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영화와 스포츠를 통해 통일의 의미를 풀어온 단체가 이번에는 음악을 택했다.
오는 24일 서울 서초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나래코리아와 함께 하는 통일문화 음악회'는 통일을 정치적 구호나 제도적 언어가 아닌, 감정과 기억, 공감의 차원에서 다시 건네보려는 시도다. 거창한 담론보다 사람의 마음에 먼저 닿는 방식을 택한 무대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번 공연은 사단법인 통일문화(대표 이상엽)와 나래코리아(대표 김생기)의 협업으로 마련됐다. 형식상으로는 클래식과 대중가요를 아우르는 콘서트지만, 그 바탕에는 통일을 보다 생활 가까운 감각으로 환기하려는 기획 의도가 깔려 있다.
통일문화는 그동안 문화예술과 공공 활동을 접목해 통일 담론의 문턱을 낮추는 작업을 이어왔다. 현대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소떼 방북’에서 착안해 북한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만 개를 보내겠다는 구상 역시 그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거대한 담론보다 사람의 삶과 아이들의 일상에 먼저 닿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단체는 2021년 행정안전부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아 '통일문화 영화제'를 개최했고, 2024년에는 약 18개월의 준비 끝에 키르기즈스탄 어린이들에게 축구공 1004개를 전달하는 후원 사업도 진행했다. 통일을 직접적으로 외치기보다, 연대와 공감의 감각을 생활 속에서 축적해가는 방식에 가깝다.
이번 음악회 역시 그런 흐름의 연장선에 놓여 있다.
전주국제영화제 전야음악회 행사 등을 통해 꾸준히 '나래코리아 음악회'를 이어온 나래코리아가 함께하면서 공연의 외연도 넓어졌다. 통일문화 이상엽 대표는 "영화와 스포츠 분야에서는 여러 활동을 해왔지만 음악회를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공동 개최를 제안한 김생기 대표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나래코리아 김생기 대표는 "우리 사회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작지만 의미 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들과 앞으로도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공연은 1부 클래식, 2부 대중음악으로 구성된다.
1부에는 첼리스트 김인하, 기타리스트 정욱, 바리톤 석상근, 소프라노 송난영, 피아니스트 박혜미가 출연한다. 슈만의 Widmung(헌정), 에디트 피아프의 Hymne à l’amour(사랑의 찬가), 모리코네의 Cinema Paradiso(시네마 천국), 한국 가곡 목련화, 엄마야 누나야 등이 무대에 오른다. 성악과 기악, 실내악이 어우러지는 구성으로 고전적 서정과 한국적 정서를 함께 담아낸다.
특히 앵콜곡으로 준비된 '그리운 금강산'은 이번 공연의 의미를 가장 직접적으로 압축하는 대목이다. 한국 공연장에서 이 곡은 단순한 가곡을 넘어, 닿을 수 없는 풍경과 잃어버린 장소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환기하는 상징처럼 기능해왔다. 통일을 정면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분단 이후 한국 사회가 오래 품어온 감정의 층위를 자연스럽게 불러낸다.
2부에는 '회상', '사랑의 썰물', '내 그리운 나라'로 잘 알려진 가수 임지훈이 무대에 올라 공연의 후반부를 이끈다. 세월의 결을 머금은 그의 노래는 1부의 클래식이 만들어낸 정서적 긴장을 보다 넓은 공감의 영역으로 풀어내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클래식과 포크 발라드를 한 무대 안에 나란히 놓은 구성 자체가 세대와 취향의 경계를 넘어서는 하나의 제안처럼 읽힌다.
한편 '나래코리아와 함께 하는 통일문화 음악회' 총연출을 맡은 하진석 ㈜콘텐츠네트워크 대표는 "다양한 연령대의 가수와 연주자들이 함께하는 만큼 힘과 예술성의 조화를 추구했다"고 말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통일은 점점 더 멀고 추상적인 단어가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그래서 더 필요한 것은 그것을 다시 인간적인 차원으로 번역해내는 상상력일지 모른다. 서초아트센터에서 열릴 이번 무대는 통일을 거창하게 설명하기보다, 먼저 함께 듣고 함께 느끼는 일에서 출발해보자는 제안에 가깝다.
그 조용한 우회가, 어쩌면 가장 오래 남을 방식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