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BTS를 필두로 한 K-POP의 세계적 성공은 이제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한국문화의 전방위적 확산, 곧 K-콘텐츠의 대전환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류 1.0’이 드라마와 예능, ‘한류 2.0’이 K-POP과 뷰티·푸드였다면, 이제 우리는 ‘한류 3.0’, 즉 고급 예술 콘텐츠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이 흐름의 중심에 바로 K-Classic, K-Opera, K-Arts가 자리 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할 사건은 지난 5월 15일 국립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천생연분》이 스페인 마드리드 모누멘탈 극장에서 콘체르탄테(Concertante) 형식으로 무대에 올라 유럽 관객의 기립 박수를 받은 쾌거이다. 이는 단순한 해외 공연이 아니라, K-오페라가 유럽 오페라계의 본무대에 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강하게 각인시킨 상징적 사건이다.
콘체르탄테 형식의 유효성
현지의 정식 오페라 극장에서 대규모 무대를 올리기 위한 비용과 기술적 어려움을 고려할 때, 콘체르탄테 형식은 진입 장벽을 낮추면서도 음악적 완성도를 보여줄 수 있는 최적의 포맷이다. 무대장치 없이 순수 음악과 연기로 승부하는 이 형식은 오히려 작품성과 음악성을 돋보이게 하며, 작품의 본질적인 감동을 세계 관객에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이번 《천생연분》의 성공은 콘체르탄테 형식이 K-오페라의 글로벌 전략 무기로 유용함을 증명한 셈이다.
K-오페라 본격화 위해 현지 성악가들이 메니저 역할 필요
전 세계의 유수한 극장에서 활동 중인 한국 성악가들은 이미 국제 오페라 시장의 신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대개 서양의 오페라 레퍼토리를 통해 진출해 왔고, 정작 한국 창작오페라에 대한 세계의 인지도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천생연분》처럼 한국적 서사, 한국적 정서, 한국어 가사로 무장한 창작 오페라가, 바로 그들에 의해 유럽 무대에 올려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성악가들이 단순한 출연자가 아닌, 문화 네트워크 메니저이자 코디네이터로서 역할을 수행한다면 K-Opera의 글로벌 진출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이는 단지 문화의 확산을 넘어, 새로운 문화 주권의 수립, 한국 예술의 세계화 기반 구축이라는 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K클래식이 그 플렛폼 역할을 할 것이다.
문화 외교로서의 K-오페라
이러한 흐름에 따라 기업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대중성과 ROI(투자 수익률)에 집중하던 후원이, 이제는 브랜드 가치의 고급화, 글로벌 PR로 확장되고 있다. K-Opera를 후원하는 일은 이제 단순한 예술 후원이 아니라, 국가 이미지와 기업 브랜드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문화 외교’의 전략 자산으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정부 차원에서도 국립예술단체와 유럽 현지 극장의 공동 프로덕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장기적 문화 파트너십 체계를 조성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 기업들도 문화 후원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고급 문화 후원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는 시점이다.
K-오페라는 단순한 공연이 아닌 문명의 메시지다
K-Opera는 단순한 오락 콘텐츠가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역사, 정신, 정서를 응축해 담은 문명의 메시지이며, 세계에 한국의 깊이와 품격을 알리는 문화 사절단이다. 유럽 오페라극장을 시작으로 동아시아 오페라의 서막을 여는 K-Opera의 미래는 이제 막 첫 장을 열었을 뿐이다. 이 거대한 흐름에 우리는 더욱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이제 K-Opera의 시대가 왔다.
5월 18일 스페인 마드리드 중심부에 있는 모누멘탈 극장에 줄을 이어선 오페라 관객들 ( PHOTO:국립오페라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