전히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가격은 불투명하고, 작가 정보는 파편화돼 있으며, 첫 구매를 결심하기까지 넘어야 할 심리적 장벽이 높다. 박 대표는 이 지점을 가장 큰 구조적 문제로 짚는다.
"미술에 관심은 있지만 어디서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격은 적정한지, 이 작가가 어떤 맥락에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죠. 결국 첫 구매가 막힙니다."
아트니스가 제시한 해법은 '스마트 컬렉팅 경험'이다. 작품 탐색부터 정보 확인, 구매,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 안에 담겠다는 구상이다.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온라인 마켓플레이스가 아니라, '경험의 설계자'가 되겠다는 선언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은 AI 기반 하이브리드 큐레이션이다. 인공지능이 작품의 주제·재료·색채·이력 등 데이터를 분석해 1차 콘텐츠를 생성하고, 이후 전문 큐레이터가 해석과 맥락을 보완한다. "온라인에서는 작품 설명이 곧 신뢰입니다. AI는 분량과 속도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습니다. 작가는 반복 설명의 부담을 덜고, 컬렉터는 더 풍부한 정보를 얻습니다."
박 대표는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확장한다고 강조했다. 큐레이터의 안목은 유지하되, 플랫폼의 확장성과 접근성을 AI가 뒷받침하는 구조다. 이는 콘텐츠 품질이 곧 경쟁력이 되는 온라인 미술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아트니스는 13일부터 'Master & Trendy' 경매를 시작으로 온라인 옥션을 재개한다. 응찰·낙찰·결제 전 과정을 시스템화해 투명성을 강화했다. "경매는 신뢰 산업입니다. 과정이 명확하지 않으면 시장은 흔들립니다. 우리는 데이터로 신뢰를 만들고 싶습니다."
서울옥션 및 서울옥션블루와의 협력은 플랫폼의 공신력을 보완하는 축이다. 전문가 중심으로 운영되던 경매 문화를 보다 열린 구조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상반기에는 '큐레이터 픽' 서비스가 도입된다. 큐레이터가 직접 선별한 작품을 자신의 브랜드로 소개하는 모델이다. 하반기에는 디지털 뷰잉룸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 작품을 감상하고, 실제 공간에 배치했을 때의 분위기를 미리 체험할 수 있도록 한다.

"작품은 수익률 그래프가 아닙니다. 공간의 공기를 바꾸는 존재입니다. 삶의 질을 높이는 경험이죠." 그의 말에는 미술을 투자 자산으로만 보는 최근 시장 분위기에 대한 거리 두기가 읽힌다. 아트니스는 지난해 12월 기존 '하입앤(hypeN)'에서 현재의 이름으로 리브랜딩했다. 슬로건은 'Live Artfully'. 미술을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의 일부로 만들겠다는 의지다.
현재 플랫폼에는 작가 1,800명, 갤러리 150곳, 컬렉터 2만8,000명이 등록돼 있다. 판매 작품은 약 8,000점. 그러나 실제 구매 경험을 가진 컬렉터는 약 1,000명 수준이다.
"유입은 충분합니다. 이제는 머무는 사용자를 만드는 단계입니다." 이용자층은 30대 MZ세대 비중도 꾸준히 늘고 있다. 여성 비율은 60% 이상이다. 미술을 '투자'가 아닌 '취향'과 '공간 연출'의 수단으로 바라보는 흐름이 반영된 결과다.
아트니스는 미국 아트 플랫폼 Artsy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외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자선 경매를 통해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사회적 가치 활동도 병행한다.

한편 박 대표는 미술 시장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신중하게 답했다. "성장 속도는 느립니다. 매출로 이어지기까지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하지만 결국 온라인 중심 구조로 재편될 것입니다. 우리는 그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플랫폼이라는 단어 대신 '문화'를 다시 꺼냈다. "우리가 원하는 건 클릭 수가 아닙니다. 누군가의 거실 한쪽에 작품이 걸리고, 그 공간이 달라지는 순간입니다. 미술이 삶의 언어가 되는 것, 그게 목표입니다."
기술은 빠르게 진화하지만 취향은 천천히 스며든다. 투자와 유행의 파고를 넘어, 미술을 일상의 감각으로 되돌리려는 시도. 아트니스의 '스마트 컬렉팅'이 한국 미술 시장의 문법을 얼마나 바꿔낼 수 있을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