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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순학의 문화노트] “르네상스 시대 원근법이 갖는 인간 중심주의!”

최고의 기술은 바로 예술이며, 르네상스 시대 원근법처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K-Classic News  황순학교수 기자 |

 

이탈리아 도시국가 중 하나인 피렌체 공화국에서 르네상스가 발생

 

기원후 4세기 무렵 지금의 서유럽 지역의 서로마 제국은 게르만족에 의해 멸망하고 신성로마제국 즉 중세를 맞이하지만, 동로마제국은 계속 건재해 오다 1453년 5월 29일 동로마제국의 수도인 콘스탄티노폴리스가 오스만 제국에게 함락당한다.

 

이 사건으로 천년이 넘는 세월 동안 존재해왔던 동로마제국은 종말을 고하게 되고 동로마제국의 그리스 고전학 연구 학자들과 선진 과학과 기술자들이 이슬람의 지배를 피해 당시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장 가까웠던 이탈리아 도시국가들로 대거 망명하게 되고, 결국 이탈리아 도시국가 중 하나인 피렌체 공화국에서 르네상스가 발생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은 당시로서는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한 결과였다.

 

그리고 베네치아 공화국을 위시해 이탈리아 내의 도시국가들은 오랫동안 동서 무역의 중계지로서 막대한 부를 형성을 할 수 있었고 여타의 유럽 국가들이 왕정 체제를 고수하고 있었던 것에 반해 베네치아와 피렌체로 대표되는 이탈리아의 도시국가들은 교황령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민주적 정치 체제인 공화국이었던 관계로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어 있었다.

 

특히, 이탈리아 피렌체 공화국에서는 상업을 기반으로 성장한 세력들이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는 다르게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성장해 있었다. 즉 ‘대상인(大商人)’ 그러니까 요즘 말로 재벌들이 새로운 정치 세력으로 권력의 중심에 깊숙이 들어와 있었고, 이들은 상인 계급은 자신들 또한 통치자가 될 수 있으며 그 당위성을 세상에 설명할 필요가 당연히 요구됐다.

 

이전의 교황과 교황청으로 대변되는 교회 권력이나 철저히 신분제를 중심으로 움직였던 중세 봉건제의 영향력 아래에서는 상인이란 것은 미천한 신분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와 고정관념을 벗어나야만 상인 계급 또한 통치의 당위성이 성립될 수 있기에 피렌체 상인 계급을 대표하는 메디치가의 일원들은 고대 그리스가 갖는 ‘인본주의’와 ‘인문주의’ 그리고 ‘민주정’으로 돌아가 통치의 당위성을 찾기 시작하고, 이것은 그대로 고대 그리스 인본주의와 인문주의 연구를 적극적으로 후원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 그리고 당시의 인문학자 잔노초 마네티(Giannozzo Manetti, 1396~1459)에 의해 다음과 같이 당시의 시대정신이 정립되게 된다.

 

                                     [잔노초 마네티 Giannozzo Manetti, 1396~1459]

 

1. 인간은 이 세상의 주인이며 왕이며 황제이다.

2. 인간은 아름답고 예수 그리스도를 인간의 형상으로 나타내는 것도 괜찮다.

3. 인간의 몸은 우주의 조화를 나타내는 생물이다.

4. 이 세상에는 인간이 연구하여 알게 되지 못하는 비밀이란 없다.

5. 이 세상은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다. 인간은 신이 그의 마지막이 아니다. 인간의 마지막은 그의 지식과 창조성에 있다. 

 

교황이나 왕 그리고 봉건귀족이나 상인들이나 똑같이 ‘인간’이란 존재로 하나가 되어 신 앞에서 평등

 

마네티 역시 귀족이 아닌 부유한 상인 가문의 아들이었다. 그는 피렌체의 자문 의원회의 의원, 대사 등 피렌체 정부 기관에서 다양한 경력을 쌓은 인문학자이자 신흥 계급이었다. 그 역시 메디치 가문의 일원처럼 똑같이 피렌체 정부에서 자신의 경력을 쌓아 나갈 수 있는 명분과 당위성이 필요했다.

