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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학의 문화노트] 상업적 시각으로 다시 바라본 서양 예술사. 바로크(Baroque)

 4. “바로크적 화려한을 자아내는 이탈리안 브랜드”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베르니니와 보로미니”

 

바로크 양식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가톨릭의 반종교개혁 차원에서 시작되어 베르니니와 카라바초에 의해 전개되고 발전한다. 특히 베르니니가 추구한 화려한 볼륨의 풍부한 곡선미는 인간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이런 베르니니가 조각 예술에서 구현한 풍부한 볼륨의 곡선미를 건축에서 재현한 이가 바로 베르니니의 평생의 경쟁자였던, 스위스 출신의 프란체스코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 1599~1667]이다.

 

이 바로크 예술의 두 주인공은 둘 다 20대 후반이었을 때 로마에서 우연히 만난다. 보로미니가 1619년 로마에 도착했을 때, 베르니니는 이미 놀랄 만큼의 많은 수의 화려한 조각상을 낳은 후 이미 ‘로마라는 도시의 장면’을 조각하는 조각가로 인정받고 있었다. 그리고 당시 교황 우르반 8세(Urban VIII)가 공개적으로 다른 모든 사람보다 베르니니를 선호함에 따라 거의 20년 동안 베르니니의 명성 아래서 자신의 미래를 도모할 수밖에 없었다. 보로미니의 상황은 1644년 차기 교황이 집권하면서 바뀐다.

 

인노센치오 10세(Innocenzio X)는 그의 전임자와 그의 가문인 바르베리니(Barberini)가문 전체를 경멸했습니다. 이 새 교황 밑에서 이전 교황의 은총을 받았던 모든 사람은 버림받는다. 그리고 그중에는 베르니니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리고 보로미니의 시대가 열린다. 그가 디자인한 로마 시내에 위치한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San Carlo alle Quattro Fontane]의 파사드는 베르니니가 조각에서 구현한 바로크적 화려하고 풍부한 볼륨의 역동적인 느낌을 건축에서 구현한 형태이다.

 

이 파사드는 건물의 중간 부분은 오목 면과 볼록 면을 이용해 물결모양으로 구획된 엔테블러처(entablature)를 볼 수 있고, 건물 상층부는 비대칭적으로 배치된 천사들이 받치고 있는 타원형 메달리온 장식과 함께 건물의 전체적 균형은 화려한 코린트 양식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바로크 시기 건축물의 벽체는 곡선 위주의 화려하고 역동적으로 장식이 된다.

 

프란체스코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 1599~1667] 역시 베르니니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모국 스위스 지폐의 등장인물로 스위스인들로부터 사랑받는 인물이다. 다시 한번 우리나라 지폐에서도 왕이나 장군 그리고 정치가뿐만 아니라, 교육자와 과학자 그리고 예술가도 등장하기를 소망해 본다. 유럽 사회가 예술에 관해 가지는 가치관은 지난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독일 문화부 장관 모니카 그뤼터스의 성명이 잘 말해준다. 그뤼터스 장관은 코로나19로 인한 독일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500억 유로(67조원) 규모의 문화예술계 지원 패키지를 발표했다.

 

그뤼터스 장관은 “독일 예술계가 국가 경제에 연간 1000억 유로 이상을 기여하고 있으며 화학, 에너지, 금융서비스 보다 더 가치가 있다.”고 지적하고 “이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우리의 민주적 사회는 독특하고 다양한 문화적, 언론 풍경이 필요하다.” “창조적인 사람들의 창조적인 용기가 우리가 이 위기를 극복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우리는 미래를 위해 좋은 것을 창조할 모든 기회를 잡아야 한다.” “예술가는 없어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특히 지금은 필수적이다."라고 강조하며,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서 아직도 헤어 나오지 못하는 우리 예술계와는 다르게 예술과 예술가 또한 얼마나 중요하고 지원해야 할 당위성을 이보다 명료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유럽 사회는 오래전부터 예술이 국가 경제 즉, 일반 상품을 명품과 브랜드로 격상해 고부가가치로 만드는 요소에 있어 크게 일조하고 있었음을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이 보로미니 또한 스위스와 스위스 국민에게 지폐 등장인물로 추앙받는 것이다. 그럼 오늘의 주인공 보로미니로 다시 돌아가 이야기를 나눠 보자. 보로미니가 설계한 이 성당의 실내 디자인 역시 우리가 주목해 볼 충분한 가치가 있다.

