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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nah Won- Pianist] 오늘도 K-Classic이 건네는 음악의 위로를 받으며 

호주 브리즈번에서

K-News 관리자 기자 |

 

 

나 혼자 살아내기도 버거운 시간을 이겨야 

 

만나면 서로 반갑다는 인사로 손을 맞잡아주고 꼭 안아주고 얼굴을 비비기도 하고 코를 맞대기도 하고 특이하게는 서로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인사하는 부족들까지 사는, 둥글둥글 각자의 개성과 반기는 문화를 가진 지구촌 사람들에게 절대로 그런 방식으로 서로를 반기면 안 된다는 금지령이 내려버렸다. 

 

뭉쳐야 살고 뭉쳐야 흥이 넘치는 사람들에게 가까이하면 안 되고 만나서 서로 숨결 느끼며 호흡하면 안 된단다. 얼굴을 맞대기는커녕 마스크로 입을 막은 채 서로의 몸이 닿을 수 없는 거리에서만 살아가라고 규칙을 정해서 문화와 습관과 생활방식을 모두 바꿔야 하는 펜데믹 시대를 우리는 살아내고 있다. 

 

하루하루를 먹어 살려야 하고, 어떻게든 나의 가족들을 위해 버텨내야 하는 가장들에게 지금 이 시간은 얼마나 큰 힘듬일까. 늘 무슨 일이 닥칠지 모르는 인생이라지만 요즘만큼 성난 파도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처절히 버텨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을 감으면 밀려오는 두려움은 숨도 고르게 쉬지 못할 만큼 가슴을 옥죄어올 때도 있다. 불안함의 강도는 점점 더 높아진다. 눈을 감으면 몰려오던 그저 칠흑 같은 어두움이 예전에 느끼던 두려움이었다면 요즘 두려움은 어두움과 함께 성난 파도 속 넘실대는 주체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 갇힌 듯한 두려움이 더해진 것 같다. 

 

손이라도 잡아주면 좀 나으련만, 얼굴이라도 한번 비비며 인사하면 좋으련만, 따뜻한 포옹 한번 받으면 위로가 되련만, 우리는 요즘 세대에 생겨난 규칙만큼이나 삶에서도 누구에게 인사조차 건넬 여유도 없이 나 혼자 살아내기도 버거운 시간을 버티고 있다.

 

눈이 어둠에 더 적응할 시간을 주어야 하는 것일까? 

 

이 어둡고 넘실대는 파도 속에 갇혀버린 듯한 이 시간 할 수 있는 건 무엇이 있을까. 누군가를 의지할 수도 여느 때처럼 손잡아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요즘 그저 할 수 있는 건 더 눈을 꼭 감고 나의 눈이 어둠에 적응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것뿐이다. 

 

갑자기 어두워진 곳에 떨어졌는데 눈을 아무리 크게 뜬다고 해도 더 잘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어두워졌을 땐 차라리 눈을 꼭 감았다가 뜨면 어두움에 적응한 눈이 희미하게라도 어둠 속을 볼 수 있게 해 주듯, 이럴 땐 잠시 눈을 감을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불어오는 바람을 이용해 파도를 즐기며 타내는 서퍼들처럼 우리 모두 서퍼들이 되어 이 험한 파도 속에서 유연하게 파도를 타는 법을 익히는 수밖에 없는듯하다.

 

견딜 수 없을 듯 위태하게만 보이는 폭풍 속 같은 오늘을 살아내고 난 후 돌아보며 회상하게 되는 날쯤이면, 우리는 한결 탄탄해진 마음의 근육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 앞에 얼마나 더 드라마틱한 미래가 펼쳐질지 모른다. 선택은 우리 몫이다. 계속 두려움 속에 있을 것인지 파도에 적응하고 그 파도를 즐 길방 법을 배워 살아낼 것인지.

 

서양음악이 중심이 되어있는 기존 문화와 귀에 익숙해져 버린 우리의 습관들을 고집하며 그것만 붙잡고 있을 것인지? 누군가가 보기에는 무모할지도 모를 시도들을 하며 변화의 바람을 즐기고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지? 우리의 음악에 대하여도 생각하게 되는 요즘이다.

 

이 답답한 시간이 엄청난 근육을 키워내는 내 삶에서 가장 귀한 시간이 되리라 믿으며, 난 오늘을 살아낸다. 무한대의 힘을 가진 음악의 힘을 빌려 내 세포들에 녹아있는 내 나라의 리듬을 들으며, 내 나라의 정서가 녹아있는 가사들을 들으며, K-Classic!  더없이 아름다운 내 나라의 선율에 기대어 오늘도 난 버틴다. 

 

이 음악이 듣는 이들에게 위로가, 살아가는 힘이, 불안에 떠느라 얼어있는 마음을 따스하게 녹여줄 따뜻한 차 한 잔이 되리라 믿는다. 지구촌 사람들 모두에게....  

 

Hannah Won- Pian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