 

이제 세상은 교황이나 왕 그리고 봉건귀족이나 상인들이나 똑같이 ‘인간’이란 존재로 하나가 되어 신 앞에서 평등해진다. 그리고 거세게 인문학이 세상을 지배해 나가기 시작한다. 최초의 근대적 역사학자로 평가받는 레오나르도 부르니 (Leonardo Bruni 1370~ 1444)에 의해 인문주의는 다음과 같이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된다.

 

                               [레오나르도 부르니 Leonardo Bruni 1370~ 1444)]

 

 1. 인간의 성질을 알려는 욕구로 인문주의의 방향성을 둔다.

2. 한 개인(인간)의 성과를 중요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3. 지금 현세의 삶을 천국에서의 삶 보다 중요시 하는 경향을 보인다.

4. 클래식 작품을 중요시하는 경향으로 여기서 클래식이라 하는 것은,

   고대 그리스와 고대 로마제국의 문명과 유산을 말한다.

5. 성서의 텍스트에 집중한 이전 중세적 학풍에서 벗어나 고대 그리스의 수사학적 유산인

   문법(Grammar), 웅변 (Rhetoric), 시 (Poerty), 역사 (History)가 새롭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6. 인간을 찬양하고 영광스럽게 생각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마네티나 부르니 등에 의해 신과 성서에서 벗어나 인간을 주제로 삼고, 인간의 성질을 알려는 욕구로 인문학의 방향성이 정해진다. 이런 방향성으로 인해 서양 인문학은 동양 인문학과는 다르게 인간이 추구해야 할 윤리적 이상적 당위성에서 벗어나, 인간의 본능과 욕망의 관점에서 인간을 탐구해 오고 있어, 서양이 이룩해 오고 있는 기술과 브랜드에는 늘 인간 본능의 욕구를 실현하고자 하는 서양 인문학의 솔직한 태도가 엿보인다는 점이 동양 인문학과 대조된다.

그 시작이 바로 원근법이었다. 

 

원근법은 인간의 시선으로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르네상스적 사고

 

“원근법은 신에게 어떻게 비췰지 근심하는 인간의 모습에서 벗어나,  인간의 시선으로 세상을 새롭게 해석하는 르네상스적 사고의 변화다!”  진품 또는 원본을 뜻하는 영어 오리지널(Original)의 어원은 라틴어 오리지날레(Originale)로, 오리엔트(Oriente)에서 건너온 사상과 문물을 뜻하며, 15세기 르네상스 이전까지만 해도 동양의 사상과 문물이 서양을 압도했다.

 

예를 들자면 종이, 화약, 의학, 수학 등 많은 분야에서의 산물이 중국이나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인 동양에서 건너온 것들이었으며, 서양이 사용하는 알파벳조차도 페니키아 상인들의 언어였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그리고 15세기 르네상스 시대 서양이 만들어 낸 최초의 오리지널이 바로 원근법이다. 동양의 역사에서 원근법은 19세기에 들어서 비로소 사용되는데, 다음의 그림처엄 서양의 원근법과는 그 본질에서 다른 측면을 갖는 역투시도법을 사용한다.

 


 

그럼, 동양은 예술사에서 19세기 이전까지 원근법을 무시하고, 사용하지 않았을까? 예술의 구성요소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면, 정신적 (Spiritual)인 면을 충족하는 요소와 망막적 (Retinal)인 요소를 충족하는 요소로 나눌 수 있는데, 동양은 정신적인 인식론을 바탕으로 다음의 그림처럼, 신장이 175cm인 사람이 뒤에 위치해도 키가 작아지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서양의 원근법은 다음의 그림처럼 2차원 평면에 3차원의 공간감을 조성하기 위해 사물을 조작해 착시를 구현하며 망막적 요소를 충족하는 점이 특징이다.

 

 

신처럼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어 내며 인간의 욕망을 구현

 

이처럼 원근법에 관한 동서양의 다른 세계관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 확연한 차이를 낳는다. 소실점이 사물 뒤에 존재하는 서양 예술은 신(사물)이 바라보는 인간상에서 벗어나 인간의 시선으로 세상을 주관적으로 바라보며 해석하는 태도가 엿보이는 것이다. 이런 해석은 신이 만든 자연을 정복하려는 욕망과 맞닿으며 15세기 대항해 시대의 개막을 시작으로 식민지를 건설해 나가며, 보이지 않는 신의 능력을 가시적 세계인 세상에서 구현하고자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게 되며, 결국 신처럼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만들어 내며 인간의 욕망을 구현하게 된다.

