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글 │ 손영미 - 작가·시인·칼럼니스트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는 단순한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다. 이 무대는 잊혀 가는 장르를 소환하기 위한 기획도, 새로운 스타를 급조하기 위한 이벤트도 아니다. 이 프로그램의 출발점에는 하나의 분명한 질문이 놓여 있다. “지금 이 시대에도 가곡은 여전히 살아 있는 언어인가.” 그래서 이 무대는빠른 유행보다 느린 호흡을 선택했고, 자극적인 편집보다 한 곡의 완주를 택했다.가곡을 다시 경쟁의 장으로 불러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삶과 목소리가 만나는 자리로 초대했다는 점에서 이 기획은 조심스럽고도 용감하다. 요즘 세상에서 노래는 자주 순위를 부여받는다. 조회 수로, 점수로,탈락과 생존이라는 이름으로.그래서 ‘슈퍼스타’라는 단어 앞에 ‘가곡’이 붙었을 때, 나는 잠시 멈춰 서게 되었다. 가곡은 원래 이기기 위해 불리는 노래가 아니기 때문이다. 가곡은 사람의 속도를 늦추고 말의 온도를 되돌리는 노래다. 기교보다 호흡을 묻고, 성공보다 태도를 묻는다. 그 가곡이 <K-가곡 슈퍼스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KBS홀 무대에 오른다는 사실은 단순한 방송 편성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 무대는 ‘누가 더
K-Classic News 기자 |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예산처는 1월 30일 오후, 예술의전당(서울 서초구)에서 ‘기초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국립예술단체 현장 간담회’를 열어 공연예술 창작‧유통 활성화 방안과 애로사항 등에 대해 폭넓게 논의했다. 발레, 현대무용, 합창, 연극, 오케스트라, 오페라 등, 국립예술단체 현장 의견 청취, 기초 공연예술 생태계의 구조적 과제 등을 중심으로 논의 기초 공연예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현장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국립예술단체의 역할과 지원 방향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간담회에는 국립발레단 강수진 단장과 국립현대무용단 김철 사무국장, 서울예술단 류상록 사무국장, 국립합창단 민인기 단장, 국립극단 박정희 단장,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 박재현 경영관리팀장, 국립오페라단 신용선 사무국장 등 국립예술단체 관계자들이 함께했다. 참석자들은 공연예술 역량 강화를 통한 국립예술단체 대표 공연 작품(레퍼토리) 확대, 우수작품 유통‧향유 활성화 등 기초 공연예술 생태계의 구조적 과제 등을 중심으로 의견을 나눴다. 기획예산처 정향우 사회예산심의관은 “기초 공연예술은
K-Classic News 황순학 교수 | 2. 화장품 (Les cosmétiques, l’époque baroque et rococo.) “사소한 미의 도구가 살롱을 움직인다.” 바로크·로코코시대 살롱은 단순한 우아한 모임이 아니었다. 17–18세기 프랑스에서 살롱은 대화·평판·취향·접근권이 교차하는, 일종의 사회적 기술이 펼쳐지는 무대였다. 그리고 그 기술을 눈에 보이게, 또는 냄새로 느끼게 만든 것이 파우더, 루주, 점패치(무슈, mouches), 하이힐, 화장품 보관함(부아트), 향수 등이 있었다. 이 도구들은 개인의 미용을 넘어 관계 맺기, 권력 신호, 계급의 문법 장치로 작동했기에 더욱 그렇다. 1) 파우더(La poudre): “흰 피부”가 아니라 “시간과 노동을 면제받은 몸”의 표면 살롱의 미학은 ‘자연’이 아니라 ‘연출’에 더 가까웠다. 파우더(얼굴의 백분, 머리·가발 분)는 얼굴의 입체를 지우고 조명을 평탄화해 표정의 미세한 흔들림을 덜 드러내는 효과를 냈다. 중요한 것은 미용 효과보다, 파우더가 표상한 사회적 의미다. 파우더는 야외 노동의 흔적(그을림·잡티)과 질병 흔적(흉터·자국)을 ‘가리는’ 동시에, “나는 밖에서 일하지 않아도 되는
