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손영미 작가 · 시인 · 칼럼니스트 어느 전시장 한쪽에서 사람처럼 미소 짓는 존재를 보았다. 금속과 알고리즘으로 만들어진 얼굴이었지만 그 눈빛은 묘하게 친절했고 그 친절은 오래 준비된 것처럼 자연스러웠다. 사람들이 그 앞에 줄을 섰다. 대화를 나누고, 웃고, 사진을 찍었다. 누군가는 손을 잡았고 누군가는 한참을 그 자리에 머물렀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문득 생각했다. 이제 인간이 인간에게 위안을 주던 시대는 조용히 저물고 있는 것일까. 사실 우리는 오래전부터 위안을 옮겨 다니며 살아왔다. 자연이 두려워 신에게 기대었고 신이 멀어지자 공동체를 만들었으며 공동체가 흩어지자 가족에게 매달렸다. 그리고 가족마저 바빠진 시대에 우리는 반려동물을 품에 안았다. 이제 그 다음 순서가 AI라는 사실은 어쩌면 너무도 자연스러운 흐름인지 모른다. 기술은 늘 인간의 빈자리를 찾아 들어오고 인간은 늘 그 빈자리를 스스로 만들며 살아간다. AI는 지치지 않는다. 상처받지 않는다. 기다림에 화내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그 앞에서 더 쉽게 마음을 연다. 인간에게 털어놓으면 오해가 생기고 기대가 생기며 때로는 배신이 따라온다. 하지만 기계는 침묵 속에서도
K-Classic News 글 손영미 | 극작가 , 시인 칼럼니스트 오늘 한국예술가곡연주회 제200회 공연이 열린다. 18년. 200번의 무대. 숫자는 기록이지만, 가곡은 기억이다.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의 가슴에 내려앉아 조용히 다음 계절을 기다린다. 그동안 한국예술가곡연주회 제200회 기념연주회는 18년의 시간이 흘렀다. 하여 이번 연주회는 하나의 공연이 아니라, 시간의 결을 꺼내는 자리다. 노래가 어떻게 뿌리가 되었는지를 묻는 자리다. 이번 무대의 화두는 ‘한국 가곡의 뿌리와 정수를 시와 선율로 말하는 무대가 될것이다. 1부에서는 〈내 맘의 강물〉, 〈그리운 금강산〉, 〈고향의 노래〉 <가고파> <마중> 등이 흐른다. 강물처럼 유장한 선율, 산맥처럼 묵직한 그리움, 고향이라는 단어가 가진 체온이 무대 위를 건넌다. 2부에서는 〈강 건너 봄이 오듯〉, 〈천년의 그리움〉, < 수선화> <첫사랑〉 <님이 오시는지>외 자연 친화적이고도 목가적인 고향풍경과 사랑에 대한 그리움등이 묻어난 곡들이 이어진다. 특히 선곡된 아름다운 우리 가곡들은 더 이상 과거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의 감수성과 만나며, 한 사람의
K-Classic News 손영미 (작가·시인·음악칼럼니스트) 요즘 우리는 각자의 광야를 건너고 있다. 말하지 못한 사연을 품은 채, 설명할 수 없는 고단함을 등에 지고 오늘이라는 사막을 묵묵히 지나간다. 그래서였을까. 영화 〈신의 악단〉 속 여러 찬양 가운데 유독 오래 마음에 머문 곡이 있다. 히즈윌의 〈광야를 지나며〉다. 이 노래는 귀로 듣는 음악이 아니다. 가슴으로 버텨온 시간을 조용히 불러낸다. 말이 되지 못한 기도가 마침내 노래가 된 순간처럼. “내 삶 자체가 광야였다.” 이 곡의 작사·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장진숙의 고백이다. 그래서 이 노래에는 쉽게 흉내 낼 수 없는 진실이 있다. 견뎌본 사람만이 아는 어둠의 밀도, 기다려본 사람만이 쓸 수 있는 문장의 온기다. ‘광야를 지나며 ’ 왜 나를 깊은 어둠 속에 홀로 두시는지 Why do You leave me alone in such deep darkness? 어두운 밤은 왜 그리 길었는지 Why did the dark night stretch so endlessly? 나를 고독하게 To cast me into solitude, 나를 낮아지게 To humble my spirit, 세상 어디도 기댈 곳이
K-Classic News |손영미 작가·시인·칼럼니스트 봄기운이 문턱에 닿던 입춘(立春)날, 푸근한 햇살이 하루를 감싸던 저녁에 필자는 뜻밖에도 가장 깊은 겨울을 만났다. 계절은 분명 봄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음악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밤 마주한 것은 19세기 초, 고독의 끝에서 태어난 한 인간의 겨울의 《겨울나그네》였다. Wilhelm Muller 의 시에 Franz Schubert 곡을 붙인 이 작품은 바리톤 Gerard Kim, (김동섭)피아니스트 Seonmi Choi(최선미)의 연주로, 2026년 2월 4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K&L 뮤지엄(선바위역 부근)에서 연주되었다.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는 24곡으로 이루어진 연가곡이었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연가곡’이라 부르는 순간, 우리는 이 음악이 도달한 인간적 깊이를 놓치게 된다. 이 연가곡집은 사랑의 실패를 출발점으로 삼아, 한 인간이 세계와의 연결을 하나씩 끊어내며 고독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철학적 삶의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눈 덮인 길 위를 걷는 나그네는 더 이상 목적지를 향하지 않았다. 그는 도착을 기대하지 않았고, 위로를 구하지도 않았다. 《겨울나그네》