 

신에게 어떻게 비칠지 근심하는 중세적 나의 모습인 역원근법이 아닌 인간이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르네상스 시대 인간의 새로운 시각인 원근법은 지금의 미디어아트나 SF영화에서 착시를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무한하게 만들어주는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처럼 서양의 시각 원근법은 세상을 나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재해석하는 인간 자아의 실현에 있어 그 정체성의 방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음의 단테가 남긴 말에서도 확인된다. “남(신)의 목적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인간)의 목적을 위해 생존하라.” - 단테 알리기에리 이런 르네상스적 사고는 서양 언어에서 나를 지칭하는 Ego, Io, Je, I 등에서 나를 모두 대문자로 사용하는 배경으로 자리 잡는다. 그리고 르네상스의 시대 정신인 인간 중심주의 사고는 르네상스 시대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 작품과 작품 속 그가 써놓은 글귀로도 연결이 된다.

 

르네상스 시대 인간 중심주의 사고는 서유럽의 산업과 기술에 오롯이 이식

 

그의 작품은 자신의 모습을 예수로 형상화하며, 라틴어로 된 그의 글귀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나, 뉘른베르크의 알프레드 뒤러는 28세의 나이에 적절한 색상으로 나 자신을 묘사하였다.” 중세시대였으면 분명 신성모독과 불경죄로 종교재판에 회부 되어 화형당했을 일이었음을 충분히 상상할 정도로 교만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정체성 훌륭한 모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기서 재밌는 점은, 르네상스가 전해지는 지역에는 인본주의로 인해 봉건제의 구 체재가 전복되었다는 점이다. 프랑스와 영국이 그랬으며, 르네상스가 지리적 배경으로 인해 가장 늦게 도착한 러시아는 유럽 국가 중 봉건제를 끝까지 유지했던 유일한 국가이었지만, 서유럽발 인본주의 르네상스는 러시아 혁명의 배경 중 하나가 된다. 이처럼 르네상스 시대 인간 중심주의 사고는 서유럽의 산업과 기술에 오롯이 이식되는데, 다음의 그림이 그것을 잘 설명한다.

 

 

독일의 자동차 명가 BMW의 실내 디자인을 살펴보면, 위의 그림처럼 가격에 상관없이 시리즈별로 비슷한 분위기와 똑같은 핸들이 제공되는 모습의 매우 인간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동차 문화는 중세 봉건제처럼 계급, 즉 가격 차이에 따라 실내 디자인이나 핸들의 모습은 천지 차이로 나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외형도 유럽산 자동차들의 특징인 패밀리 룩을 통해 가격 차이가 안 느껴지는 스타일을 구현하지 못하는 점도 우리가 자동차를 계급의 산물로 여기기 때문이다.이처럼 르네상스가 구현한 인간 중심주의 사고는 예술사 책 속에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유럽 사회 전반에 존재한다. 

 

유럽에서는 로켓 배송이 불가능, 택배 노동자를 싼 가격에 고용할 수 없다

 

유럽에서는 로켓 배송이 불가하다. 왜냐하면 인간 중심주의 사고에서는 인건비를 가장 중요시하며, 평균적으로 우리보다 높게 책정하기에 로켓 배송을 담당하는 택배 노동자를 우리처럼 싼 가격에 고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 비추어 볼 때, 우리 사회도 르네상스적 새로운 시각으로 무장해 유럽 시장을 공략할 전략을 새롭게 구상해야 할 시점이 아닌가 싶다. 

 

이제 우리도 유럽처럼 인건비 절감보다는 예술과 기술이 융합된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 내야 하며 이를 위해 예술사를 재해석해 우리만의 시선으로 현대에도 유용한 고전 예술의 심미성을 발견해 기술에 이식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해 보인다. 최고의 기술은 바로 예술이며, 르네상스 시대 원근법처럼 세상을 새롭게 바라보며 재해석하는 능력이 기술 개발의 토대를 쌓게 한다는 예술사가 던져주는 교훈을 기억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