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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dos Han]칼럼] 장애가 죄인가- 장애인 가족들은 자기의 삶을 버려야 하나

K-Classic News Erdos Han 작가 |

 

 

 

우리 주변을 조금만 돌아보면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려운 현실을 만난다. 장애를 가진 가족을 돌보기 위해 자신의 꿈과 직업, 인간관계, 심지어 평범한 일상의 행복까지 포기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장애인의 삶이 힘든 만큼, 그 가족의 삶 역시 때로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고단하다.

 

내게는 가까운 친구가 한 사람 있다. 그는 20여 년 동안 노구의 병든 몸으로 홀로 중증 장애를 가진 아들을 돌보고 있다. 하루 24시간, 일 년 365일이 돌봄의 연속이다. 아들이 잠들어야 비로소 자신의 하루가 끝나고, 아들이 아프면 자신의 삶도 멈춘다. 친구에게는 여행도, 취미도, 자유로운 만남도, 자신의 미래를 생각할 여유도 없다. 그가 누리는 가장 큰 자유는 어쩌면 잠시 혼자 앉아 있는 시간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시간마저도 아들의 상태를 살피는 걱정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밥을 먹을 때도, 병원에 갈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늘 아들이 있다.

 

그는 자신의 사후 아들의 문제를 두고 매일 걱정한다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면 이 아이는 누가 돌볼 것인가.’ 이 질문은 잠시도 그의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부모에게 자식은 평생의 사랑이지만, 중증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부모에게 사랑은 때로 책임과 두려움, 죄책감까지 함께 짊어지는 무거운 짐이 된다. 그렇다고 그를 불행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다. 아들을 향한 사랑과 책임감 속에서 살아가는 그의 삶에는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깊은 의미와 존엄도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랑은 숫자로 계산할 수 없으며, 희생의 크기로 평가할 수도 없다.

 

그러나 사랑과 희생만으로 모든 문제를 가족에게 떠넘겨서는 안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 사회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왜 장애인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인생이 멈춰야 하는가. 왜 부모는 자녀보다 먼저 죽을 수 없다는 두려움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왜 형제자매 역시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도 하는가. 장애인의 가족도 한 사람의 시민이다. 그들에게도 일할 권리가 있고, 사랑할 권리가 있으며, 여행하고 쉬고 친구를 만나고 자신의 꿈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 가족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회는 결코 따뜻한 사회라고 할 수 없다.

 

복지는 단순히 장애인에게 일정한 지원금을 지급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장애인의 하루를 실제로 돌보는 가족의 삶까지 살펴야 한다. 돌봄의 시간, 가족의 경제적 부담, 부모의 노쇠, 형제자매의 미래, 장애인의 주거와 의료, 긴급상황에 대한 대책까지 촘촘하게 연결되어야 한다. 특히 부모가 늙어가는 순간은 매우 중요하다. 젊고 건강할 때는 어떻게든 버틸 수 있지만, 부모 역시 나이가 들고 병이 들면 돌봄을 지속하기 어려워진다. 그때 비로소 ‘부모가 없어진 뒤에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는 문제가 현실이 된다.

 

국가는 바로 그 순간을 기다렸다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태어난 순간부터 가족과 함께 장기적인 삶의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이 가족의 품에서 살아가든, 지역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가든, 그 선택이 가족의 경제력과 희생의 정도에 따라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사고와 질병, 노화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오늘의 비장애인이 내일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장애인 복지는 특정한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제도가 아니라, 언젠가 우리 모두에게 필요할 수 있는 사회 안전망이다.

 

장애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 한다. 장애를 동정의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순간, 장애인은 사회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장애인은 도움만 받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과 능력, 꿈을 가진 한 사람의 시민이다.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가족 역시 누군가의 희생자로만 남아서는 안 된다.우리는 장애인의 권리를 이야기하면서 동시에 장애인 가족의 권리도 이야기해야 한다.

 

한 사람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의 인생 전체를 희생시키는 사회라면 그것은 완전한 복지가 아니다. 진정한 복지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족에게도 ‘당신의 삶을 살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데서 시작된다. 장애가 죄가 아니듯 장애인의 가족이 가족이라는 이유로 죄인이 되어서도 안 된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하루가 다른 누군가에게는 간절한 꿈일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밥을 먹고, 잠시 여행을 떠나고, 친구를 만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평범한 삶. 그것은 사치가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기본적인 삶의 권리다.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 규모만 커져서는 안 된다. 가장 약한 사람이 인간답게 살 수 있고, 그를 돌보는 가족 역시 자신의 삶을 잃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장애를 죄로 만들지 말자. 그리고 장애인의 가족에게도 희생을 강요하지 말자. 장애인과 가족이 함께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지역사회가 책임을 나누어야 한다. 돌봄을 가족의 의무로만 남겨두지 않고 사회의 책임으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복지는 제도의 이름을 넘어 사람의 삶을 지키는 울타리가 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복지이며,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주어야 할 성숙한 사회의 모습이다.

 

Artist ERDOS HAN KYUNG 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