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오피니언 리더의 책임과 목소리 한국은 ‘끈의 문화’를 가진 나라다. 혈연·지연·학연으로 이어지는 연고주의가 그 어떤 나라보다 강하다. 이것이 때로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지역을 살리고 공동체를 가꾸는 힘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이번 ‘우리 고장을 빛내는 오피니언 100인 초청 콘서트’는 바로 이 끈의 문화를 세련되고 품격 있게 승화시켜, 지역사회의 문화적 연대와 비전을 만드는 자리가 되고자 한다. 오피니언 리더들이 모여 내는 목소리는 단순한 참여를 넘어, 고향을 위한 책임 있는 응답이다. 향토성 복원과 고향 사람들의 참여 산업화와 도시화 속에서 고향의 향토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다. 그러나 한 지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풍습, 전통과 문화예술은 단순한 과거가 아니라, 오늘날을 풍요롭게 하고 미래를 살찌우는 뿌리다. 이번 콘서트는 음악과 예술을 매개로 잊혀진 고향의 정서를 되살리고,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장을 마련한다. 특히 학교 동문과 동창회, 향우회와 친목 모임, 의료계를 비롯한 직종별 모임 등은 우리 사회 끈 문화의 중심이 되어 응집력을 발휘한다. 이는 일종의 ‘예술 정장 입히기 프로젝트’로
K-Classic News 원로음악인 부산콘서트홀 부산 콘서트홀의 최근 기획을 접하면서 많은 음악인과 시민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감정은 아쉬움을 넘어선 당혹감일 것이다. 음악적 안목과 전문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수준의 프로그램들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전용 콘서트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운영 방식은 여전히 유명 연주자의 이름값에 의존하거나, 형식적인 공연 나열에 그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의 부실은 단순히 한 공연장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곧 부산이라는 도시 전체의 문화 수준과 직결된다. 공연 기획은 한두 차례의 이벤트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도시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미래의 예술적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나 지금의 부산 콘서트홀에서는 그와 같은 책임 있는 기획 의지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부산의 피아니스트 김정화 씨가 현 기획의 문제점을 직접 언급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현장의 연주자들이 느끼는 불합리와 답답함이 결국 국가적 행사에서까지 터져 나온 것이다. 이는 부산 음악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전문성이 결여된 행정적 기획은 결국 예술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과정의 힘 물이 끓는 지점이 있고, 얼음이 어는 지점이 있듯 세상의 모든 일에도 임계점이 존재한다.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것은 없다. 수많은 시행착오와 과정을 거쳐야 조금씩 성취가 쌓인다. 음악가의 길도 다르지 않다. 무대 위의 영광은 보이지 않는 연습과 실패,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시간의 결과다. 예술의 숙명 예술은 소비재 산업과 달리 태생적 한계를 갖는다. 기업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제품을 개발하고, 치열한 마케팅을 통해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그러나 아티스트들은 각자 도생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극소수의 스타급을 제외하면 99% 이상의 이들이 생존조차 버겁다. 시장 논리만으로는 버틸 수 없는 구조다. 연합과 공유 이럴 때 필요한 것이 ‘연합’이다. 여러 아티스트가 모여 1/N 투자로 공동 프로젝트를 만들고, 수익을 공정하게 나누는 방식이다. 개런티를 앞세우기보다 작품 완성 과정에서 점진적으로 분배하는 ‘적립형 개런티 제도’가 대안이다. 투명성과 합리성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그래서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이 중요하다. 끓는 물의 비유 물을 끓이려면 올바른 방법과 시간이 필요하다. 예술도 그렇다. 얼
