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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진 저 『서양 철학의 종언과 한글 철학의 탄생』 리뷰

한국인의 존재 지혜, 철학의 신기원을 열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서양 철학의 종언과 한글 철학의 탄생』 리뷰

 

자생철학의 부재는 선진국 진입의 걸림돌 

 

30여 년 전부터 사대주의, 식민주의, 마르크스주의를 극복하고자 한국철학을 모색한 언론인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박정진 박사가 최근에 선보인 『서양 철학의 종언과 한글 철학의 탄생』(yeondoo). 이 책은 특히 철학인류학자로서 저자의 회심의 역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서양철학의 종언’을 말하는 것과 동시에 ‘한글철학의 탄생’을 말하고 있다. ‘알-나-스스로-하나’의 순우리말 철학이 그것이다. 이 철학은 사람이 태어나서(알에서 태어난 존재로서) 독립적인 존재(인격)로 성장하는 것과 자연과 하나님을 하나의 존재로 깨닫게 하는 과정을 순우리말 철학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저자는 이번에 서양 후기근대 철학의 대가인 니체를 기점으로 그의 추종자들인 들뢰즈, 데리다 등 해체철학자들을 비판의 대상에 올려놓았으며, 하이데거마저도 예외가 아니었다. 저자는 이번에 대담하게 서양철학을 ‘현상학’이라고 규정하고, 동양철학을 ‘도학’이라고 규정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저자가 서양의 대가들과 대결하는(einandersetzung) 자세는 일찍이 한국 철학계에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다.

 

강대국 틈에서 눈치를 보며 대한민국이지만 이제 우리는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쳐 선진국으로 발돋움해야 할 때를 맞이하고 있다. 영화, 대중가요 등 문화예술에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지만 문화 총량과 문화 능력에 있어서는 아직 부족한 게 많다. 그 가운데서도 자생철학의 부재는 선진국으로 가는 길목에 큰 결격사유로 여겨진다. 자생철학이 없는 나라가 선진국이 된 예는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국인으로 하여금 철학분야에서도 문화독립을 쟁취하는 신호탄이라는 점에서 주목이 된다.

 

특히 저자는 역사와 현실에 대한 언론인 특유의 감각과 형이상학의 접목을 시도함으로써 강단철학이 그동안 등한한 이론과 실천의 융합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철학 계에서도 태풍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