 

여타의 성당 디자인에서 많이 찾아볼 수 없는, 화려한 타원형 형태의 돔이 매우 특징적이며, 이 타원형 형태의 돔은 십자가 모양을 중심으로 육각형과 팔각형의 기하학적 패턴으로 잘 구현되고, 서로의 배치 또한 기가 막힐 정도로 잘 정돈되고 치장된 벽토 상자로 인해, 타원형 돔은 신비함과 우아함이 융합된 결과물의 형태가 무언지를 잘 설명해 준다.

 

위의 이미지에서도 확인되듯, 십자가 모양의 무늬를 중심으로 십자가 주변의 연결공간을 육각형, 팔각형 모양으로 만들어 배치한 벽토 상자들은 돔 상층부 쪽으로 갈수록 작아지게 공간이 연출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보로미니가 가진 조형 예술에 관한 탁월한 시각적 견해와 감각을 아름다운 벽토 상자 디자인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해 보는 이로 하여금 더 깊은 공간감을 제공한다.

 

이런 기하학적 패턴의 아름다움을 일상에서 만나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축구공의 모습이다. 1974년 아디다스가 제작해 멕시코 월드컵의 공인구로 사용한 텔스타(Telstar)는 검은색 오각형을 포인트로 하고 그 주변을 강력한 대비의 흰색 육각형 패턴을 배치한 이 32개의 패턴은 축구공을 연상하는 표준 이미지로 정착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선사한 축구공으로 디자인 철학이 바로크 회화의 선구자인 카라바초가 발명한 강력한 음영 대비 기법인 키아로스쿠로(Chiaroscuro)기법과 일치한다.

 

하지만 이 같은 반복된 패턴의 공간 배치는 적지 않게 다소 지루하고 단조로운 느낌을 제공할 수도 있어 축구공 디자인은 현재 더 나은 기술 개발과 최신의 디자인으로 변화 중이다. 이런 반복적 패턴 배치의 위험성은 보로미니의 탁월한 감각적 조형 감각으로 인해, 벽토 상자들에서 뿜어내는 아우라는 한편으로는 십자가 무늬가 선사하는 신비로움과 또 한편으로는 육각형, 팔각형 무늬가 선사하는 우아한 자태가 함께 어우러진 실내 디자인의 궁극의 도달점에 안착해, 아름답기 그지없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바로크가 갖는 다소 과장되어 있지만, 풍부한 볼륨의 아름다움과 화려함을 현대적으로 잘 재현하고 해석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바로크의 고장 이탈리아에서 태어난 브랜드 중 하나인 스메그(SMEG)이다.

 

“형태는 욕망을 따른다?”

“바로크적 곡선미를 살린 스메그의 볼륨 업?”

 

대개 전자제품의 형태는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루이스 설리번(Louis H. Sullivan)의 디자인 철학에 따라 제작하기 편한 방식의 직선 위주로 설계되고 곡선이 살짝 첨가되는 형태이지만, 스메그의 제품의 형태들은 앞서 살펴본 산 카를로 알레 콰트로 폰타네 성당의 곡선미를 자랑하는 엔테블러처(entablature) 부분처럼 누구나 한 번 보면 강렬한 인상으로 다가오는 볼록한 곡선미의 볼륨이 주는 우아함이 무엇인지를 여실히 느끼게 만든다. 먼저 로고부터 살펴보면 바로크 예술의 상징인 특유의 곡선미와 볼륨이 느껴지는 동그라미 6개로 브랜드 네임 이니셜 첫 자인 ‘S’를 상징하고 있다.

 

다음은 우리나라에서 일명 ‘연예인 냉장고’ 또는 ‘강남 냉장고’라 불리며 매우 인기를 끄는 제품으로 1997년에 스메그가 출시해 전 세계 베스트셀러 제품으로 등극한 냉장고이다.   백색 가전의 전성시대였음에도 다양한 색상으로 제작된 FAB28은 독특한 SMEG 레터링, 기품이 느껴지는 곡선 도어와 냉장고를 열 때 두툼한 손맛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된다. FAB28 냉장고는 색상 옵션 또한 핑크, 노랑, 오렌지, 라임과 유니언잭 도어를 포함한 특별 에디션으로 확장된다.