K-Classic News 이건희 기자 | 칸타타 <송 오브 아리랑>이 올해 여러 무대에서 울려 퍼졌습니다. 어떤 반향을 체감하셨는지요? 올해 초 울산시립합창단 신년 음악회와 9월 광주시립합창단 정기 200회 기념 공연에서 부산·대구 시립합창단이 합류해 합동 무대를 꾸몄습니다.한국 창작 칸타타 역사에서 보기 드문 규모였고, 무엇보다 객석의 뜨거운 반응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를 “우리 합창사에 새로운 전기(轉機)”라고 평가하고 싶습니다. 합창음악이 주는 울림이 특별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합창은 기악과는 달리 모국어의 직설적인 호소력을 갖습니다. 특히 <송 오브 아리랑>은 단순한 선율을 넘어 민족의 전설, 역사, 굴곡진 삶의 희로애락을 담아냅니다.하와이 사탕수수밭, 중앙아시아 설원, 기차 지붕 위에 실려가던 동포들… 이 모든 장면이 아리랑의 선율 속에서 펼쳐지지요. 앞으로 이 작품이 어떻게 자리 잡기를 원하십니까? 장기적으로는 상설 레퍼토리로 정착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한국의 주요 합창단들이 언제든 공연할 수 있도록 보급하고, 더 나아가 일본·동남아시아, 유럽 등 세겨합창단과의 교류 무대로 확장되길 희망합니다. ‘아리
K-Classic News 김은정 기자 | 회장님, 최근 광주·부산·대구 시립합창단 합동으로 열린 송 오브 아리랑 공연이 많은 이들의 감동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네, 광주·부산·대구 합창단이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이 상징적이었고, 객석의 반응은 단순한 감상의 울림을 넘었습니다. 아리랑이라는 노래가 갖고 있는 민족의 DNA를 건드려서, 많은 사람들이 눈가를 적시거나 마음속 깊은 부분이 흔들리는 걸 느꼈습니다. 아리랑이 일상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삶의 이야기로 되살아나는 순간이었지요. 베토벤 합창 같은 서구 합창 레퍼토리가 오래 사랑받아 왔지만, 회장님은 아리랑이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고 보시는데요. 어떤 점에서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첫째, 아리랑은 한국인과 해외 동포 모두에게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정서가 있습니다. 지역마다 다양한 아리랑이 존재하지만, 결국 ‘같은 뿌리’라는 인식이 공연을 통해 강화됩니다. 둘째, 송 오브 아리랑은 단지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대본과 이야기가 있는 합창 작품이라서, 감동을 주는 힘이 더 강합니다. 셋째, 현재 사회문화적 맥락, 한글 문화 확산, K-Classic 붐, 해외 관심 등이 아리랑
K-Classic News 김은정 전문 기자 | 인간의 목소리, 가장 순수한 악기 인간의 목소리처럼 순수한 천연 악기가 또 있을까? 말과 언어를 넘어, 노래에는 마음을 울리고 영혼을 흔드는 힘이 있다. 특히 합창은 수많은 목소리가 조화를 이루어 단일한 울림을 만들어내기에 가장 강력하고 매혹적인 예술적 호소력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지휘자들은 늘 최상의 합창단을 꿈꾸며, 그 속에서 삶의 의미와 예술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한다. 합창은 단순한 취미나 무대 공연을 넘어, 인간 공동체가 함께 부르는 가장 숭고한 예술 행위다. 한국 합창의 현주소와 과제 우리나라에는 국립합창단 창단 이후 50여 년간 전국 각지에 시립합창단이 설립되었고, 민간 합창단까지 합하면 수천 개에 달한다. 그만큼 합창 인구와 저변은 넓지만, 이제는 '탁월함'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시대가 변했고, 세대가 달라졌으며, 청중의 감수성 또한 과거와 같지 않다. 관객은 늘 새로운 감동을 원한다. 따라서 합창단 역시 다양한 형식과 새로운 레퍼토리를 통해 ‘맛을 달리한 메뉴’를 선보여야 한다. 그러나 순수 합창의 품격을 유지하려면 상당한 재원과 동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티켓 판매만으로
