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
유학과 콩쿠르 만능을 넘어서 창작 실존주의가 와야
모든 창작의 원리는 동일하다. 배운 것을 넘어서 부딪히고, 깨닫고, 스스로 길을 내는 것이다. 기초를 배웠으면 자기 독창성을 길러야 창조의 뿌리가 내린다. 창작자의 행로에 적지 않은 갈등이 깔려 있다. 작곡해서 밥 먹고 살 수 있을까? 유학은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학위가 없으면 명함도 못내미는 사회다. 윤용하 , 김동진 작곡가의 개척기는 지났고 작곡의 기술 보유 능력은 매우 높다. 탐구심만 있다면 도처에 악보도 늘렸고 분석할 자료는 차고 넘친다. 시대가 달라진 것이다.
유학가는 것과 현장에서 독공(獨工)하는 것의 유불리를 냉정하게 분석해도 좋을 타이밍이다. 강사 자리를 쫒다가 인생을 날린 작곡의 생태계도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연극, 미술, 스포츠에는 학력을 따지지 않는데 유독 음악은 증명서가 없으면 맥을 못춘다. 이게 좋은 것일까? 학교 기준 때문에 발생한 문제인데, 스쿨 클래식이 빚어낸 우리 자화상이다. 배운 것 많큼 창작자의 사회적 대우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제 창작으로 살수 있는 제도 만들어야 할 때
프로필 나열한다고 음악을 좋게 들어 주지는 않는다. 한 번은 유럽에 초청되는 일본 작곡가가 있어 어떻게 당신은 매년 초청되느냐? 기자가 물었더니, 내게 특이한 것이 있다면 유학을 가지 않은 점이라 했다. 서구 물에 스며들지 않은 일본적 색채 그대로를 간직한 때문이다. 국내 한 중견 작곡가는 시골 산속에 창작실을 마련하고 밤낯없이 곡만 쓰는데, 코로나 전까지는 1억원이상을 벌었다고 한다. 장르 불문하고 너무나 많은 작품들이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쓰고 싶은 것 원도 끝도 없이 평생 쓰는 것, 이게 모든 작곡가의 로망이 아니겠는가.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는 명언이 세삼 떠오른다.
배움은 필요하다. 어느 상황까지는 배워야 한다. 모든 것이 시대도 변하고 상황도 변한다. 문제는 고정관념과 획일화 교육에 쇄뇌 당한 우리의 교육 현실이다. 새로운 생각을 늘 놓치지 않아야 하는데 걸림돌이너무 많다. 그리고 기본, 기초가 매우 중요한데 입학에서 부터 쉽게 들어 오고 악기 하나 다루지 않는 작곡도 문제다.
K클래식이 ‘학교 밖 창작 공방(工房)’을 화두로 던지는 것 역시 갇혀있지 말고 밖을 보자는 것이다. 울타리 안에 갇혀 4년 시간을 보내는 동안에도 오픈 마인드가 필요하다. 학교는 정보가 부족하고 현장의 흐름을 읽기 쉽지 않다. 학생들도 나름대로 분주하다. 대학이 폐쇄적이어서는 안된다는 주문을 해보지만 변하는 게 없다.
대구 계명대학교 작곡과 폐과, 타 지방 국립대도 이어져
대학 작곡과가 사라지고 있다. 충격적으로 지난해 대구 계명대학교 작곡과가 폐과되었다. 사정은 지방 국립대학에도 적용되고 창작은 점차 축소되고 있다. 불안한 미래는 학생만 겪는 것이 아니라 교수와 대학도 마찬가지다. 대학은 얼마나 이 위기 극복을 위해 변하고 있는가? 현실은 답답하다.
왜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창작 연주를 의무화하지 않는가? 연주가에도 좋은 방향이란 것을 왜 외면하는가. 한예종이 실시해 보았더니 학생들이 좋은 작품을 찾고, 거꾸로 작곡가는 좋은 연주가 를 찾으면서 보이지 않는 실력 향상이 이뤄지더라는 것이다. 아카데미란 실험과 새로운 방향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는 곳인데. 자기가 아는 것, 자기 생각에만 머무르고 남의 의견을 받아 들이지 않는 에고이즘이 오직 독주자만 양산하는 풍토를 만든 것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학 아카데미가 크레이티브를 수용하지 않고 장르 융합 개념도 없다면. 학교 소멸을 부르는 원인이다. 실존에서 살아 갈수 있는 교육으로의 전환에는 학생들의 요구가 포함되어야 한다. 학교는 교수 중심이 아니라 학생 중심으로 커리큐럼이 짜여야 좋은 학교다.
