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2025년 12월 19일 한류문화산업이 주최한 제 12회 한류대상 시상식 (백범기념관 대강당)
K-오케스트라는 단순히 하나의 연주 단체로 존재하기 위해 창단된 조직이 아니다. 생존을 넘어, 대한민국 오케스트라의 새로운 주역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기존 서양 레퍼토리 중심의 관행에서 벗어나, 정체성이 분명한 ‘한국의 얼굴’을 연주하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연주력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왜 연주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방향성이다.
‘대한민국을 연주하다’의 부재를 채우는 기획 전략
그동안 한국 오케스트라에는 ‘대한민국을 연주한다’는 개념이 거의 부재했다. 국가적 기념일, 역사적 사건, 문화적 전환점이 음악 콘텐츠로 체계화된 사례는 드물다. K-오케스트라는 이 빈자리를 정확히 겨냥해야 한다. 광복, 한글, 독립, 평화, 지역의 역사와 자연, 향토의 서사 등은 모두 연주 가능한 소재이자 강력한 콘텐츠다. 중요한 것은 이를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시리즈와 브랜드로 기획하는 것이다. 소재를 콘텐츠화하는 능력, 이것이 K-오케스트라의 첫 번째 경쟁력이다.
비(非)공공기관의 약점을 강점으로 전환하다
공공기관이 아니라는 점은 흔히 약점으로 인식되지만, K-오케스트라에게는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 행정 절차에 묶이지 않는 순발력, 아이디어를 즉각 실행할 수 있는 기동성, 다양한 실험을 허용하는 유연성은 민간 오케스트라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다. 빠른 기획, 참신한 발상, 이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 그리고 다변적인 협업 구조는 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 속도와 창의력의 결합은 K-오케스트라를 살아 움직이는 문화 주체로 만든다.
ESG와 사운드 포커싱, 기업 참여의 명분을 만들다
K-오케스트라의 미래 전략에서 ESG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특히 사운드 포커싱 공연장은 친자연·친환경이라는 측면에서 기업 ESG 경영과 직결되는 상징성을 갖는다. 전기 증폭 없이 자연 음향으로 완성되는 공연, 자연과 공존하는 무대는 그 자체로 강력한 메시지다. 여기에 우리의 음식, 춤, 판소리, 정가, 향토 문화까지 포용한다면 K-오케스트라는 단순한 음악 단체를 넘어 K컬처 플랫폼으로 확장된다. 기업은 후원이 아니라, 가치에 투자하게 된다.
K컬처 네트워크와의 입체적 연대
때문에 K-오케스트라는 고립된 예술 조직이 아니라, 한류 산업의 총체적 흐름 속에서 움직여야 한다. 한글기념사업회, 문화예술 단체, 지역 축제, 한류 상품 기업들과의 연계는 활동의 외연을 폭발적으로 확장시킨다. 음악회 하나가 끝이 아니라, 전시·강연·체험·미디어 콘텐츠로 파생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할 때 K-오케스트라는 정적인 ‘연주 단체’가 아니라,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문화 엔진이 된다.
기록과 데이터, 미래를 위한 자산 축적
공연만 하고 사라지는 시대는 끝났다. 어떤 콘텐츠를 언제, 어디서, 누구와 했는지에 대한 기록과 데이터는 곧 자산이다. 관객 데이터, 기업 협업 사례, 콘텐츠 반응 지표를 체계적으로 축적할수록 K-오케스트라의 신뢰도와 확장성은 커진다. 데이터는 다음 기획의 근거가 되고, 후원의 설득력이 되며, 국제 진출의 이력서가 된다. 예술도 이제 기록의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
K-오케스트라는 서양 음악을 잘 연주하는 또 하나의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시간과 정신을 연주하는 집단이어야 한다. 한류 총체와 함께 달린다는 것은 유행을 좇는다는 뜻이 아니다. 한국의 정체성을 음악으로 구조화하고, 시대의 요구에 응답하며, 미래로 나아간다는 선언이다. 지금 K-오케스트라 앞에 놓인 길은 좁지만, 방향만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