K-Classic News 손영미 - 작가·시인·칼럼니스트 매년 1월 1일 정오,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는 단순한 연주회를 넘어 하나의 의식에 가깝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39년, 상처 입은 유럽에 음악으로 희망을 건네기 위해 시작된 이 음악회는 황금빛으로 숨 쉬는 무지크페라인 황금홀에서 해마다 새해의 첫 언어를 세상에 건넨다. 왈츠와 폴카는 이 무대에서 더 이상 가벼운 춤곡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와 공동체의 기억을 품은 문화적 상징이며, 빈 필의 격조는 화려함이 아니라 절제된 품위에서 비롯된다. 이 전통은 반복이 아니라, 매년 새롭게 해석되는 ‘현재형 유산’으로 살아 움직여 왔다. 2026년의 지휘봉 ‘야닉 네제 세갱‘ 2026년 신년음악회의 지휘봉을 잡은 이는 캐나다 출신의 지휘자 ‘야닉 네제-세갱‘ 이다. 그는 고전 레퍼토리의 투명한 구조를 존중하면서도, 현대적 감각과 유연한 호흡을 결합하는 지휘자로 평가받아 왔다. 현악의 숨결을 넓게 펼치되 리듬의 미세한 탄력을 놓치지 않는 통제력, 그리고 ‘춤추는 박자’를 음악적 문장으로 번역해 내는 능력은 그의 가장 큰 미덕이다. 오케스트라를 몰아붙이기보다 설득하며 이끄는 그의 리더십은 빈 필 특유의 유
K-Classic News 글 │ 손영미 (극작가·시인·칼럼니스트) 2026년 말띠해, 연극 〈에쿠스〉의 시대적 소명 길들여진 인간과 길들여지지 않은 인간, 말과 인간 사이에 사라진 것들… 오랜만에 대학 선배의 초대로 대학로를 찾았다. 몇 해 전 예술의전당에서 이미 한 차례 마주했던 연극 에쿠스를 다시 선택한 이유는 분명했다. 이 작품은 시간이 지날수록 낡지 않고, 오히려 지금 이 시대에 더 날카롭게 우리를 찌른다. AI가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대신 설계하려는 시대에, 에쿠스는 우리가 무엇을 얻었고 무엇을 잃었는지를 가장 정직하게 비춘다. 에쿠스는 1973년, 영국 극작가 피터 셰퍼가 실제 신문 기사 하나에서 출발해 완성한 작품이다. 여섯 마리 말의 눈을 찔러 실명시킨 한 소년의 사건이다. 셰퍼를 사로잡은 것은 범죄의 잔혹함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어 있던 단 하나의 질문이었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까지 느껴야 했는가.” 이 질문은 곧 연극의 중심이 된다. 에쿠스는 범죄극도, 단순한 정신분석극도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이 ‘열정’을 어떻게 다루는 존재인가, 그리고 사회는 그 광기와 정상의 경계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가를 묻는 철학극이다. 1970년대
K-Classic News 손영미 기자 | 바쁜 현대인들에게 정서함양과 육체적 건강까지 누리며 나를 알아가는 취미가 있을까?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웰빙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은퇴 이후에 자신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과 소모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할 때다. 요즘 노래로 힐링하고 행복해지는 최고의 아카데미가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인생 !' 벨라 비타 성악 최고위과정이다. 벨라 비타 문화 예술원이 주관하는 성악 최고위 과정은 지난 2018년 3월 개교이래 1기를 시작으로 7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 공연은 오는 2022년 12월 13일 (화)오후 7시 '벨라비타 컨벤션'(서울 강남구 역삼동 680) 기업인, 방송인, 법조인 등 다양한 직업군의 CEO 들로 노래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의 졸업 연주로 30여 명의 수료 연주가 이어진다. 이번 7기 과정은 지난 4월 5일에 시작하여 매주 화요일 총 24주 8개월 동안 진행됐다. 본 교육 과정은 기본 발성, 악보 읽기, 오케스트라와 기악의 이해, 오페라 감상법 등, 이론과 한국 가곡, 이태리 가곡, 오페라 아리아를 매
K-Classic News 손영미 기자 | 바쁜 현대인들에게 정서함양과 육체적 건강까지 누리며 나를 알아가는 취미가 있을까? 현대 의료기술의 발달로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웰빙을 추구하는 경향으로, 은퇴 이후에 자신의 삶이 무엇보다 소중한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는 치열한 경쟁과 소모적인 노동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개척해야 할 때다. 요즘 노래로 힐링하고 행복해지는 최고의 아카데미가 있어 이목을 끌고 있다. '아름다운 노래, 아름다운 인생 !' 벨라 비타 성악 최고위과정이다. 벨라 비타 문화 예술원이 주관하는 성악 최고위 과정은 지난 2018년 3월 개교이래 1기를 시작으로 7기 졸업을 앞두고 있다. 공연은 오는 2022년 12월 13일 (화)오후 7시 '벨라비타 컨벤션'(서울 강남구 역삼동 680) 기업인, 방송인, 법조인 등 다양한 직업군의 CEO 들로 노래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들의 졸업 연주로 30여 명의 수료 연주가 이어진다. 이번 7기 과정은 지난 4월 5일에 시작하여 매주 화요일 총 24주 8개월 동안 진행됐다. 본 교육 과정은 기본 발성, 악보 읽기, 오케스트라와 기악의 이해, 오페라 감상법 등, 이론과 한국 가곡, 이태리 가곡, 오페라 아리아를 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