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News 탁계석 기자 |
교육부의 지난해 졸업자 명단이 통계로 나왔다. 실용음악 제외, 음악 4,761명, 무용 961명, 연극, 영화 2,217명, 미술 3,334명, 디자인 11,375명, 응용 6,779명으로 다시 정리를 하자면 공연예술 7,939명, 시각예술 21, 488명 합하여 29,427명이다. 전공자들마저도 놀랄 정도의 엄청난 양산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김영준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서울신포니에타 예술감독)를 만났다.
실력 배양 중심 교육기관, 일자리 창출로 패러다임 전환해야
탁계석 평론가: 이 통계를 보고 현장에서 활동하는 평론가로서도 가히 충격적입니다.
김영준 교수: 많다고는 생각을 했지만 교육부 통계를 보니 심각성에 정신이 혼미할 정도입니다. 10여 년 전부터도 지방 대학의 인원 감소는 꾸준히 이어져 왔는데. 아직도 이렇게 많은 예술 전공자들이 있다는 것은 여러 각도에서 좀 볼 필요가 있어 보이네요. 시장 출구와 상관없이 음악을 비롯한 예술을 좋아하는, 다른 것은 싫고 죽어도 음악이나 예능하겠다는 젊은이들이 많은 것 같고 이는 우리가 선진국에 돌입했고 문화 예술이 그만큼 선호되는 것이니 기쁜일이죠. 그러나 이중에는 인문이나 경제 , 정치 등 타학과 보다 진입이 수월해진 예능쪽을 택한 경우도 있겠고, 아무튼 인력 활용이란 점에서 대학 역할이 무엇인가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경고라고 봅니다.
탁: 이러다 보니 어디를 가던 경쟁이 치열해 콩쿠르, 오케스트라, 합창단 입단에 경쟁률이 몇 1/100대이란 지옥 같은 현상이 빚어지는데요.
김: 한번은 지방에 한 오케스트라에서 심사를 갔더니 오보에 단원 한 사람을 뽑는데 70명이 몰리더라고요. 대부분 유학 다녀왔고, 박사 따고 하는 등 최선을 다한 결과가 이처럼 답이 안 나오니 허망한 것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연주 기능 연마에 매진하는 아티스트가 이런 정보는 물론 사회적 응력이 전혀 없다는 겁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귀국 발표회를 자비(自費) 들여하고 나면 정말 막막해지는 겁니다. 주변의 눈치에 자괴감 등으로 인생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이죠. 설상가상 어떤 지방 교향악단은 100만원 수준이고, 좀 더 받는다해도 자동자 연료비, 식비 빼니 70만원 남아 몇 백대 1로 들어가서는 1년 하다 접었답니다. 이후 동네 학원을 했더니 생활고는 확 피더라군요, 흐흐 ~
박사, 콩쿠르 우승 출발일뿐 성공 환상 버려야
탁: 박사만 따면, 콩쿠르만 따면 뭣이 될 것이란 착각이나 환상에서 깨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하겠군요.
김: 그렇지요. 콩쿠르나 박사는 출발이지 그 자체가 성공은 아니죠, 예전에 실내악 하자하면 자기를 무시한다고, 뭘로 보는가! 라며 눈을 흘기는 때가 있었죠. 또 반주 좀 해달라 하면 피아니스트를 무시한다고 생각했고요. 지금 바이올린으로 밥 먹고 사는 사람 솔직히 손에 꼽을 정도예요. 기돈 크레머, 안네 소피 무터, 실내악 역시 어렵긴 마찬가지죠. 초청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비행기 값에 각자 방 따로 주어야 하고, 그러니 이것도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솔로보다는 활동력을 지속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솔로. 실내악 겸업(?)이 트렌드가 되고 있어요.
최고의 기량을 선보인 아레떼 앙상블
이번에 예술의 전당에서 개최한 여름뮤직페스티벌 초청을 받은 '아레떼 앙상블'은 체코에서 콩쿠르 우승을 한 그야말로 쾌거의 앙상블상블이에요. 취약한 실내악이었는데 어느새 이런 앙상블들이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니 그야말로 격세지감입니다. 이번 예술의전당 경우처럼 극장이 대관만 하는 시대를 지나 극장이 기획하여 예술가의 생업을 살려내는 극장 개념의 변화가 필요하죠, 이들이 어떻게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가 우리 기성 새대가 점 나서야 할 사회적 책임이죠.
탁: 그 대안으로 생활 클래식(Life Classic) 즉 동호인 확산으로 소비지 시장을 만들겠다고 하셨는데요.
김: 농산물만 그런 게 아닙니다. 아무리 수확이 알차고 풍성해도 소비가 안되면 배추의 경우도 밭에서 갈아엎지 않습니까. 우리가 그간 연주자 기르기에만 몰입하면서 시장의 건전성을 외면한 결과입니다. 진정한 예술 행정가의 정책이 없어 가져 온 폐해이고. 지금이라도 응급조치를 해가며 장기적인 대책과 이를 살리는 생태 시스템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한국음악대학교수협 실질 대안에 기대감
탁: 엊그제 한국음악대학교수협의회가 창립되어 예술인력의 공연장 및 재단 등에 취업을 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설계가 나오고 있는 것은 희망이라고 봅니다.
김: 교수들이 학교 울타리에만 갇혀 있지 말고 발로 뛰면서 현장과 소통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세상이 하도 빠르게 변하고 있으니 학생들도 학생들끼리의 소사이어티나 앱을 만들어 텃밭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비대면 대화나 메타버스 환경 등을 익혀 새로운 소비자를 만드는 것이 더이상 미룰수 없는 현실입니다.
탁: 오랜 교육과 현장에서 함께하신 김영준 교수님의 생활 클래식 활동이 우리 클래식의 부활로 르네상스로 이어진다면 대 변혁이 일어날 것 같습니다.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동호인 확산은 성장성이 보이는 유일한 방향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 교수님의 능력 인재들이 많이 참여하여 활동을 한다면 튼튼한 기초의 시스템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이 기회에 생각나는 인재들을 등용해주십시요.
김:제가 인문계를 나왔기에 사회봉사를 통해 더욱 값진 인생을 사시려는 주변의 오피니언 정치가, 사업가들이 그대도 좀 많은 편입니다. 이들의 동의도 구하면서 한편으론 제자들 중에 참 마음에 드는 총명한 인재들은 늘 마음에 미안함으로 남아있었는데, 이런 기회에 함께 일할 수 있다면, 어른 세대가 가진 노하우와 네트워크에 이들의 아이디어와 SNS 순발력, 어학 능력 등이 국내의 한계 시장을 벗어나 글로벌 진출도 가능할 것입니다. 탁 선생님께서 하고 계신 K-Classic이나 뉴스 신문 등이 변화의 세상을 향해 달라는 것이니까요,
탁: 풍부한 경험과 신망을 받고 계시는 김 교수님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국가의 자산이기도 한 예술자원이 낭비되지 않고 모두 아름다운 생태계를 만드는데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한국음악대학교수협의회의 발족으로 일자리 창출에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교수협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