 

바로크적 풍부한 볼륨을 자랑하며 강렬한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덕에 가격은 우리나라 제품보다 용량은 턱없이 적지만 평균 3배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그리고 재밌는 점은 영국 국기인 유니언잭(Union Jack) 패턴은 가장 인기가 많았고, 자국의 국기 디자인이라 영국에서 크게 히트한다.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점은 2007년 첫 번째 아이폰이 갖는 두툼한 손맛이 느껴지는 디자인이 스메그 FAB28 냉장고에서 느껴지는 전체적 룩과 흡사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 첫 번째 아이폰을 디자인한 디자이너가 영국인 조나선 폴 아이브라는 점이고, 그의 주방에는 스메그 FAB28이 비치되어 있었다는 점에서, 두 제품의 연관성에 무게를 둘 수 있다. 즉, 바로크가 갖는 풍부한 볼륨 업의 느낌은 인간에게 고급스럽게 느껴진다는 점을 우리에게 잘 설명한다. 스메그가 히트시킨 유니언잭 디자인 열풍은 영국산 자동차인 미니 쿠퍼에서도 확인된다.

 

그리고 1세대 미니와 신형 미니의 디자인 차이도 다음의 이미지처럼 두툼한 손맛이 느껴지는 신형 디자인은 1세대와는 다르게 바로크적 곡선미의 볼륨 업이 된 느낌으로 제품이 고급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온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스메그(SMEG)의 제품군 역시 모두 바로크적 곡선미의 풍부한 볼륨을 자랑한다.

 

“브랜드는 색깔로 정체성을 대변한다!”

 

스메그는 주로 빨간색 계열의 독특한 색감을 자랑한다. 그럼 왜 스메그의 브랜드 정체성은 빨강일까? 바로크 시대는 왕이 교황으로부터 독립해 절대왕정의 절대권력의 시대이기도 하다. 색감으로 정치적 계급을 나타내던 중세시대 이래로 유럽 사회에서는 교황과 교황청을 상징하는 색은 천연염료 분야에서 가장 색감을 추출하기 힘들었던 흰색과 보라색이었다. 애플이 흰색으로 브랜드 정체성을 삼은 이유도 순백의 흰색이 갖는 무결점의 제품을 소비자에게 연상시키려는 의도였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왕을 상징하는 색은 흰색과 보라색 다음으로 추출하기 힘들었던 빨강이었기에 바로크 시대에 들어오면, 빨강은 왕의 절대권력과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색으로 강력하게 자리매김한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보면, 가전제품 업계에서 초프리미엄 콘셉트를 가지고 색다르게 출발했던 스메그로서는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한 색감 선택의 결과로 보인다.

 

최고가의 슈퍼 스포츠카들이 보통 빨간색인 이유 역시 같은 이유이다. 그리고 슈퍼 스포츠카 역사에서 페라리가 이루어 놓은 전통이기도 하다. 바로크 나라답게 이탈리아산 스포츠카 제작사들은 자신들의 경주용 차를 왕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칠하는 것을 무척 선호했다.

 

그리고 탄생한 색깔이 ‘로쏘 코르사(Rosso corsa)’이며, 페라리를 생각할 때면은 강렬한 빨간색을 빼놓을 수 없다.

 

이탈리아어로 로쏘(Rosso)는 ‘붉은(Red)’을 뜻하며, 코르사(Corsa)는 ‘경주(Race)’를 지칭한다. 단순한 빨간색이라고 정의하기는 힘들다. 로쏘 코르사에는 지중해의 강렬한 햇살 아래에서 자동차 색깔이 인간의 시각에서 날아가 사라지지 않기 위한 수많은 과학기술과 노하우가 숨겨져 있다. 처음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된 것은 국제 모터스포츠 때문이었다. 세계 자동차 경주 연맹 FIA는 각각의 자동차 제작사 별로 출신 국가를 한눈에 알 수 있도록 경주차의 색상을 통일하라는 규정을 정했다. 그리고 페라리가 속해 있는 이탈리아는 빨간색을 사용했다. 페라리와 함께 이탈리아산 마세라티 그리고 알파로메오도 같은 빨간색을 칠해 경주에 나갔다.