창작을 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통해 시장을 보는 눈을 길러줘야 한다. 중국은 오래전에 국악, 양악의 벽이 허물어졌고, 악기 개량도 되어 자유롭다. 지난 달 아창제 15주년 토론회에선 변하지 않는 국악을 두고 한계 안에서 씨름하는 창작에 열린 토론도 있었다. 콩쿠르 우승만 하면 길이 다 열리던가? 지난 30년간 1,300명 이상의 콩쿠르 우승자가 나왔지만 생존율은 희박하다. 콩쿠르가 순간의 희열로 그치지 않으려면 콩쿠르 만능 풍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것이 결코 일생을 책임지지 않는다. 생존에 치열한 인식이 없다면 유학도, 콩쿠르도 빛 좋은 개살구다.
100년 전 외교문화의 사교장이었던 덕수궁 돈덕전 재개관을 축하하는 국악 실내악 연주
비전공 작곡가 늘고 작품도 확장되고 있다
반면, 근자에 동호인 작곡이 늘고 있다. 가곡을 넘어 칸타타, 오페라까지 쓴다. 이 중에는 경계를 허무는 멋진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의사인 국현 작곡가는 왕성한 창작열에 해외 시장에서 저작권을 확보하고 작품성과 악보 출판에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그의 합창곡 '수리 수리 마수리'가 독일 도르트문트 청소년 합창단이 전 독일에서 우승하는가 하면, 경영학 전공 작곡가 김효근 교수는 세일문화재단으로 부터 올해의 작곡상을 받는 등 대중 가곡의 새 길을 열어 가고 있다. 비전공 창작 속도도 빨라지고 있고 우리 사회 전반이 업그레이드 되고 있음을 알수 있다.
프리즈서울 전시회가 열린 코엑스에 젊은 청년들이 북적인다. 티켓 가격이 8만원이지만 성황이다.
창작의 필요성 다양해지고 K 콘텐츠 국악과 양악이 결합도
한편으론 한류를 타고 우리 K 콘텐츠 시장이 열리고 있다. 게임 등 음악의 쓰임이 너무나 다양해졌다. 한국관광공사의 광고물 ‘범 내려 온다’가 수억뷰를 올린 것도 창작의 가능성을 확인시켜준 사례다. 배운 것을 넘어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찾아 나서 연극, 미술, 무용 등의 장르와의 협업에 나서야 한다. 우리나라 교육이 대학 전까지는 학부형에 지나치게 의존하다 대학에 오면 버려진다고 말한다. 때문에 스스로 하는 힘이 부족하고, 용기도, 결단력도 내지 못한다.
'학교 밖 창작 공방'은 이같은 보호로부터 벗어나자는 것이다. 큰 바다로 나가기 전에 근육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K클래식의 의도다. 생산은 소비자를 생각해야 하고, 소재는 체험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오페라 5편, 칸타타 9편을 만들었다. 일회성이 아닌 상설 레퍼토리가 만들었졌다. 이 중 칸타타 훈민정음은 초연 이후 2년 동안에 10회의 공연이 이뤄졌고, 지난달엔 창작사에 남을 뉴욕 링컨센터 무대에 올랐다. 그러니까 K팝에 이어 K컬처, K클래식 환경이 조성되면서 '연주가 시대' 에서 '창작 시대' 로 전환이 되고 있다. 대학이 변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교육이 미래를 보지 못하고 재현만 한다면 방향을 잃은 것이다.
한국 창작의 세계 진출 선두 주자 그룹을 만들자
한국에서도 이제 바로톡이나 코다이가 나와야 한다. 오륙도에서 해남 땅끝 마을에 이르는 1,470km 해파랑길. 그 해변을 따라 걸으며, 향토에 숨겨진 민요, 민속의 보물을 캐는 작업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오른다. 홀로 배낭을 메고 풍찬노숙하며 역사의 숨결과 혼(魂)의 영감을 찾아 작품화하는 것이 창작자의 길이고 이것은 멋진 작업이다.
교통이 불편해도 오고 가는 시간에서 스스로가 배우고 깨어 난다고 철학자 정진석 교수는 말한다. 누구라도 자기만의 ‘장르 개념’을 만드는 탁월성을 길러야 한다. 서구 편향이 아닌 우리 모국어에 기반을 둔 창작이 필요하다. 늘 의식이 깨어지는 거울의 방 하나를 설정하면 어떨까? K클래식- 학교 밖 창작 공방(工房)에 많은 학생들과 작곡가들이 참여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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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탁계석 프로필
한국음악협회 부이사장 역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심의위원
세종문화회관, 국립극장 자문위원 역임
문화저널21 논설주간 역임
한국경제문화연구원 한류문화예술위원장역임
(현)한국예술비평가협회장(현재)
(현)K- 클래식조직위원회 회장
(현)K클래식뉴스 발행인
<작품세계>
[탁계석 Note] 본격적인 K콘텐츠 시대 칸타타의 힘 (kclassic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