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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칼럼] 오페라진흥법으로 오페라를 살려야 한다

6월 5일 국악진흥법 제정 기념 잔치, 경복궁에서 풍악 울려라 !!~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5월 18일 스페인 모누멘탈극장 무대에 오른 임준희 작곡 '천생연분'

국립오페라단(예술감독: 최상호)과 밀레니엄합창단(단장: 임재식) 협업 공연 (photo: 밀레니엄합창단 제공) 

 

‘오페라가 죽어간다’는 말은 진단이 아니라 방치된 현실의 비명이자 절규다. 예술의 꽃이라 불리던 오페라는 지금 우리 곁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공연 횟수가 줄고, 창작 오페라는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예산 장벽에 가로막힌다. 그 사이 성악가들은 무대가 없어 해외를 떠돌고, 작곡가는 지원없이 버티고 있다. 이대로 가면 한국 오페라의 실기(失機)의 역사로 남을 수밖에 없다.

 

국가 차원의 전략적 처방이 ‘오페라진흥법’ 제정이다

 

왜 지금 ‘오페라진흥법’인가?

 

국악진흥법이선포되어 오는 6월 5일 경복궁과 전국 일원에서 잔치를 연다. 국악의 국민적 공감대형성과 생활화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이다. 당연히 진흥법은 예산을 바탕으로 만들어 지니 최대의 국가 재정이 지원되는 스포츠에 이어 국악진흥이 본 궤도에 오르는 것이다.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박동진 명창의 카피에 이어 유인촌 장관의 업적이 될 것 같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이 선거 구호만이 아닐 것이다. 표가 되지 않는 종족(?)은 돈도 안된다는 또 하나의 엄연한 진리를 확인해야한다. 이 모순 극복을 하지 못하면 우리는 낙동강 오리 알로 수면위를 빙글빙글 돌다가 지쳐 사라질 것이다. 누구탓만 하는 것이 답이 아닌 것이다. 

 

오페라는 성악·연극·무대예술·문학·디자인·영상 등 융합예술의 총화로, 단순 공연이 아닌 종합산업 콘텐츠이다. 그러나 현재 정책 틀 안에서는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애매한 장르’다. 문체부와 예술위원회 사이에서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지원 예산도 국악, 무용, 연극, 클래식 등과 나뉘어 받는다. 그러니 누가 책임지고 오페라를 육성할 것인가?

 

오페라는 오페라하우스가 있어야 존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에겐 진정한 전용 오페라하우스가 없다. 국립오페라단 조차 임대차 보호법 대상이 아닌가! 이마저도 대관 일정에 휘둘리니 장기 기획이나 레퍼토리 운영은 요원하다.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완공되어도 부산 재정으론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 그렇게되면 지어 놓고 뮤지컬 상납(?)은 불보듯 뻔한 것 아닌가. 우리 민간 오페라단들이 독립군처럼 일하고도 연금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도 법 제정해 오페라인 답게 한번 살아 보자. 바야흐로  K콘텐츠 세상이 열리고 우리 K오페라가 글로벌 진출을 해야 한다. 때마침 들려 온 스페인 '천생연분' 소식이 깃발처럼 가슴에 펄럭인다. 하여, 죽기 전에 께갱~ 이라도 한번 해야 하지 않겠는가! .오페라는 기량이 축적된 예술이다. 유럽이 오페라 강국이 된 이유는 수백 년 전부터 예술 인프라가 제도화되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제도와 법으로 기반을 다져야 한다.

 

‘진흥법’은 선언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오페라진흥법은 단순한 음악계 요청이 아니라 국가 문화 브랜드 K-Opera 육성의 핵심 법안이다.이 법이 제정되면 다음과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1. 오페라의 독자적 예술 장르로의 법적 지위 확보와 국고 지원의 법적 근거 마련.

2. 전용극장 건립의 법적 뒷받침이 되어 오페라 전용 인프라 구축과 레퍼토리 시스템 정착.

3. 지방 오페라단 지원 체계화: 광역시·지자체 단위 오페라단 설립 및 지역 문화 진흥.

4. 교육·연구기관과의 연계: 성악·작곡·무대기술·예술경영 전공자들을 위한 실습 및 취업 연계.

5. 국제화 기반 마련:  K-Opera를 통해 국가 브랜드를 확장하고, 세계 오페라 극장 진출 전략의 제도적 기반 조성.

 

지금이 골든타임이다. BTS의 K-POP이 세계를 뒤흔드는 이 시기, 고급 문화예술 콘텐츠인 K-Opera를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국회 차원의 입법적 결단이 필요하다. 오페라진흥법은 단지 예술계를 위한 법이 아니다. 이는 국가의 문화 자산을 지키고, 미래 세대의 문화주권을 확보하는 일이다. 혼자서는 못해도 힘을 뭉치면 못할 것이 없다. 

 

민간과 정치가 함께 손잡아야

 

그간 민간은 끊임없이 K-Opera 창작에 도전해왔다. 창작 오페라 <춘향전>, <봄봄>, <천생연분>, <황진이>, <논개>, <달이 물에 오르듯> 등 수많은 작품이 국제적 수준의 기획과 무대를 통해 세계 진출을 모색해왔다. 그러나 더 이상 민간의 자발성과 예술인의 헌신만으로는 한계다. 법이 있어야 산업이 되고 , 제도가 있어야 기업의 투자가 이루어진다.

 

그리고 정책은 입법으로 완성된다. 입법은 정치의 결단이다. 지금 국회는 이 결단을 해야 할 때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맨 첫타석에 홈런이 되도록 오페라진흥법부터 떠들어 보자. 이 입법이야말로 새로운 시작이며, 예술강국 대한9민국으로 가는 필수 조건이다.  지금 민간오페라단 축제가 맨 땅에 헤딩하며 경이롭게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이 혼란의 정국에 무슨 오페라냐? 할 것이 아니라 전쟁 중에도 극장 로비에 샹드리에를 환하게 밝혔던 베를린 오페라하우스. 그렇다.  현실이 참혹하고 고통스러울수록 예술의 화원花園)에서 만이 인생은 아름다울 수가 있다.  이것이 예술이고 그래야 선진국이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님과의 마지막 기념 사진 ( photo>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손진책 연출가, 신은향 문체부국장, 탁계석 회장, 유인촌 장관, 양혜숙 원로연극 평론가, 박수길 전 국립오페라 단장,

이영조 작곡가, 박웅 극단 자유 대표, 구자흥 극장 경영자 (*신수정 예술원회장)

스페인 모누멘탈극장 K 오페라 열풍의 관객 모습 (photo: 밀레니엄 합창단 제공) 

 

지원없이 맨땅에 헤딩으로 펼쳐지는 오페라축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