K-Classic News GS,Tak Chirman | 낙동강 지류가 흐르는 밀양에서 포즈를 취한 탁계석 대본가.( Photo: 김옥) 독도의 노래에서 시작된 출발선 탁계석 작가의 공식적인 첫 작품은 KBS 열린음악회 무대였다. 이순신 장군 탄신을 기념하며 요청받은 애국적 노래가 바로 임준희 작곡 「독도의 노래」였다. 이 작품은 운 좋게도 육해공군 정훈 교재로 채택되며 전국적으로 울려 퍼졌다. 처녀작이 곧장 공적 무대와 교육 현장에서 울림을 얻은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며, 작가의 출발을 상쾌하게 열어주었다. 이어서 「그리움도 행복이어라」, 「오래된 정원」, 「아프지 말아요」, 「목련이여」, 「가을비」와 같은 서정적 가곡들뿐 아니라, 「와인과 매너」, 「내 사랑 김치」, 「된장」, 「간장」, 「불고기」, 「막걸리」 등 한류 음식을 주제로 한 노래들을 통해 대중성과 한국적 정서를 동시에 담아냈다. 특히 음식 노래의 시도는 센세이션을 불러오며 이후 여러 작곡가들은 100 여곡이 넘는 레퍼토리를 남겼고, 한국 가곡사에 독창적인 장르를 열어젖혔다. 칸타타와 오페라, 제2기의 비약 작품 세계 제2기는 본격적인 오페라와 칸타타 창작으로 확장되었다. 오페라 「소나기」,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에리히 프롬, 키에르케고르, 아리스토텔레스 소유냐 삶이냐 어느 철학자는 말했네 소유를 부러워 말라고 하면 할수록 목마른 갈증 욕망의 덫이 된다 했네 그보다 바람의 자유를 즐기고 존재의 빛으로 오늘을 살라 했네 사막에선 들꽃 향기, 황금 왕관보다 귀하고 무인도에선 황금사과보다 한 모금의 물이 소중하듯이 우리네 인생, 큰 소유 없어도 기록과 예술은 영원하리 즐기는 인생을 살라고 소멸하는 몸이여, 다 쓰지 못한 물질이여 새 생명 되어 다시 태어나라 그럴 때 삶은 자유, 삶은 기쁨이라오 어느 철학자는 말했네 날마다 깨어 있으라고 소유냐 삶이냐 늘 깨어 있어라 하였네 소유의 덫과 존재의 해방, 에리히 프롬의 통찰 에리히 프롬은 『소유냐 존재냐』에서 현대인의 위기를 ‘소유의 삶’과 ‘존재의 삶’으로 구분했다. 소유의 삶은 끊임없이 축적하고 쥐어야만 안도하는 방식이지만, 이는 불안과 결핍을 낳는다. 반면 존재의 삶은 현재를 살아내며, 자유와 창조적 활동 속에서 진정한 인간성을 발견한다. 우리가 오늘 서 있는 지점은 바로 그 경계, 소유의 강박을 넘어 존재의 풍요로 나아가야 하는 문턱이다. 실존의 무게, 키에르케고르와 하이데거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Deutsche Oper Berlin 극장 로비에서 최근의 활동 근황이 궁금하군요. 현재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Deutsche Oper Berlin에서 소프라노 솔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외 공연이 상당히 활발한 것으로 보이는데, 대표적인 공연장에서의 공연과 반응을 듣고 싶군요. 극장 소속 가수 중 유일한 콜로라투라 소프라노로, 주로 리릭 콜로라투라 롤들을 맡고 있습니다.지난 시즌(24/25)에는 도이체 오퍼에서 한국인 최초로 Rigoletto의 Gilda 역으로 데뷔했는데, 전체 관객이 기립박수를 보내주셔서 정말 의미 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세계적인 베르디 바리톤 Juan Rodrigez와 함께 무대에 설 수 있어 큰 영광이었고, 공연이 끝난 후 직접 찾아와 공연이 너무 좋았다고 말씀해주신 모든 관객분들, 그리고 칸틴에서 받았던 박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입니다. 아직 싸인이 없어 정자로 제 이름을 프로그램에 또박또박 적어드린 기억이납니다. 저에게 큰 기회를 주신 도이체 오퍼의 캐스팅 디렉터 크리스토프 조이펠레에게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한 기억에 남는 것은 Staatsoper Unter den Linden에서의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설득력있는 서사의 스토리 청중에게 명중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모든 예술 장르가 해방의 역사, 과거로 부터 현재에 이르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화성소사이어티(대표: 신사임)의 야심찬 기획 '피아노 아리랑 페스타'역시 피아노가 어떻게 해방을 이야기할 것인가? 결코 쉽지 않은, 난제를 풀어 냈다. 기획의 힘이다. 설득력있는 서사의 스토리를 청중에게 명중시킨 것이다. 그러니까 비극의 시작 전인 1910년을 시작으로 해서 환희의 순간인 1945년 8월 15일에 이르는 과정을 조명하면서,역사의 장면, 장면을 포착해 음악으로 환치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중요한 사건들에 감정과 긴장을 불어 넣으면서 서양악기인 피아노가 국악기와 놀면서 장단에 동화되어 가는 과정이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이때 시종일관 아리랑 멜로디는 강물처럼 가슴속에 흘렀다. 입으로 흥을거려지는 음악의 소통은 바흐, 모차르트 , 베토벤, 쇼팽에서는 닿지 않았던 핏속 DNA와 만남이었다. 아리랑은 흙이고, 아리랑은 탯줄이고, 그래서 선연하게 고향을, 어머니를, 조국을 떠오르게 했다. 음악 구성과 악기 배치, 연주 기량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박영란 작곡가의 눈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