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여행하며 만난 풍경을 사진으로 찍고, 그 기억을 다시 그림으로 옮기고, 마지막으로 글로 완성하는 작가가 있다. 전직 방송작가에서 여행 기반 예술 창작자로 전환한 김재영 작가다. 그는 최근 첫 단체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하며, 자신의 예술적 여정을 공식적으로 관객 앞에 펼쳐 보였다. 이번 전시는 한 명의 창작자가 삶의 변화와 경험을 어떻게 예술로 전환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김 작가에게 여행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창작의 원천이다. 그는 "여행은 늘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낯선 공간에 서면 익숙한 감정이 흔들리면서 다른 생각들이 들어온다"며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도 결국 그 순간의 흔들림을 잡아두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사진에 머물지 않았다. 기록된 이미지를 다시 꺼내 바라보는 과정에서 그림이라는 또 다른 표현 욕구가 생겼고, 전직 방송작가 경력은 이 기억을 글로 엮어 스토리화하는 데 자연스러운 힘이 되었다.

□ "사진만으론 부족했다… 마음이 흔들린 순간을 다시 꺼내보고 싶었다"
김재영 작가가 그림을 시작한 배경에는 여행의 감정을 더 오래 붙잡아두고 싶은 욕망이 있었다. 그는 이렇게 회상한다.
"어느 날 여행 사진을 다시 보는데, 그 순간의 공기·온도·사람 냄새 같은 게 눈앞에 다시 펼쳐지는 느낌이 들었어요. 그런데 사진엔 그 감정의 온도가 다 담기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그 장면을 제 손으로 다시 꺼내보고 싶었어요. 그게 그림의 시작이었습니다."
그에게 그림은 사진보다 더 내밀한 언어다. 그는 사진이 '사실'을 담는 도구라면, 그림은 그 사실을 '나만의 감정'으로 다시 번역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또한 글쓰기는 그 과정 전체를 이야기로 묶어주는 '서사의 축'으로 기능한다.
"사진은 기록, 그림은 해석, 글은 호흡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이 세 가지를 모두 사용할 때 비로소 제 여행이 완성되는 느낌이 듭니다."
□ 전직 방송작가의 '이미지-서사 결합 능력', 예술로 옮겨오다
김재영 작가는 오랫동안 방송작가로 일했다. 글을 통해 화면의 구조를 만들고, 이미지를 통해 메시지를 구성하는 일이 그의 일이었다. 이 경험은 지금의 예술 작업에 깊은 영향을 준다.
그는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을 보면 장면의 흐름이 떠오르고, 그 안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며 "방송작가 경험이 제게 사진·그림·글을 하나의 서사 구조로 묶는 힘을 줬다"고 설명했다.
이번 단체전에서는 이러한 그의 '다층적 작업 방식'이 관람객으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작품이 단일 매체가 아니라 서로 연결된 구조를 가지고 있어, 관람자가 김 작가의 여행 속으로 하나의 이야기처럼 들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다.

□ "환갑에 사진전·그림전·출판기념회, 세 가지를 한 자리에서 열고 싶다"
김재영 작가에게는 오랜 꿈이 있다. 기념비적인 나이에 자신이 걸어온 창작 여정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완성하는 것이다.
"환갑 즈음엔 꼭 제 여행을 모티브로 한 사진전, 그림전, 그리고 책 출간을 한 자리에서 열고 싶습니다. 여행의 기록·해석·서사를 모두 보여주는 자리로 만들고 싶어요."
이번 단체전은 그 꿈을 향한 첫 발걸음이었다. 그는 "오늘의 전시는 제 창작 인생의 첫 문을 여는 날과 같았다"며 "늦게 시작한 길이지만, 그만큼 더 단단하게 걸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이 주목한 '여행 기반 예술의 확장 가능성'
예술 관계자들은 김 작가의 작업에 대해 여행 콘텐츠 시대의 흐름과 맞물리는 새로운 예술 형식이라고 평가한다. 사진의 현실성, 그림의 감성, 글의 이야기가 결합된 작업 방식은 현재의 문화 소비 방식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한 관계자는 "작가 개인의 여행 경험이지만, 기억의 구조가 작품 전반에 잘 녹아 있어 관람객이 자신의 경험을 덧입히며 감상할 수 있는 여지를 준다"며 "사진 기반 회화의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했다.
□ "앞으로도 여행하며 예술의 속도를 만들고 싶다"
한편 김재영 작가는 이번 전시를 계기로 여행 기반 창작 활동을 더욱 확장할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도 여행지의 장면을 제 감성으로 다시 읽고, 그 순간을 예술로 남기고 싶다"며 "여행은 새로운 질문을 던져주는 공간이고, 그 질문들이 결국 제 작업의 재료가 된다"고 말했다.
그의 다음 여행지가 어디일지, 그곳의 풍경은 어떤 사진과 그림, 이야기로 다시 태어날지 기대가 모인다. 김재영 작가의 예술 여정은 이제 막 첫 장을 펼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