 

다른 국가들도 같은 규정을 따랐는데, 프랑스 자동차 제작사 부가티는 바로크 왕실 문화를 견인한 부르봉 왕실의 상징색인 파란색을 선택한다. 이처럼 문화적으로 여타의 유럽 국가보다 인정받았던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눈에 띄는 색을 일찌감치 선점해 버리자 하는 수 없이 독일은 기계 혁명으로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 기계를 상징하는 색인 은색을 선택하게 된다.

 

자동차 경주에 있어 이탈리아를 뛰어넘고자 했던 영국은 자신들의 전통의상인 길트 의상의 치마 색감으로 빨간색 체크무늬와 초록색 체크무늬를 가장 많이 선호한 전통에 입각해 이탈리아가 선점한 빨간색 대신에 초록색을 선택한다. 이후 1960년대 후반부터는 국가별 지정 도색이 사라졌다.

 

하지만 이런 전통으로 이탈리아산 슈퍼 스포츠카들은 빨간색 색상의 차가 더 비싸고, 다른 국가의 자동차 제조사 경우도 이 전통을 따라 가격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자랑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모델의 경우 프랑스산 부가티는 100% 파란색으로 출시된다.

 

그리고 독일의 메르스데스 벤츠나 아우디는 전통적으로 은색으로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하고, 이 둘의 경쟁사인 BMW는 파란색으로 출시되며 서로 대비되며 경쟁한다.

 

영국의 재규어, 애스톤 마틴, 로터스, 미니 등은 초록색으로 출시한다.

현재 자동차 경주에 참여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은 자신들의 레이싱 팀을 후원하는 메인 스폰서의 상징과 요구에 맞게 차체 색깔을 다르게 칠해야만 한다. 그런데도 페라리는 끝까지 빨간색을 고집했고 로쏘 코르사(Rosso corsa)는 브랜드 정체성을 상징하는 대표 색상이 됐다.

 

 

[Ferrari 812 Superfast]

 

레드카펫의 기원은 고대 그리스에서 트로이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귀국한 아가멤논을 환영하기 위해 그의 아내가 귀하기 힘든 빨간색 염료를 칠한 카펫으로 아가멤논을 맞이했던 경우가 그 기원이다. 이처럼 유럽에서는 구하기 힘들었던 빨간색은 전통적으로 고급스러움을 상징한다. 그리고 다음의 스메그의 스페셜 에디션 제품은 예술적인 핸드 페인팅으로 스메그가 명품 업체 돌체앤가바나와 함께 만든 제품이다.

 

스메그 대표 모델 FAB28에 화려한 그림을 입힌 이 냉장고의 가격은 3만 유로이며 우리나라 돈으로 3,800만 원이라 한다. 가격이 이처럼 비싼 이유는 돌체앤가바나의 창업자이자 대표 디자이너인 도메니코 돌체와 스테파노 가바나의 지휘 아래 그들의 고향인 시칠리아 수공예 장인인 살바로테 사피엔자, 아드리아나 잠보넬리와 티지아나 니코시아 모녀 등이 냉장고에 손수 그림을 그린 명품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중해 코발트 빛 바다색과 강렬한 태양을 상징하는 색감으로 구성된 시칠리아 문화를 상징하는 문양과 당시 수레바퀴, 기사들의 전투 장면 등을 세밀한 터치로 그려내고 있다. 냉장고 바닥과 뒷면을 제외한 4개 면을 빈틈없이 채우는 작업이어서 한 대를 만드는 데 꼬박 240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스메그와 돌체 앤 가바나의 콜라보 제품은 시칠리아가 갖는 바다라는 지리적 환경에서 탄생하였기에 위의 이미지처럼 바다가 보이는 골프 리조트 빌라 인테리어로 잘 어울린다.

 

시칠리아는 지중해 한복판에 위치하기에 과거 동방의 이슬람 세력과 서방의 기독교 세력의 세력 싸움이 늘 존재했던 이유로 유럽이지만 이슬람 문화가 숨어 있는 독특한 매력을 발산하는 곳이다.

 

이런 이유로 돌체 앤 가바나의 스메그 제품 디자인에선 다음의 이미지처럼 무한 패턴을 특징으로 하는 이슬람 사원의 독특한 아라베스크 문양처럼 이슬람의 예술적 기운이 느껴지는 특징을 갖는다.

