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황순학교수 |
6. “바로크 후기 로코코!”
바로크 말기 새로운 예술의 변화를 ‘로코코 Rococo’라 부르는데, 베르니니(Gian Lorenzo Bernini) 와 보로미니(Francesco Borromini) 같은 위대한 예술가들을 포함하여 17세기 내내 번영했던 바로크 양식의 풍요로움 이후, 18세기 초 프랑스에서 로코코 양식이 탄생한다. 로코코 양식은 바로크 양식에 이미 존재했던 모티프를 극도로 정교하게 발전시켜, 특히 실내 장식과 가구 등 응용 예술 분야에서 더욱 장식적인 모티브들로 화려하게 꾸며진 장식예술의 전성기였다.
이런 이유로 로코코는 바로크와 딱 잘라서 구분하기 좀 모호한 사조이다. 바로크 시기의 장엄하고 화려한 교회나 궁전의 권력적 씬(scene)에서 벗어나, 귀족 부인들의 실내 사교의 장인 살롱에서 우아하면서도 유희적이며 나른한 쾌락적 취향의 씬(scene)들이 연출된다. 즉 바로크가 교황권과 왕권의 권력다툼의 산물로 왕실 문화가 갖는 권력적 이미지를 추구했다면, 로코코는 절대 왕권의 상징적 존재인 루이 14세 사후의 귀족 중심 문화의 산물인 살롱 문화에서 비롯되는 쾌락적 이미지를 추구한다는 점이다.
다음의 이미지로 바로크와 로코코의 차이를 긴 설명 없이 이해할 수 있다. 먼저 바로크를 한눈에 잘 설명해주는 이미지로는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2007년 작 영화 《더 골든에이지, The Golden Age》의 엘리자베스 여왕의 의상을 들 수 있다. 영화에서 여왕이 착용하고 있는 붉은색 드레스는 시대 고증을 통해 완벽하게 재현되어, 거대해진 러프와 최대한 크고 도톰한 휘스크 칼라가 특징적이다. 그리고 전체적 룩은 상체는 극도로 날씬하게, 그리고 스커트는 극도로 거대하게 디자인되어, 말 그대로 인공적인 인체 선을 강조하는 점에서 바로크 시대 초기 복식의 특징인 권력 지향적 이미지를 잘 보여 준다. 재밌는 점은 평소 우리 주변에서 바로크 시대 휘스크 칼라처럼 셔츠의 깃을 한껏 올려 입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상하게도 바로크 시대 절대 왕정의 왕처럼 가부장적 권력을 사랑하는 이가 많다는 점이다. 즉 바로크가 죽지 않고 우리 곁에서 여전히 힘차게 살아 숨 쉬고 있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크 후기 로코코의 이미지는 역시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한 다음의 2006년 영화 《마리 앙투아네트, Marie Antoinette》에서 앙투아네트가 착용한 의상이 로코코 특징을 한눈에 잘 보여 주는데, 이전 바로크가 갖는 권력 추구 이미지에서 벗어나 로코코가 지향한 유희적이고 나른한 분위기의 쾌락 추구적 특징을 잘 보여 준다.
이처럼 로코코의 특징으로는 직선을 싫어하고 휘어지거나 구부러진, 정교한 장식을 애호하는 점에서는 바로크와 공통되나, 힘찬 모습(권력 지향적)의 바로크에 비해서 로코코는 오히려 우아하고 경쾌하며, S자형의 곡선, 비대칭적인 장식, 이국적인 풍취, 특히 중국 풍취가 두드러진다.즉 바로크가 지녔던 충만한 생동감(다이내믹)이나 장중한 위압감은 로코코에서는 세련되고 화려한 유희적, 그리고 쾌락적 형태로 변모한다. 다시 말하면 바로크가 힘차고, 의지적임에 반하여 로코코는 부드럽고, 감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로코코는 프랑스에서 강력한 왕권으로 통치했던 태양 왕 루이 14세가 1715년 사망하자 베르사유 궁전에서 숨도 못 쉬고 얽매어있던 귀족들이 자신들의 영지 돌아가서 자신의 저택과 주변 경관을 베르사유 궁중에서 본 것처럼 우아하고 풍요롭게 꾸미기 시작하며 본격적인 유행이 시작된다. 로코코란 말은 프랑스어 로카이유에서 왔는데, 로카이유(rocaille)란, 로크(돌)의 축소어로 작은 돌, 자갈이란 뜻이다. 르네상스 시대부터 유럽에선 궁정의 정원에 동굴을 만드는 것이 유행이었는데, 동굴을 이탈리아어로 그롯토(grotto)라 한다.
