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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새로운 노선, 생존을 위한 패러다임 전환

자생, 교류의 선순환 생태계 구축을

K-Classic News 탁계석 예술비평가 회장 |

 

 

갤러리, 미술관 권위주의 시대를 지나  플랫폼 시대

 

모든 것에는 노선이 있다

 

노선(路線)은 길을 뜻한다. 자동차, 지하철, 비행기, 선박까지 모든 운송 수단에는 노선이 존재한다. 정치도, 종교도, 사회도 모두 각자의 노선을 가지고 움직인다. 예술 역시 장르의 노선이 있고, 마케팅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전략이라는 노선이 있다. 이 노선은 곧 정체성과 철학이며, 온전한 목표이자 생존의 근간이다.

 

드론과 AI가 흔드는 기존의 질서

 

그림을 사고파는 갤러리와 작품을 감상하는 미술관은 같은 예술 공간이라도 노선과 역할이 달랐다. 그러나 이제 그 경계가 드론의 등장, 온라인 전시, 그리고 AI 기반의 큐레이션 시스템으로 급격히 변하고 있다. 기존의 권위적 질서와 계급 구조는 흔들리고, 패러다임은 급속히 재편되고 있다. 미술품 유통 또한 마찬가지다. 입지가 좋은 백화점이나 기존의 전통 상권에서 거래되던 시대는 과거가 되고 있다. 지금은 당근마켓, SNS, 개인 직거래, 온라인 플랫폼, 이미지 기반 경매 서비스까지, 유통의 노선 자체가 해체되고 다시 짜이고 있다.

 

예술 생태계가 AI 혁신과 디지털 유통 흐름 속에서 변곡점을 맞이한 것이다. 알빈 토플러는 미래의 변화 구조를 이렇게 정의했다.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배우고 잊고 다시 배우지 못하는 사람이다.” 예술 역시 더 이상 기존 방식만을 고집하는 이들에게 미래는 열리지 않는다.노선을 수정하지 않으면 흐름은 곧 생존의 벽이 된다.

 

각자도생의 시대, 가장 중요한 건 지속성과 생산성 시스템

 

환경 변화 속에서 사람들은 기존 구조에 의존하기보다 스스로의 노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노선이 시장의 지속성과 생산성을 견인하지 못한다면, 예술도 생존할 수 없다. 지원금에 의존한 예술은 한철 잎처럼 쉽게 시들고, 뿌리를 내리지 못한다. 때문에 예술의 생명력은 시장성이 아니라, 시장 지속성이다. 지속성이란 소비가 반복되고, 재평가되며, 새로운 수요층을 끊임없이 생산하는 역동성이다. 이 역동성이 없다면 예술은 외부 자원에 기대어 연명하는 장르에 지나지 않는다.

 

지원에서 교류로, 예술 노선 판을 새로 짜야 한다

 

예술은 정부 지원 정책에 기대는 구조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원은 언제든 축소될 수도 있고, 정책의 흐름에 따라 일시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예술 상호 교류주의, 즉 예술과 예술 사이에서 발생하는 교차 소비, 공동 창작, 상호 촉발 구조다. 그래서 누구나 필요한 것이 상대를 설득할 축적된 캐리어다. 데이터 없는 주장은 허공의 메아리다. 관객 분석, 소비 패턴, SNS 확산 구조, 온라인 거래 지수, 해외 컬렉터의 반응 같은 실증적 근거가 있어야 노선은 설득력을 가진다. 이를 기반으로 시장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유통 구조 속에서 자생력을 키우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술은 보존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계망을 넓히고 변화하는 살아 있는 생명체다. 시장이란 토양 위에서 뿌리를 내리고 스스로 영양분을 확보해야 한다. 파블로 피카소는 말했다. “모든 창조 행위는 먼저 파괴하는 행위다.” 기존 틀, 기존 미학, 기존 노선을 파괴해야만 새로운 질서와 미학이 탄생한다. AI는 바로 그 파괴의 시작점이며, 예술을 다시 정의하는 거대한 촉매다.

 

예술은 더 이상 ‘작품 생산’이 아니다

 

AI 시대의 예술 생태계는 단순히 작품을 제작하는 단계를 넘어서고 있다. 예술은 작품을 둘러싼 관계를 생산하는 시스템이 되었다. 작품–창작자–관객–시장–기술–스토리–데이터가 얽히며 새로운 소비자의 층위를 만들어낸다. 예술의 권위주의는 이미 퇴장했다.이제는 실용과 생존의 시대다. 그림 한 점, 공연 한 편, 음악 한 곡이 시대의 정서와 언어, 그리고 기술을 만나 새로운 시장을 열어야 한다. 예술가가 AI를 활용하고, 관객의 데이터를 분석하며, 온라인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관계망을 구축하는 시대가 왔다. 예술의 노선은 단 하나다.스스로 생존 가능한 자생력 그리고 교류와 공감이 만드는 미래 수요층의 창출이 두 가지를 갖춘 예술만이 다음 시대의 주인이 된다.

 

예술은 시대의 풍경을 반영하고, 시대의 질문을 증언한다. 노선이란 결국 예술이 어디로 나아갈 것인가, 누구와 함께 생태계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선언이다.디지털 유통, AI 창작, 글로벌 소통, 교류 시장, 그리고 실증 데이터에 근거한 전략. 이 모든 것을 결합한 노선만이 예술을 생존의 장르가 아니라 미래 문명의 동력으로 끌어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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