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노유경리뷰] 한예종 전통예술원의 전통예술선도사업- 피리앙상블 „해피뱀부“

2023년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한류 전통예술 선도 산업

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2023년 3월 24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이어령 예술극장

Again Happy Bamboo,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하 한예종, 총장: 김대진,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월과 4월 예술 한류 선도 산업의 (2023 예술 한류 창·제작 사업) 모토가 담긴 한류 문화 축제를 개화했다. 릴레이 주자 아쟁 앙상블 (Archet)의 3월의 바톤은 4월 해금 앙상블 (애해이요)에게 넘어가며 잃어버린 상상력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을 찾는 듯, 봄을 열고 봄을 넘긴다. 3월 22일 아쟁 앙상블Archet, 3월 23일 대금 앙상블 취 (吹, 取, 就, 취하여 취하고 취하다) , 3월 24일 피리 앙상블 해피 뱀부 (Again Bamboo), 3월 29일 거문고 앙상블 지금(知琴), 4월 21일 가야금 앙상블 (280) 그리고 4월 27일 해금 앙상블은 종횡무진 2023년 봄을 달려갔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예술 한류 선도 사업 세번 째 공연은 피리 전공 교수 진윤경 예술감독이 이끈 피리 앙상블  „해피뱀부“ „Again Happy Bamboo“ 이다. 이 공연 역시 코로나 이후, 관객을 모시고 다시 무대에 서는 감격의 릴레이 바톤을 대금 앙상블 „취“로부터 받고, 이어 달린다. 세계화 시대가 활짝 열린 시기에 태어난 MZ세대는 전통과 동시대의 융합을 수평적으로 해석했다. 피리 전공 학생들이 두루 연주하는 대피리, 생황, 태평소는 물론이고, 피아노, 팀파니, 바이올린, 드럼, 콘트라베이스, 신디사이저와 같은 전통악기가 아닌 소리들과 협업하여 사운드 스펙트럼을 넓히면서 정제하고 그들만의 고유한 색을 갈구했다.

 

 

„Again Happy Bamboo“ 공연을 오프닝 했던 두 곡은 (문 門과 무 巫) 전통으로 기인한다. 문 門과 무 巫를 상충하여 정악과 민속음악을 엮어냈다. 시대마다 다른 뜻으로 적층 되었던 정악의 개념을 우아하고 바른 음악으로 풀어내기보다, 아정하고 정대한 웅장함을 중심으로 조상의 기원적인 악가무의 (樂歌舞) 밸런스로 실마리를 풀었다. 임금의 여러 장르의 향연 중에 취타 장르는 궁의 마당에서 여는 음악 이기도 하지만 임금을 더불어 한 소대가 궁궐 밖으로도 행차할 때 이 음악이 연주되었다. 움직이는 동선이 어디였을 지, 아마도 가끔은 평민들도 이 음악을 귀동냥했을 것이다. 신디사이저가 동행했던 정악곡의 오프닝은 무당을 상징하는 무의 민속악으로 흘러갔다. 피리 앙상블 해비뱀부가 구성한 문과 무의 두 곡은 전통을 총칭하는 울림이었다. 죽은 영혼을 부르고 달래는 굿의 내용 또한 죽은 이의 과거를 짚어가는 행위일 텐데, 슬픈 영혼이 아닌, to live well 잘 살고 떠난 이의 사후세계와 보상을, 마치 플라톤의  서한 속의 시작과 끝을 알리는 에우 프라테인(eu prattein)을 고하는 듯하다.

 

 

작품 Clover는 (작곡: 강현승, 김보미) 피리 앙상블을 포함한 어쿠스틱과 베이스 기타가 합쳐지고 신디사이저와 드럼, 퍼커션을 동반하여 현대판 민속악으로 탈바꿈 되었다. 잡초는 잡초일 뿐 대부분 인기가 없다. 그러나 유일하게 눈여겨보는 잡초가 클로버가 아닐까? 네 잎 클로버는 돌연변이인데 아이러니하게도 행운을 상징한다. 기존의 피리 색감에서 일부러 일탈한 듯한 리듬들은 지공을 탈출하였고, 케이 드라마 주제가 같은 일상의 익숙함이 연상되기도 했다. 

 

 

작품 (작곡: 최지운) 삼인 삼색 (三人三色)은 숫자 3을 소리에서 꺼내려는 듯, 3을 고심했다. 이것이 종교이든, 신화이든 아니면 도덕이든 작곡가의 의도가 흥미로웠다. 정말로 숫자 3은 도처에서 우리와 공존하기 때문이다. 두 공간의 무대 배치는 악기의 선택으로 인하여 동양과 서양을 확연히 알렸지만, 소리의 향기는 방향이 틀렸다 싶게 동서양의 자리가 꼬였다. 첼로에서 농현이 들리는가 하면, 생황에서 오르간 반주가 연상되었다. 동서양을 상징하는 각 3개 악기의 행각으로 인해 알렉상드르 뒤마의 (Alexandre Dumas 1802-1870) 달타냥과 삼총사, 그리고 불경을 얻기 위해 인도로 순례를 떠나 무사히 중국으로 돌아오는 삼장의 세 제자, 서유기의 조우가 불현듯 떠올랐다고 글쓴이는 자발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진다. 마지막 곡 „돛“ (작곡: 고만석)은 작곡가가 희망을 알리려 했다. 대편성 앙상블이며 전통악기와 서양악기가 어우러져 마치 합창단인 듯, 사람의 목소리가 악기에서 울렸다. 

 

한나라의 중요한 책임을 맡아 수행하는 동량지신 [棟樑之臣]의 신하처럼 전통음악에서 차지하는 피리의 중요한 역할을 언급한 전통원 원장 임준희 축사가 담긴 피리 앙상블 팸플릿 뒷면에는 도움 주신 유난히 많은 분이 빼곡히 적혀있다.

 

 

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 대학교, 아헨대학교 출강
음악학박사, 공연평론가, 한국홍보전문가 
독일, 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