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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rdos Hann 칼럼] 유턴한 바리톤

우리에게도 세계의 무대에서 울릴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는 것을

K-Classic News  Erdos Hann  작가 |

 


에르도스는 오랫동안 꿈꾸던 러시아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의 바리톤으로 더 넓은 무대, 더 깊은 소리를 찾아 떠나는 길이었다. 비행기가 러시아 공항에 내려앉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그는 트렁크를 끌며 입국장을 나섰다. 그때였다. “음—음음…….” 공항 앞에서 짐을 나르던 한 남자가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었다. 러시아인 막스였다. 그는 낡은 지게에 여행가방을 올려놓고도 노래를 멈추지 않았다. 처음에는 단순한 흥얼거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에르도스가 걸음을 멈췄다. 낮고 깊은 울림이었다. “막스, 지금 노래하신 겁니까?” 통역을 거쳐 묻자 막스가 웃었다. “노래라기보다… 그냥 살아 있으니까 나오는 소리요.” 그 순간 주변의 다른 짐꾼들도 하나둘 소리를 냈다. 한 사람은 맑고 높은 테너로 러시아 민요 한 소절을 불렀고, 다른 사람은 묵직한 바리톤으로 화답했다. 공항 앞은 순식간에 작은 음악회가 되었다. 누구도 무대에 서 있지 않았다. 누구도 박수를 요구하지 않았다. 지게꾼들은 짐을 나르며 노래했고, 택시 운전사 채리도 차에서 내려 조용히 그 소리를 들었다.

 

“이 사람들… 음악을 배우지 않은 것 같은데.”
에르도스가 중얼거렸다.
채리가 웃으며 말했다.
“음악을 배우지 않았다고요?”
“네.”
“아닙니다. 저들은 삶을 배웠어요. 그래서 목소리에 삶이 들어 있는 겁니다.”

 

에르도스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은 더 좋은 학교에서 더 완벽한 발성을 배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그런데 공항 앞 지게꾼의 콧노래에서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발견했다.
그것은 기술이 아니었다.
우리 소리였다.
에르도스는 막스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노래합니까?”
막스가 지게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힘들 때 노래하면 짐이 조금 가벼워집니다.”

그 말에 에르도스의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날 밤 그는 유학을 포기했다. 공항으로 다시 돌아가 한국행 비행기 표를 샀다.채리가 택시를 몰아 그를 공항까지 데려다주었다.

 

“정말 돌아가는 겁니까?”
“네.”
“공부는요?”
에르도스가 창밖의 어둠을 바라보며 웃었다.
“배우러 왔다가,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배웠습니다.”
비행기가 이륙했다.

 

에르도스는 창문 너머로 러시아의 불빛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조용히 바리톤으로 한 소절을 불렀다. 이번에는 러시아의 노래가 아니었다.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었던 우리 민요의 선율이었다. 한국에 돌아온 에르도스는 다시 무대에 섰다. 그러나 그의 노래는 달라져 있었다. 성악의 발성 위에 우리 민족의 숨결을 얹었다.

 

서양의 클래식과 한국의 전통음악을 만나게 했다

 

그는 그 이름을 K-CLASSIC이라 불렀다. 첫 공연 날, 객석 맨 앞에 막스의 모습을 그린 작은 그림 하나를 세워두었다. 그리고 말했다.
“나는 러시아에 유학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공항 앞 지게꾼의 노래를 듣고 돌아왔습니다.
그날 나는 깨달았습니다.
세계로 나가기 전에 우리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야 한다는 것을.
우리에게도 세계의 무대에서 울릴 아름다운 소리가 있다는 것을.”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에르도스는 눈을 감았다.
어딘가 먼 러시아 공항에서 들었던 그 목소리가 다시 들리는 듯했다.
“음—음음…….”
그 낮고 소박한 콧노래가 그의 가슴속에서 다시 울렸다.
그리고 에르도스는 힘껏 노래했다.
“우리의 소리로 세계를 노래하자.”
그날, 한 바리톤의 유학은 끝났지만
K-CLASSIC의 새로운 여행은 시작되었다.

 

Artist ERDOS HAN KYUNG 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