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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학의 문화노트] 예술사를 알아두면 좋은 이유 5가지.

예술사에 관한 지식은 타고난 기질과 취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

 

 

예술사를 처음으로 접하는 이들의 경우 많은 부분 예술사를 알아보고 공부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지루할 수 있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라틴어나 철학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묻는 경우처럼 예술 또한 그 유용성에 관해 다소 회의적이다. 

 

하지만 미술사학자 살바토레 세티스(Salvatore Settis)는 예술사의 역할이 학문적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시민적 역할이라는 프랑스 정치계의 확신 덕분에 이 분야의 연구가 프랑스에 도입된 배경을 설명하며 예술의 유용성 측면을 그의 논문에서 자주 이야기한다. 또 다른 미술사학자 토마소 몬타나리(Tomaso Montanari) 역시 예술의 역사는 비판적 감각과 자유로운 판단력을 훈련 시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일부 신경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예술 교육은 주의력과 인지 기능을 향상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들이 일반인들, 특히 어린 학생들 그리고 평소 예술에 매우 적대적인 이들에게 과연 설득력이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예술에 관한 이해와 그 유용성은 우리의 일상생활의 모습과 각각의 개인들의 대표적 경험에 빗대어 제공되어야 설득력이 생기기 마련이고 예술에 관심 없는 일반인들이 예술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점에 비추어 예술사가 우리에게 선사하는 것들이 무엇인지를 간략하게나마 이야기해 보자면, 먼저 예술의 역사를 통해 우리 인류의 기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인간의 특징을 알 수 있다. 특히 인간을 동물과 구별한 최초의 진정한 활동이 사실 예술이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더욱 그렇다. 

 

구석기 시대 동굴 벽화 속 구석기인들의 드로잉들은 글쓰기 이전의 일이었으며, 인류의 첫 번째 커뮤니케이션 수단이었다는 점이다. 따라서 구석기 시대부터 예술은 인간의 본능에 내재 되어 있었고 동물과 비교되는 인간만이 갖는 특징 중 하나가 예술이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두 번째로 예술의 역사는 문화적, 인문적 사고의 배경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시각적 언어와 예술의 역사를 아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항상 우위를 점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 속담에 “예술을 배우고..., 그리고 곁에 두십시오!”(Impara l’arte... e mettila da parte”), 라는 속담이 있다. 예술을 영원히 간직하고 배운 것을 소중히 여기면 분명 좋은 일이 생긴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자면 TV 퀴즈에서 높은 단계의 많은 상금이 걸린 문제로 예술사 문제가 자주 등장하는 점을 들 수 있다. TV 퀴즈처럼 잠깐의 시간 동안 방대하고 완전한 문화적, 인문적 소양을 확인하는 과정에서는 의심할 여지 없이 예술사에 대한 정확한 지식과 이해가 문화적, 인문적 소양을 완성하고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예술사적 관심과 지식은 TV 퀴즈에서, 많은 상금을 획득할 기회 또한 제공한다. 

 

세 번째로 예술사를 통해 다른 분야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역사, 철학, 문학뿐만 아니라 과학, 수학, 화학 및 기술은 예술과 밀접한 관계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예술사에 관한 관심과 지식은 우리가 다른 관점에서 그것들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다른 분야의 잘 보이지 않는 측면을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귀스타브 도레 (Gustave Dorè)의 삽화나 외젠 들라크루아 (Eugène Delacroix)의 회화로 단테의 신곡을 만나게 되면, 텍스트로 만날 때와는 완전히 다른 관점과 생생함으로 단테의 신곡을 만날 수 있게 된다. 즉 기전의 텍스트 위주의 관점에서 벗어나 대상을 시각적 언어로 형상화하는 데 있어 매우 탁월한 역량을 가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다가오고 있는 세상이 메타버스 세상처럼 가상 현실이란 점을 생각해 볼 때, 시각적 언어로의 형상화는 가까운 미래에는 인간이 가져야 할 중요한 역량 중 하나로 자리 잡을 공산이 매우 크다. 

 

.단테의 신곡을 시각적 언어로 재탄생시킨 귀스타브 도레 (Gustave Dorè)의 삽화

 