K-Classic News Dr. Zena Chung (제나 정-글로벌외교관포럼·한-인도 비즈니스문화진흥원(IKBCC) 이사장] 지금 세계 경제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국면이 아니다. 에너지, 물류, 기술이라는 세 개의 축이 동시에 이동하는 문명사적 구조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이 전환기에 국가 전략을 잘못 설계한 나라는 단기간의 손실을 넘어, 향후 수십 년간 회복하기 어려운 구조적 열위에 놓이게 된다. 대한민국 역시 예외가 아니다. 세계 10위권 경제라는 성취 뒤에는 성장의 피로와 지정학적 제약이 함께 누적돼 있다. 특히 우리는 지난 수십 년간 태평양과 미·중 중심 질서라는 ‘남쪽을 향한 시선’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다. 이제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길만이 유일한 선택이었는가. 대안적 시선은 북쪽이다. 그리고 그 전략의 이름이 바로 빙상(氷上) 실크로드다. ‘편승’이 아닌 ‘설계’의 선택 중국의 일대일로는 21세기 최대의 지정학 프로젝트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그것은 중국의 전략이지, 대한민국의 전략일 수는 없다. 거대 질서에 편승하는 순간, 우리는 또 하나의 하위 노드로 편입될 뿐이다. 대한민국이 지향해야 할 위치는 ‘따라가는 국가’가 아니라 ‘설
K-Classic News 리뷰 성용원 | 발표 작곡가와 작품명: 강한뫼 - 파묵, 유재영 - 8개의 소품, 서민재 - 영고재, 이고운 - 대금과 관현악을 위한 '숨, 생, 시', 김지호 - 기억의 노래(재연) 이승훤 지휘 & 서울시국악관현악단, 대금 협연: 김정승 발표된 곡과 그러지 못한 곡이 후대에 어떤 평가를 받고 위치가 바뀔지 누가 아는가? "여기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 것인가?"는 지금 이 시대에 작곡가의 한 사람으로서 직면한 질문이자 아창제가 품은 함의일 것이다. 여기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서 있던 곳은 어디였나?"와 함께 "과연 지금 우리가 하고 있는 게 맞나?"라는 근원도 포함되어 있다. 무엇을 듣고 싶은지 결정하는 주체가 청중이요 대중이 되어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특히 순수예술이라는 분야에서는 고등 예술 음악으로 표상하길 원했던 이들에 의해 학계와 평단이 그걸 결정해 버렸다. 학계, 평단, 주요 기관은 음악 취향의 결정권자가 되어 자기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음악을 선별하였다. 이는 오늘의 아창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에 선정되지 못한 수많은, 수백 편의 작품들은 그저 수장고에 처박혀서 편견 없이 세상과 만날 날만 기다리며 잠들어 있는데
K-Classic News 김다원 작곡가| 한국 예술 저변에 깔려있는 수많은 청년 음악가들은 무언가 모를 성공을 향해 달려간다. 아주 끈질기게. 음악가였던 청년, 음악가인 청년, 음악가를 꿈꾸는 청년. 이들 모두는 한국 음악 시장 속에서 지독한 좌절과 자기 비난에 시달린다. 유년 시절부터 예술을 전공하고자 준비한 학생일수록 평가의 잣대와 순위 매김, 명예 싸움 속에서 성장했으며, 그 성장 속에서 독인지 약인지 모를 악습과 관습을 모두 흡수하며 청년이 된다. 그들은 흔히 말하는 '최고의 연주자'가 되기 위하여 혹독한 연습 과정을 오랜 시간 동안 거친다. 그 속에서 폭언이 있었든, 없었든지 간에 골방에 틀어박혀 연습하는 삶은 참으로 고달프다. 그들은 성장을 위해 수많은 선택과 인고의 시간을 거치며 형태가 무엇인지 알 순 없지만 아무튼 최고의 음악가가 되기 위하여 발돋움한다. 하지만 대학교를 거쳐, 혹은 더 나아가 국내 대학원을, 누군가는 유학을 떠나고 돌아온 순간부터 엄청난 혼란이 인생을 덮친다. 생각보다 연주를 못해도 돈 잘 버는 세상 관객은 '연주의 완성도'에 관심이 없으면서도, 동시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 이 모순적인 상황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예술을 단지
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어제 KBS 슈퍼 K-가곡에 대한 손영미 작가의 칼럼이 본지에 실리자 역대급 독자 6만 뷰(63,996)를 기록한 것은 분명 의미 있는 사건이다. 가곡이 낡은 장르라는 통념을 단번에 무너뜨렸고, 노래 그 자체의 힘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것이다. 그러나 이 숫자는 곧 다음 질문을 던진다. 왜 노래는 경연이라는 틀 안에서만 비로소 주목받는가. 손작가의 말 대로 노래는 본래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삶의 순간을 건너며 스며드는 감정이고, 반복 속에서 깊어지는 기억이다. 경연은 주목을 만들 수는 있어도, 노래의 생명을 연장하지는 못한다. 무대 위의 감동이 일상의 레퍼토리로 이어지지 못한다면, 조회수는 박제된 기록으로 남을 뿐이다. 이 지점에서 K-클래식이 제안하는 대안은 분명하다.