[Leonardo da Vinci – 암굴 속의 성모, The Madonna in the grotto 1493 - 1508]
당시 왕실이나 귀족들은 자신의 정원에 위의 다빈치의 그림처럼 암석을 이용해 작은 동굴을 만들어 그곳을 조개나 해마 같은 바다 생물처럼 기괴한 모양들로 조각한 돌들로 장식해 특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유행이 있었다. 이러한 유행이 건축과 실내 장식으로 번진 것이 바로 로코코 스타일의 건축 양식이며, 파리의 호텔 드 수 비즈 (Hôtel de Soubise)의 타원형 홀에서 바닷속 분위기가 연출된 당시 유행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처럼 그롯토(Grotto, 동굴)라는 인공적으로 만든 동굴 안을 작은 돌들과 조개껍데기 등으로 장식해서 마치 바닷속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주로 바다의 신인 넵튠(포세이돈)이나 해마, 돌고래, 조개류의 장식이 도드라졌고, 이러한 장식들이 후대로 갈수록 형태가 점점 추상화되어 다소 기괴한 분위기로 변해간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기괴하고 요망함을 나타내는 단어 그로테스크(grotesque)는 바로 ‘그롯토 같은’이라는 뜻이다.
당시 귀족들의 우아하고 나른한 취향이자 럭셔리한 간식거리였던 초콜릿도 그 영향을 받아 아직도 유럽 초콜릿의 모양 중에는 조개나 해마 모양 등 즉 그롯토(Grotto, 동굴)에 쓰이던 그로테스크한 것들을 쓰이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다음의 유명 초콜릿의 형태가 다음의 형태로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할 수 있으며, 조개나 해마 모양처럼 그로테스크한 모양의 초콜릿의 달콤한 또한 로코코가 선사하는 유희적이면서 쾌락적인 요소로 해석할 수 있다.
이처럼 바로크와 로코코가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권력 투쟁에서 승리한 자는 보편적으로 바로크적 취향을 갖게 되며, 비판받지 않는 절대권력은 절대 부패하듯이 로코코는 유희적 쾌락적 취향이 반영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대중 음악계에서 힙합 가수들의 문화적 특징 중 재밌는 점은 힙합 가수들은 랩 배틀을 즐겨한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힙합이란 장르의 속성 중 하나는 아웃사이더들끼리 랩 배틀을 통해 골목대장인 동네 왕을 선발하는 모습이라 할 수 있다. 즉 바로크의 속성 중 하나인 권력 투쟁적 요소가 다분하다 할 수 있다. 이런 배경으로 성공한 힙합 가수들은 대부분 다음의 바로크 스타일의 패권주의적 패션 취향으로 한껏 멋을 부린다는 점이다.
다음의 이미지가 그것을 잘 설명해주는데, 아래 첫 번째 이미지처럼 평소 바로크 스타일의 디자인을 선호하는 돌체앤가바나(DOLCE & GABBANA)의 정장 스타일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 발표한 힙합 스타일의 캐주얼한 의상 속에서도 고급스러운 바로크적 시그니처가 확인이 된다.
항상 랩 배틀을 걸어오는 상대에게 선빵을 날리며 물리쳐야 하는 래퍼들의 본능적 필요조건을 위해 돌체앤가바나의 힙합 컨셉은 바로크가 갖는 권력적 스타일의 색감과 패턴을 셔츠와 바지에 멋스럽고 고급스럽게 프린트해 강력한 인상을 내뿜는 형태의 디자인으로 래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리고 역사가 던져주는 무서운 교훈은 성공의 트로피로 바로크를 가지게 되면, 십중팔구 그 다음은 로코코의 달콤한 유혹이 강력하게 우리를 찾아온다는 점이다. 비판받지 않았던 절대권력 바로크의 마지막 씬(Scene)은 쾌락적 유혹으로 가득했던 로코코였으며, 로코코 시대가 추구한 유희적이고 쾌락적인 유산은 프랑스 대혁명으로 인해 단두대에서 절대권력을 누렸던 귀족들이 하루아침에 목이 날아가며 바로크와 로코코는 종말을 고한다.
많은 래퍼나 연예인이 종종 대단한 인기를 얻은 이후 쾌락의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무대에서 사라지는 경우처럼 예술사는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점을 깨닫게 해준다. 하지만 초콜릿처럼 달콤한 로코코의 유혹을 긍정적으로 잘 사용해, 한때 사양길에 접어들었던 구찌(GUCCI)를 로코코 장식예술로 새롭게 리뉴얼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재도약시킨 한 인물의 사례를 다음 편 칼럼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세상의 모든 것들은, 동전의 양면처럼 양면성을 가지기 마련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