 

[아라베스크 문양 양식과 흡사한 돌체 앤 가바나의 스메그 제품 디자인] 다시 바로크와 스메그로 주제를 돌려보면 곡선미와 빨강은 왕의 권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다음의 바이올린 스크롤에서 시작된 곡선미가 바로크 시대 왕실 의자의 형태를 만들어냈으며, 현재의 스메그 제품들이 갖는 고급스러운 이미지들 역시 바로크가 선사한 화려함의 끝판왕이 무엇인지를 잘 말해준다.

 

즉, 인간은 인공적인 풍부한 볼륨의 곡선미와 빨간색을 만날 경우, 그것을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여기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을 바로크가 잘 말해준다. 이처럼 바로크가 태어난 고장답게 이탈리아 브랜드에서는 바로크가 가지는 풍부한 볼륨의 곡선미가 많이 발견된다. 그리고 산업 디자인 분야에서 사물과 대상을 둥근 지구처럼 바로크적 곡선미로 해석한 대표적 인물로 루이지 꼴라니 [Luigi Colani]와 알렉산드로 멘디니 [Alessandro Mendini]를 꼽을 수 있다. 다음은 루이지 꼴라니 디자인의 피아노로 바로크적 곡선미가 돋보이는 제품이다.

 

보는 이로 하여금 즉각적인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풍부한 볼륨의 곡선미와 색감이다. 그리고 너무나도 바로크적 곡선미를 사랑한 알렉산드로 멘디니이다.

 

 

알렉산드로 멘디니가 바로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다음의 멘디니의 의자 디자인에서도 바로크의 풍부한 볼륨의 곡선미와 화려한 색감이 잘 나타나 있다.

 

이처럼 이탈리아나 프랑스 즉 유럽에 살다 보면 르네상스 예술품과 바로크 예술품을 많이 만나다 보니, 사물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사물이 가져야 할 한눈에 시선을 끄는 요소, 다시 말해 브랜드가 가져야 할 요소들을 쉽게 상상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다음 인물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 파블로 피카소 (국적: 스페인)

○ 마르크 샤갈 (국적: 러시아)

○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국적: 이탈리아)

○ 데이비드 호크니 (국적: 미국)

○ 김창렬 (국적: 대한민국)

 

이들의 공통점은 국적은 모두 제각각인 예술가이지만, 바로크 왕실 문화를 대변하는 프랑스 파리에서 살았던 인물들이다. 그리고 파리란 도시에서 학습이 아닌 ‘체득한 감각’들 즉 파리에서 느껴지는 환경적 영향으로 자신의 분야에서 걸작을 남긴 인물들이란 점이다.

 

위에 언급한 인물들 이외에도 엄청난 수의 예술가들이 파리를 거쳐 간 사실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어느 날 필자의 개인 SNS에 “파리를 만나면 모든 것은, 예술이 된다!”라는 타이틀로 필자가 기획한 음악회를 홍보한 적이 있었다. 그러자 그 소식을 접한 당시 파리에서 막 유학 생활을 시작한 필자의 제자가 ‘좋아요’와 함께 댓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다. “교수님!, 파리를 정말 잘 설명해 주는 타이틀이군요!” “이곳 파리 사람들은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되는 법이라도 있는 것 같아요!” 우리가 흔히 ‘예술의 도시’라 일컫는 파리란 도시가 갖는 매력을 여실히 잘 보여 주는 댓글이었다.

 

우리가 서양 예술사를 책을 통해 지식적으로 접근한다면, 유럽 출신의 예술가와 제품 기획 및 설계자들 그리고 디자이너와 공학자들은 지식적 접근과 더불어 자신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터전에서 체득한다.

 

즉 여러 가지 예술적 감각과 요소들을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적 배경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해, 유럽 여행 전 모든 여행에서의 정보를 인터넷이나 현지 가이드에게만 맡길 생각은 버리고 평소에 예술사 공부를 조금씩 해놓으면 여행을 통해 사유의 대전환이 이루어질지도 모를 일이다.

 

파리 여행에서 에펠탑을 찍은 사진은, 구글에 있는 사진보다 아름답게 찍어 올 수 없다. 멋진 ‘인생 샷’ 찍어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루브르 박물관의 모태인 17세기 루브르 궁과 20세기 유리 피라미드가 여전히 공존하며 어우러져 있는 사실을 통해 과거에서 미래를 훔쳐보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