네 번째로 예술사에 대한 지식은 예술 작품을 인식하고 감상 및 보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많은 이들 특히 우리 사회 엘리트 집단도 텍스트 위주로 예술에 관해 번듯하게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만, 유럽을 여행하면서 각 도시의 대성당 스타일은 인식하지 못하고 기념사진만 찍고 돌아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예술의 역사를 알면 유럽 여행 중에 만나는 기념물과 예술 작품을 해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방문하는 지역에 있는 기념물의 가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예술이 선사하는 특별한 느낌과 감정을 개인적으로 경험)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예술사적 지식은 우리의 예술적 자산을 보호하기 위한 식별과 필요성을 향한 첫 번째 단계이다. 예술적 자산이 되는 대상을 알지 못하는 자는 그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가치를 깨닫지 못하는 자는 그 대상을 멸시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섯 번째로 예술사를 아는 것은, 예술가가 되기 위한 첫걸음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예술가도 다른 작가들이 그 이전에 한 모든 것을 무시할 이유는 결코 없다. 따라서 예술사를 통해 만나보는 각 시대의 대표적 작품 속에 내재 되어 있는 각각의 시대정신은 여러 형태의 인간 취향 변화의 사례를 잘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예술사를 통해 인간이 갖는 취향의 역사적 변화를 목격하게 되며, 각각의 개인은 이런 예술사 속 취향 변화의 다양한 사례를 통해 각자 자신 안에 있는 자신만의 고유한 예술적 취향과 비교할 수 있고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예술사에 관한 지식은 자신의 타고난 기질과 취향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즉 예술가를 꿈꾸는 자에게 자신을 표현할 때 자신에게 더 어울리는 예술 형식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결국 예술가에게 표현력의 수단과 확장 그리고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으로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바탕이 되는 것이다. 지구의 역사는 인간의 기호와 욕망의 관점에서 볼 때 아쉽게도 1500년경에 탄생한 서양의 르네상스 예술 이래로 서양 예술이 인간의 기호와 욕망을 충족해 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우리 대부분이 이제는 한옥보다는 양옥집과 아파트에서 살고 있으며, 국악보다는 양악을 듣고 있으며, 거실 소파 위의 중앙 벽면에는 동양화보다는 서양화가 더 많이 걸려있는 모습에서도 확인이 된다.  특히 현재 세계를 온통 한류 열풍으로 빠지게 만들고 있는 앞에 ‘K’가 들어가는 모든 예술 장르들의 기원을 살펴보면 우리 고유의 것이라기보다는 모두 서양 예술의 산물이다. 

 

K-Pop을 생각해 보더라도 방탄소년단은 영어 머리글자 BTS라 부르고 있으며, 우리 악보 정간보를 사용하지 않고 서양 예술의 발명품인 오선지 위에서 노래하고 있는 모습에서 잘 확인이 된다.

즉 우리가 현재 좋아하고 누리고 있는 예술 대부분이 우리 고유의 것이기보다는 물 건너편 서양에서 왔다는 점이다. 이런 현상을 예술에 국한하지 않고 우리가 사용하는 일상 용품으로 눈을 돌려봐도 마찬가지이다. 모두 서양에서 만들어지고 들어온 경우가 대부분이다.  특히 우리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은 일상 용품의 디자인들은 서양 예술의 산물이다. 실용성과 기능성뿐만 아니라 심미성까지 갖춘 서양이 만들어내고 있는 제품들에는 늘 서양 예술이 갖는 인간의 기호와 욕망을 충족하는 무언가가 항상 내재 되어 있다. 

 

결국 그 무언가를 서양 예술사에서 발견할 수 있으며, 서양 예술사를 잘 알게 되면 인간이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고, 같은 제품이라도 인간의 욕망에 기대어 소유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결국 서양 예술사를 알면 알수록 유럽이 생산해 내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단순히 카피하는 것을 뛰어 너머 선제적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할 수 있는 역량과 환경이 조성된다는 점에 있어 예술사를 알아야 하는 이유는 좀 더 명확해진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4분기 및 연간 국민소득(잠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GNI는 3만2천661달러이다. 유럽 국가 대부분이 3만 불을 달성한 시점에서 복지국가였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고부가가치 생산품들로 인해 유럽은 우리보다 딱 반만 일하고 우리보다 높은 생산성을 거두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을 새롭게 인식할 때이다.  유럽이 우리보다 높은 생산성을 거두는 이유 중 하나는 그들의 생산품에는 기술과 예술이 융합되어 우리가 고부가가치라 인정하며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욕망을 건들어 소유욕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을 꼭 되새길 필요가 있다. 

 

예술의 다른 이름은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며, 고부가가치 제품에는 늘 최고의 기술과 함께 최고의 예술이 함께한다는 점을 꼭 기억해야 한다. 애플의 스마트 폰은 예술적 요소인 디자인과 그래픽 그리고 사운드 측면에서 우리가 생산하는 제품보다 늘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로 애플 스마트 폰이 거둬들이는 수익은 우리가 생산해 내는 제품보다 약 5배의 수익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문제들이 단순히 노동 시간을 연장한다거나 반대로 단축한다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기술 안에 예술적 감각을 융합해 인간의 욕망을 건드는 제품을 시장에 선보여야 해결될 사안이라는 점을 새롭게 인식하자. 이제 인간은 필요한 것이 아닌 사고 싶은 것을 사는 문화가 시작되었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