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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노트] 오래된 어머니 장롱속에서 반지를 찾았네

뿌리 정서와 체험은 기술보다 더한 영감을 준다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체험의 영감은 기술을 뛰어 넘는다 

 

정일근 시인의 '어머니의 둥근 두레밥상'을 보면 가슴이 뭉클한 가족애가 넘친다. 두레밥상에서 제비 새끼들을 위해 밥을 준비하는 어머니와  떠들면서 먹어대는 아이들. 이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옛 정서다. 핵가족을 넘어 나홀로 세대에 저출산 공포다. 

 

사실 정서나 체험은 기술이나 상상으로 대변할 수 없는 것 이상의 것이다.  직접 느끼고 공감했던 것들이 작가에겐 영감이자 재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실제 무당을 찾아 나서고, 그들의 몸에 흐르는 말로 표현할 수없는 에너지를 거두어 작품에 녹였다면, 이런 것들이 신세대에게서 가능할까?  오래된 것이 흘러간 것이 아니고,  낡은 것이 버릴 것이  아님을 아는데 실로 오랜 세월이 흘렀다. 

 

우리는 현대화 과정에서 생활에서 쓰던 모든 용기나 가구들을 몽땅 내다 버렸다. 골동품에 해당하는 것들도 예외가 아니었다. 엿을 바꿔 먹거나 리어카 고물상에 헐값에 넘겼다. 그 자리에 인테리어와 바로크 가구가 위용을 부리며 자리를 뽐냈다. 이탈리아 수입 가구와 외제차, 레스토랑과 뷔페와 사우나가 신상류층이 된것처럼 떠 받들어졌다. 시절이 그렇게 해서 오늘의 발전에 이르렀다. 

 

앞으로 달려 가기만 보다 뒤도 돌아 보면서   

 

한 세대가 지났고, 또 한 세대가 저문다. 이쯤에서 어머니의 장롱을 버리지 않고 간직한 이들이 있다. 바로 원로 작곡가 분들이다. 아이도 그러하지만 낳고 키울 때는 정신이 없어 예쁜지 몰랐지만 손자를 보면 아이들이 보인다. 작곡가들의 작품 역시 장롱속 반지를 발견한듯한 기쁨으로 나타났으면 좋겠다.  K클래식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에 대한 기대감이다.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앞만 보고 달려왔던, 작품 쓰기에 바빴던 시대를 지나 고개 마루 턱에서 세월의 강물을 내려다 본다. 이쯤에서 한번 길을 잇는 것도 좋겠다 싶었다. 세대간  단절도 그렇지만 문화 원형을 보는 눈을  보자는 뜻이다. 체험과 경험, 더 깊이 파고 들었을 그 시절의 열정에서 공감을 캐보자는 것이다. 그러니까 과거, 현재, 미래가  조망되는 다양한 프리즘을 제공하고 싶다.

 

우리 시대의 거장, 세계 음악사에 위치 놓자 

 

1세대 작곡가들에게서 묵은지의 맛을, 다음 세대에겐 변주곡의 세련됨을, 차세대는 AI와 어울러지는 내일을 보는 시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 세대의 어울림과 표현력 , 재료와 기술의 면모를 새롭게하면서 오랜 일회성 창작의 상처도 씻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생존을 위해 분주하기만 할 것이 아니라 수준 높은 여유를 만들고, 개성과 자유를 녹여 동행하는 원숙함이 필요하지 않겠는가. 원형을 모르는 창작 세대에겐 어머니의 때묻은 장롱을 한번이라도 만지게 하고 싶다. 그 오랫동안 서양 복사본을 가지고 한 세상을 살았다면, 이제는 밖으로 나가는 단군 이래 최대의 수출 K콘텐츠시대다.  원형 모르고 가볍게 만들면 짝퉁이란 오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밥먹고 사는 일상의 사람들이 변화에 적응못하면 '꼰대'가 되지만, 창작으로 연륜이 쌓여 살아 있다면  '거장'이다.  우리의 거장을 무시하고, 남 나라 작곡가들만 열심히 외우고 풀어 먹었느니 이제 시절은 또 한번 뒤집혔다. 문명도 그러하지만 그자리에서 영원한 영광이란 없다. 내가 사는 동내만 해도 소, 말을 쉬게하며 먹이를 먹이던 곳이 아니던가. 말죽거리~지금의 양재동 전철역이다.  

 

없어서 부르는게 값인 골동품, 우리의 얼과 정신과 문화가 고스란이 녹아있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하니 반성과 회개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설레임으로 K클래식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을 준비하는 이유다.  

 

60억원을 호가하는 이건희 컬랙션의 전시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