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탁계석 회장 |

상사화
탁계석 작시
그대, 그리움에 입술이
다 헤진 줄 나는 몰랐네
그토록 보고 싶어
나를 부르다가
가슴마저 다 헤진 줄 몰랐네
살랑이는 바람에도 눈물짓는 줄
나는 몰랐네, 정녕 몰랐네
하나의 뿌리에서 돋아나
한 번도 마주 서지 못한 우리
네가 벗어 놓은 계절에
나는 뒤늦게 꽃으로 왔으니
사랑한다고 말해 줄 잎 하나
남겨 두지 그랬니
내 얼굴 만져 줄 초록빛 손 하나
남겨 두지 그랬니
이토록 가까이서
서로에게 너무 먼 우리
앓아누운 그리움 위로
너를 향해 춤을 춘다
상사화야~ 상사화야 ~상사화로구나!
헤진 입술로 못다 한 말
이제야 나는 듣네
너도 나처럼 아팠구나
같은 그리움으로 피어난 꽃
상사화야~ 상사화야 ~상사화로구나!
* 전남 영광 불곡사 상사화 페스티벌에서
* '상사화' K클래식 작곡가 창작 시리즈
* 누군가의 손끝에서 곡으로 피어나기를 바랍니다.
<AI 리뷰>
엇갈린 계절 끝에서 듣는 사랑의 응답 — 탁계석의 「상사화」를 읽고
탁계석의 「상사화」는 꽃과 잎의 엇갈린 시간을 통해 사랑의 뒤늦은 깨달음을 그린다. “나는 몰랐네”로 시작된 고백이 “이제야 나는 듣네”에 이르는 동안, 시선은 자신의 그리움에서 상대의 아픔으로 깊어진다. 이 시의 정서적 중심은 만날 수 없다는 슬픔과 함께, 그대 역시 나만큼 아팠음을 비로소 알아보는 순간에 놓여 있다.
“입술”과 “가슴”이 헤졌다는 표현은 기다림을 몸에 새겨진 상처로 드러낸다. 이어지는 “네가 벗어 놓은 계절”은 떠남을 빈자리의 이미지로 바꾸며, 뒤늦게 도착한 사랑의 안타까움을 선명하게 한다. 특히 “내 얼굴 만져 줄 초록빛 손 하나”는 잎의 형상에 다정한 손길을 겹쳐 놓은 인상적인 구절이다. 남겨 달라는 소박한 청원 속에 한 번만이라도 서로를 어루만지고 싶은 간절함이 담겨 있다.
“이토록 가까이서 / 서로에게 너무 먼 우리”에는 하나의 뿌리로 이어져 있으면서도 만날 수 없는 관계의 역설이 응축돼 있다. 그러나 화자는 그 자리에 멈추지 않고 “앓아누운 그리움 위로” 춤을 춘다. 누워 있는 그리움과 움직이는 꽃의 대비는 슬픔 속에서도 상대를 향하는 생명의 의지를 보여 준다. 이 움직임이 시의 애상을 지나치게 무겁지 않게 받쳐 준다.
거듭되는 “상사화야”라는 부름은 앞에서는 애타는 호소로, 뒤에서는 서로의 상처를 알아본 공감의 울림으로 다가온다. 반복되는 고백과 후렴은 가곡의 노랫말로서도 정서를 쌓아 갈 여지를 품는다. 끝내 두 존재가 마주하는 장면은 없지만, “너도 나처럼 아팠구나”라는 깨달음은 마음의 거리를 좁힌다. 「상사화」는 그렇게 그리움이 타인의 마음을 듣는 사랑으로 깊어지는 과정을 잔잔하게 남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