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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탁계석 회장 제2회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을 말하다

“마스터피스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것입니다”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제2회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이 성황리에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느낀 분위기부터 묻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작품이 스스로를 증명했다는 점이 가장 큽니다. “감동적이다”, “전위적이다”, “신선하다”, “우리만의 가곡 색깔이 분명하다”는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이것은 연출이나 홍보의 결과라기보다, 음악 그 자체가 청중과 직접 만났다는 증거라고 봅니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박영란, 김은혜, 임준희, 오숙자, 장은훈, 정덕기 등 한국을 대표하는 작곡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이 라인업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이분들의 작업은 단발성 레퍼토리가 아닙니다. 오랜 시간 축적된 작곡 세계가 있고, 이번 무대는 그 결과물이 한자리에 모인 장이었습니다. 저는 이것을 ‘명작 후보군의 형성’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마스터피스는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하지 않습니다. 반복 연주와 재해석을 견디며, 시간 속에서 살아남은 작품만이 그 이름을 얻습니다.

 

회장님께서 자주 말씀하시는 ‘마스터피스’의 정의가 인상적입니다. 다시 한번 정리해 주신다면요?

 

마스터피스는 ‘잘 만든 작품’이 아닙니다. 시대를 견디고, 인간의 감정과 기억 속에서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생명체입니다. 들려지고, 불려지고, 다시 태어나며 세대를 건너 감동을 축적하죠. 그래서 마스터피스는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선별되는 것입니다. 시간이라는 가장 냉정한 비평가 앞에서 탈락하지 않은 작품만이 살아남습니다.

 

이번 공연에서는 성악가들의 역량에 대한 평가도 매우 높았습니다

 

특히 1부에서 피아노 반주만으로 무대를 이끌어간 성악가들의 집중력과 밀도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중창에서는 완벽한 조화와 클라이맥스가 형성됐고, 관객들도 그 순간을 정확히 감지했습니다. “예당에서 본 공연과 다르다”는 말이 나왔는데, 저는 이것이 공연의 미학적 차별성을 잘 보여주는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뉴욕 등 해외 대도시 순회공연을 시도해보라”는 관객 반응도 있었습니다. 충분히 의미 있는 제안입니다. 이번 무대에서 분명해진 것은 우리가곡이 서양 가곡의 모방이 아니라, 다른 문법을 가진 장르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언어, 정서, 흥이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오페라 아리아 역시 외국 작품에 뒤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가능한가’가 아니라 ‘어떻게 나갈 것인가’의 문제로 넘어가야 합니다.

 

이번 페스티벌은 지원금 없이 협업으로 이루어진 점도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 점이 매우 중요합니다. 예술은 언제나 먼저 울림을 만들고, 구조는 그 뒤를 따릅니다. 푸르지오 김주일 대표, 현대문화기획 최영선 대표, 굿스테이지 송인호 대표, 몽후기획 최은지 대표 등과의 협업은 마스터피스가 개인의 천재성만으로 탄생하지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이것이 바로 K-Classic이 지향하는 지속 가능한 문화 생태계입니다.

 

부제인 〈행복한 K가곡, 새로운 맛있는 요리〉가 인상적입니다

 

‘요리’는 분명한 은유입니다.좋은 재료, 우리의 언어, 정서, 전통에 시대 감각이라는 불을 정확히 조절하고 작곡가라는 셰프의 개성이 더해질 때 비로소 명작의 맛이 완성됩니다. K-Classic은 칸타타, 가곡, 오페라, 음악극을 통해 이 과정을 집요하게 반복해 왔습니다. 우리의 것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형식으로 번역하는 작업, 그것이 핵심입니다.

 

마지막으로, 마스터피스 페스티벌이 남긴 의미를 한 문장으로 정리해 주신다면요?

 

마스터피스는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누적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 자체가 이미 하나의 사회학입니다. 우리가 남긴 오늘의 무대가 내일의 표준이 되고, 지역의 노래가 세계의 언어가 되는 길, K-Classic은 그 항로에 지워지지 않는 좌표를 찍는 작업을 계속해 나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