지금 정부의 정책 기조에 ‘문화가 있는 날’을 월 1회 수요일 하던 것을 매주하여 월 4~5회로 늘린다는 것이다ㆍ이를 기점으로 방방곡곡 우리동네 합창단을 만들어 시·군·구·읍·면·동까지 확산하는 기초 풀뿌리 문화 구조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공연 확장이 아니라 찾아가는 문화를 넘어서 찾아 오는 문화로, 지역이 공급만 기다리는 천수답 문화가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프랑스 음악을 관통하는 미학은 화려함보다 균형에 가깝다. 감정을 노골적으로 분출하기보다는 절제 속에서 깊이를 축적하고, 기교를 앞세우기보다 구조와 색채의 조화를 중시한다. 오는 3월 7일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리는 한·불 수교 140주년 기념 음악회 '결합된 취향들(Les Goûts-réunis)'은 바로 그 프랑스 음악의 미학을 첼로라는 악기를 통해 집중 조명하는 무대다. 이번 공연은 한국의 첼리스트 홍승아와 프랑스 출신 피아니스트 줄리앙 쿠엔틴(Julien Quentin)이 함께하는 듀오 리사이틀로, 프랑스 바로크부터 근대, 신고전주의에 이르는 음악사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는다. 주한 프랑스 대사관(SCAC)과 문화원이 공식 후원에 나서며, 수교 140주년을 기념하는 상징적 공연으로도 의미를 갖는다. 공연의 부제인 '결합된 취향들'은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거장 프랑수아 쿠프랭(François Couperin)의 작품집 제목에서 차용됐다. 쿠프랭은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양식과 이탈리아 음악의 생동감 있는 에너지를 결합하려 했던 작곡가로, 'Les Goûts-réunis'는 그의 예술적 선언이자 시대를 앞선 미학적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실내악은 언제나 '관계의 예술'이라 불려 왔다. 독주처럼 한 인물이 전면에 서는 음악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성격과 음색을 지닌 악기들이 긴 호흡 속에서 균형과 긴장을 만들어내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오는 2월 21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열리는 앙상블 클랑(바이올리니스트 이수아, 비올리스트 이주연, 첼리스트 김인하, 피아니스트 이선미)의 정기연주회는 이러한 실내악의 본질을 가장 정통적인 방식으로 조명하는 무대다. 고전에서 낭만으로 이행하던 시기에 탄생한 두 편의 피아노 사중주를 통해, 음악사적 전환기와 인간 내면의 감정 지형을 동시에 탐색한다. 앙상블 클랑은 바이올리니스트 이수아, 비올리스트 이주연, 첼리스트 김인하, 피아니스트 이선미로 구성된 실내악 팀으로, 지난 2021년 결성 이후 정통 레퍼토리를 중심으로 탄탄한 음악적 호흡을 구축해 왔다. 이들은 화려한 기교나 과도한 해석보다는 작품의 구조와 악기 간 관계에 집중하며, 실내악 고유의 밀도와 서사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데 강점을 보여 왔다. 이번 정기연주회 역시 이러한 앙상블 클랑의 정체성이 가장 분명히 드러나는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공연의 문을 여는 작품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제2회 콘서트월드 국제 실내악 페스티벌이 지난 1월 26일 여수 디오션 컨벤션홀과 29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며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 마무리됐다. 이번 페스티벌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백주영(서울대 교수), 윤성원(건국대 교수), 송지원(이화여대 교수), 최정주(추계예술대 교수)를 비롯해 첼리스트 수렌 바그라투니(Suren Bagratuni·미시간주립대 교수), 파가니니 콩쿠르 우승자이자 상하이음악원 교수 멍라 황(Mengla Huang), 심양음악원 교수 자웨이 지아(Jia Wei), 텐진 줄리아드 교수 안젤로 시앙 유(Angelo Xiang Yu), 예후디 메뉴힌 음대 교수 보양 왕(Bo Yang Wang) 등 세계 정상급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또한 바이올리니스트 류지연, 김지영, 이은새, 홍의연, 비올리스트 조재현·최하람, 첼리스트 백나영, 김인하, 부윤정, 장하얀, 이예성, 김솔다니엘, 이후성, 이재영 등 국내 중견 및 차세대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를 꾸미며 세대 간 조화를 이뤘다. 윤성원 교수가 이끄는 바체비치 바이올린 4중주는 날카로운 선율과 복합적인 리듬으로 긴박한 에너지를 선사했고, 송지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