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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계석 인터뷰] 사막에서 길 잃은 어린 왕자, 공주 키우는 헛똑똑이 맘(M0M)의 위기

노래는 더불어 사는 세상의 문법을 체험시킨다

K-Classic News 탁계석 평론가

 

 

눈에 보이는 것만 보는 것은 일차원적이다. 현실주의자에게 꿈과 이상이 경제 논리에 밀리는 세태다. 유일한 생존이, 성공이, 시험에 달렸다고 믿는다. 기초 뿌리는 보이지 않기에 무시당한다. 

오늘의 아이들에게 동요는 없다. 고향의 봄도 함께 부르지 못하는 자극과 충동이 난무하는 세태다. 뿌리가 없으니 견디는 힘도 근력도 약하다. 

 

동요 부르기 ‘노아의 방주’를 띄운 민경찬 작곡가(목사)를 만났다.

 

탁계석 평론가: 똑똑한 맘(MOM)들이 저출산 시대에 아이들을 왕자나 공주처럼 키우잖아요. 그런데 그 무지의 그늘이 너무 깊고 큰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가슴밭에 뭘 넣어야 할지를 모르고 있잖아요?


민경찬: 애들이 자극에 과다 노출되면서 인내력과 거친 사회에서 면역성을 상실하는데요. 결국 정서적인 쉼터 공간을 상실하니까 더 외롭고, 더 아프고, 힘도 없어 어려운 일이 오면 그냥 놔버리고, 자살하고, 막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을 보면서 저라도 아이들과 노래해야겠다고 해서 시작한 것이거든요. 근데 애들만 노래했더니 또 이게 애들잔치가 돼버려서 어른들이 같이 좀 노래 부르자해서 만든 게 아리랑 합창단입니다. 계속 새롭게 부를 노래도 만들어서 부르고 있지요. 

 

요즈음은 세대가 아니라 학년 별로도 노는 게 다르다고 하니 너무 빠릅니다  

 

카톡이나 SNS를 통해서 자극과 충동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뿌리를 키우는 근원적인 힘이 정서에 있는데, 바나나 잎이 자라듯 속성이 되어 버리니 나이테가 사라진 느낌입니다. 지금은 다 세대별로 나눠져 있어요. 그러니까 학년별이어서 형님, 동생, 오빠, 누나도 없어요. 다 자기밖에 없는데, 그래서  ‘오빠 생각’이 뭔지 모릅니다.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연결될 수 있는 근거가 사라져 버리니 생활환경이 나아졌다지만 행복지수가 거꾸로 떨어집니다. 안타까운 소외와 단절입니다. 


극단적 이기주의나 개인주의가 불행을 자처하는데 부모들은 당장만 보는 것이지요. 자기 아이들만 보호해서는 더불어 살아가는 원천을 막고 있는데, 예를 들면 이번 의대생이 자기 여자친구를 죽였잖아요.  S대 수석한 건데 그 똑똑한 친구가  자기 말 안 듣는다고 죽여버리는 그런 것, 정말 엄마들이 애들을 똑똑하게 키웠는데 헛 똑똑이인 거죠. 사람의 기본을 모르면 그 똑똑함이 무서운데 사용되니까 모두가 공포를 두려하는 세상이 되어 갑니다. 

 

노래부르기는 얼마나 되었는지요? 

 

저는 지금 10여년 이상 해왔죠. 아리랑 합창단은 3년이 됐어요. 우리 어른세대가 아이들을 응원하고 지원해 주고 방패막이가 됐으면 좋겠다. 이렇게 병풍을 쳐주고 우리 안에서 한번 놀아봐라, 그런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아리랑 합창단 단원들은 다 일반인들이에요. 그냥 노래가 좋아서 오신 분들도 많고 , 뭐든지 너무 급하게 하면 힘드니까. 그래서 1년에 두 차례  공연을 하는데 마을 야외공간에서 그냥 편안하게 하려고 마을 안으로 일부러 들어간 겁니다. 제가 지휘한 어린이 합창단과 같이 무대에 초대해서  같이 놀이를 항상 해왔어요. 계속 이런 시간들을  좀 만들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이에요. 

 

시공간을 뛰어 넘어 공감하는 워홀의 존재성을 

 

제가 워홀이라는 거를 요즘에 좀 좋아하는데, 우주 천문학에서 이렇게 공간과 공간을 연결하는 걸 워홀이라고 부르잖아요. 노래가 바로 워홀처럼 그런 역할을 해준다는 거죠. 지금 현재에 있지만 ‘고향의 봄’을 부르면 우리를 그 옛날  고향으로 데려다 주잖아요. 노래가 가진 그 힘이 크고, 그것을 공유한다는 것,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데 큰 힘이 잖아요. 


이번에 대통령 직속 저출산대책위원회가 발족을 했어요.

 

아이를 왜 안 낳느냐?  직접적인 방식보다 노래하는 모습의 멋진 장면을 보여주는 등의 보다 설득력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전국의 어린이 활동이 코로나19로 크게 위축되었는데, 부활시키는 운동이 일어났으면 합니다. 좀 아쉬운 거는 동요를 불러도 대회만 있어요. 관심을 촉발하는 건 좋은데 이게 또 경쟁으로 들어가는 거예요. 누가 누가 잘하나로 가면서 동요가 변질되고, 동요를 자극적으로, 그러다 보니 경계가 허물어지기도 하고 짬뽕이 되는 겁니다.  동심의 꽃밭을 만들어 주는 일은 어린이 스스로가 할수 없기에 어른들이 개념을 갖고 노력해야합니다. 

 

사람이 적을 때는 또 그것만의 따뜻함이 있거든요. 두런두런 둘러 앉아 가지고, 그래서 천천히, 작게나마 마음으로 해가는 것의 즐거움을 모두가 느끼고자 합니다. 인터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