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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관광 옴니버스 오페라 FANTASY ISLAND JEJU 4계

제 3부 차귀도 해녀와 해적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옛날 제주 차귀도 인근 바다엔 고요하지만 깊은 슬픔을 간직한 전설이 있다. 차귀도는 바위섬과 해류가 세차기로 유명한 곳. 이곳에서 물질하던 젊은 해녀 '소월'은 고요하고 담대한 바다처럼 깊은 눈빛을 지녔다.

 

어느 날,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멀리서 난파된 배 하나가 차귀도 바위에 걸렸다. 소월은 생명을 건 잠수를 통해 간신히 한 남자를 끌어올렸다. 그는 중국 연안에서 온 떠돌이 해적, 이름은 '류청'이었다.

 

처음엔 서로의 말을 몰랐고, 마음도 닫혀 있었지만, 둘은 해풍 속에서 천천히 마음을 열었다. 류청은 말없이 그물을 고치고 나무를 쪘고, 소월은 그에게 물질을 가르치며 둘은 바다와 파도처럼 점점 가까워졌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바람 앞 등불 같았다. 어느 날, 류청을 뒤쫓던 조정의 관군이 차귀도를 포위했고, 그는 자신을 숨기려다 소월이 대신 붙잡히는 일을 막지 못했다.

 

소월은 마지막 순간 류청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대는 떠나시오. 나는 이 바다에 남겠소." 그리고는 자신의 머리수건을 풀어 그에게 쥐어주었다. 관군이 떠난 뒤, 류청은 배를 타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고도, 바람 부는 날 차귀도 해안엔 머리수건 한 자락이 파도 위에 나부낀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그것은 사랑을 감췄지만 끝내 잊지 못한 자들의 물비늘 같은 이야기다.

 

 

차귀도 해녀와 해적

 

[프롤로그 – 나레이션]

 

“차귀도 바다, 그 깊은 물결 아래
사랑 하나 잠들었도다.
바다를 품은 해녀 소월,
하늘을 떠도는 해적 류청.
파도는 그들을 만나게 했고
역풍은 그들을 갈라놓았으니
이것은, 한 장의 수건처럼 남은
사랑의 이야기이다.”

 

[아리아 – 소월 (소프라노)]

 

〈숨을 멈추는 건 두렵지 않다〉
숨을 멈추는 건 두렵지 않다
나는 매일 바다 밑 어둠을 껴안는다
하지만 당신을 향한 이 마음은
그 어떤 심해보다 낯설고 떨리는 것
바람이 닿지 않는 곳에서도
내 사랑은 숨을 쉰다
그대여, 나를 보소서
이 물결 끝에 서 있는 나를

 

[이중창 – 소월 & 류청 (소프라노 & 테너)]

 

〈물결이 우리를 안았을 때〉
(류청)
난 이름 없는 사내였소
부는 바람 따라 흘러온 죄인이었소
(소월)
나는 바다의 딸이오
숨을 멈추고 살아온 고요한 사람
(둘이 함께)
그러나 그날, 그 눈빛
바람보다 먼저 내 마음을 흔들었소
물결이 우리를 안았을 때
이름도, 국경도, 죄도 잊었소

 

[합창 – 해녀들 & 어촌 사람들]

 

〈바다는 말하지 않는다〉
바다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누가 누구를 살렸는지
누가 누구를 떠나보냈는지
우리는 오늘도 파도를 가르며
그녀의 눈을 기억하네
수건 한 자락, 하늘을 덮고
사랑 하나, 물속에 잠기네
바다는 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바다는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