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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유경 리뷰] 탁현욱, 점과 선으로 그리는 음악세계

다양한 스펙트럼의 빛깔로 본 소리의 매력 발산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작곡가 탁현욱의 작품 제목은 상당수가 독일어로 되어있다. 오스트리아 빈 국립음대 작곡과에서 공부하고, 유럽 작곡 콩쿠르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작곡가 탁현욱은 오스트리아에서 거주하던 유학 시절이 작품을 구상하는 그의 음악적 현재 공간과 공존하는 것이 틀림없다. 보이는 감각과 들리는 감각의 교류와 예술적인 인지에 관한 주제는 대부분 예술가의 숙제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음악과 공감각에 대한 미술 쪽의 연구에는 이미 "음악을 그리는 작업"으로 인식하며 두 가지 기능을 동시에 알고 싶어 하는 영역을 탐구했다. 대략 1790년과 1810년 사이에 걸친 괴테의 (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1832) 색채 이론과 인상주의에 영향을 미친 작곡가들은, 듣고자 하며 동시에 그리고자 하는 공감각적 예술적 인지성을 일상화시켰다. 바르너와 쇤베르크의 음악을 듣고 색과 형태들이 마구 떠올라 그림의 전환점을 갖게 된 칸딘스키의 유명한 일화와 같이, 수많은 작곡가도 예술가의 본능처럼 눈으로 보이는 시각을 청각으로 표현하려는 작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작곡가 탁현욱은 그의 음악 세계 안에서, 보이는 매체와 색상에 관하여 소리로 표현하고자 음을 조합하고 공간을 색칠하려 노력했다. 총 7개의 작품은 7개의 무지개처럼 마치 프리즘으로 색깔에 따라 분해해서 살펴보는 것처럼 음악회가 전개되었다.

 

3악장으로 이루어진 첫 곡 Impression은 하프시코드의 솔로 곡이다. 피아노의 전신 악기로서 바로크-르네상스 악기  하프시코드는 소리의 강약을 표현할 수 없는 음악적 한계가 있는 악기이다. 건반을 누르면 촉이 현을 뜯는 발현 악기를 선택하여 정해진 룰을 잡고 인상을 각인하려는 어떤 절제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1악장은 점과 선의 사운드세계를 표현하려는 듯, 점으로 시작하여 선으로 수평선과 수직선을 활동적으로 만들고 2악장은 옥타브 음계의 하강과 상승의 반복과 에튀드와 같은 장르가 표현되었으며 3악장에서는 하논의 연습곡 형태를 가진 왼손의 화음과 오른손의 멜로디는 회화적인 표현을 보여주기도 했다.

 

 

독일어Wellenbewegung은 '파동'이라 번역할 수 있지만 진동의 현상을 단순하게 말하거나 물리학적이고 수학적인 공간 속의 진동 전달을 표현하기보다 '물결의 움직임' 다시 말해 '파도의 움직임' 정도의 해석을 더 선호하여 표현하고 싶다. 하강하고 상승하는 음계 속엔 재즈 마이너 스케일이 들리기도 하고, 변형된 선법도 물결처럼 나타났다.

 

Kleine Gespräche는 "2대의 트럼펫을 위한 작은 대화"라고 번역하면 좋겠다. 음향을 중점으로 두 트럼펫은 사운드를 교환했다. 장학퀴즈의 시그널을 알리는 하이든 트럼펫의 멜로디이든, 칼하인즈 스톡하우젠의 미카엘 트럼펫 멜로디이든, 가장 높은 음을 내는 금관악기 트럼펫은 속삭이는 작은 소리를 일반적으로 불편하게 자아낸다. 그러나 다양한 연주기법으로 이루어진 음향과 음향의 교감은 때로는 조용하고 평화롭게 새로운 언어를 구사했다.

 

독일어Reminiszenz는 '추억' 혹은 '회상'으로 번역한다. 한 마디로 과거를 되돌아보는 여행이고 현재로부터 거슬러 내려가는 지나간 시간을 가리킨다. 숨과 숨을 이어주는 길고 짧은 클라리넷의 호흡과 침묵은 사건과 경험에 관한 연속적 이야기 같다.

 

작품 Umbau는 리노베이션을 가르키는 독일어이다. 이 작품은 독일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으로 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던 미국 건축가 다니엘 리베스킨트의 (Daniel Liebeskind 1946-) 리모델링 건축 작품에 관하여 영감하고 작곡되었으며, 클라리넷 5중주로 연주된다. 마치 건축물을 짓듯이 전체의 프레임을 짜고 세부적인 내용을 군데군데 변경하는 이런 과정의 반복으로 이루어진 곡이라 설명 되어있다. 작곡가의 역량으로 작곡 순서와 방법에 관한 메커니즘은 유사하고, 상이하기도 하겠지만 건축가의 이론과 접목하여 사운드를 꺼내려는 작곡가의 의도를 겨냥하여 프레임은 여과되지 않고 동기를 여러 번 부여한다. 오보에 솔로Farbe는 색의 추출을 노력한 작품처럼 들려왔다. 중심음 처럼 들리는 '레'의 동선은 가로와 세로를 움직이며 공간의 조명을 서서히 키웠다.

 

 

작곡가 탁현욱은 청중 앞에 인사하며 마지막 곡 Aurora의 곡해설을 짚어줬다. 타인의 경험과 자신의 경험으로 서로 다른 4개의 공간을 교대로 상상하게 했다. 노르웨이 숲, 아라비아 사막, 타지마할 그리고 국제우주정거장의 서사적인 상상력을 조언했다.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이 (Martha Nussbaum 1947-) 주장한 서사적인 상상력은 편운처럼 소프라노와 리코더 그리고 하프시코드를 추종했다. 

 

작곡가 탁현욱은 노이즈의 특수 주법을 언급하면서 현재 독일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독일 작곡가 헬무트 라헨만을 (Helmut Lachenmann 1935-) 지적했다. 전후 세대의 작곡가들은 역사적인 전통성에 관하여 해체를 요구했다. 해체주의의 첫 세대들이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이 동시대에 남아있다.  

 

색을 향한 사운드는 인상파들만의 점유물이 아니다. 예술의 복합적인 연계성을 고유한 카테고리로 정립시키는 행위에 관하여 고려해야 한다. 탁현욱 작품에서 화백 이우환의(1936-) 점과 선의 생명력이 오버랩 되기도 했다.

 

"점은 새로운 점을 부르고 그리하여 선으로 이어 간다. 존재한다는 것은 점이며 산다는 것은 선이므로 나 또한 점이며 선이다“ 탁현욱의 작곡 세계 안에 호흡하는 짧고 두터운 점과 같은 음들의 조합과 자주 출현하던 음계의 상승과 하강은 펜의 획과 선이 되어 스페이스를 채웠다.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 대학교, 아헨대학교 출강

음악학박사, 공연평론가, 한국홍보전문가 

독일, 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