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섭 한국현대시 詩] 강박 - 백무산
K-Classic News 원종섭 기자 | 강 박 백무산 홍수에 불어난 강을 힘겹게 건너서는 뒤돌아보고 가슴 쓸어내린다 벌건 흙물 거친 물살 저리 긴 강을 내게도 지나온 세월 있어 지나오긴 했는지 몰라도 뒤돌아보이는 게 없는 건 아직도 쓸려가고 있는 것인가 내가 언제나 확인하고 확신하는 이 몸짓은 떠내려가면서 허우적이는 발버둥인가 내게는 도무지 사는 일이 왜 건너는 일일까 한 시대를 잘못 꿈꾼 자의 강박일까 삶은 해결해야 할 그 무엇일까 이 생의 건너에는 무슨 땅이 나올까 많이도 쓸려왔을 터인데 돌아보면, 어째 또 맨 그 자리일까 백무산, 「강박」, 「초심」, 실천문학사, 2003 문체는 정신의 표현방식입니다 거룩하고 신성한 삶의 허기가 흐릅니다 물처럼 흐르고 싶었습니다. 흘러 흘러 너른 바다에 닿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살고 싶었습니다. 한데 흘러야 할 순간이 오면 나는 늘 머뭇거렸습니다. 이대로 흘러도 좋을까 망설이다가 결국 물살을 피해 건너는 편을 택했습니다. 건너편 강둑에서 흐르는 강물을 보며 후회했습니다. 함께 흐를 것을, 물이 되어 흐를 것을 왜 끝내 돌이 되었을까. 시인 백무산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4년 민중시 '지옥선' 을 통해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