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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생각하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 피지컬 AI가 바꾸는 산업과 인간의 미래

이규택 'AI의 두 번째 진화' 저자 인터뷰, "AI는 이제 생각을 넘어 현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인공지능의 진화가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 인간의 질문에 답하고 글과 이미지, 코드를 생성하던 AI가 이제 화면 밖으로 나와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하며 직접 행동하는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지능형 로봇, 스마트공장 등은 이러한 변화가 이미 산업 현장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른바 피지컬 AI(Physical AI) 시대다.

 

이규택 전북테크노파크 원장의 'AI의 두 번째 진화'는 이러한 변화의 본질을 ‘행동하는 지능(Acting Intellige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AI의 첫 번째 진화가 인간처럼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갖추는 과정이었다면, 두 번째 진화는 그 지능이 기계와 공간 속으로 들어가 현실을 움직이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AI의 두 번째 진화'가 주목하는 것은 AI의 성능 자체가 아니다. 핵심은 지능이 어디에 존재하고,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있다.

 

― 책에서 말하는 ‘두 번째 진화’란 무엇인가.

 

“지금까지의 AI는 인간의 생각을 모방하고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습니다. 질문에 답하고 정보를 분석하며 글과 이미지 같은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이제 AI는 디지털 공간에만 머물지 않습니다. 현실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직접 행동하는 단계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로봇 기술의 발전과는 다르다. AI가 현실 세계와 상호작용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센서가 필요하고, 수집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야 하며, 판단 결과를 실제 기계의 움직임으로 연결해야 한다.

 

자율주행차가 주변 차량과 도로 상황을 인식하고 주행을 결정하는 과정, 드론이 환경을 파악해 이동하는 과정, 로봇이 사람과 사물을 구분해 작업하는 과정, 스마트공장이 생산설비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과정이 모두 여기에 해당한다.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은 다릅니다. AI가 현실에서 행동하려면 생각의 결과를 물리적인 움직임으로 연결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행동하는 지능’이라고 봅니다.”

 

― 그렇다면 피지컬 AI는 기존 AI와 무엇이 다른가.

 

“가장 큰 차이는 AI의 지능이 현실과 직접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기존 AI가 데이터를 입력받아 디지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면, 피지컬 AI는 현실을 보고 판단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움직입니다.”

 

따라서 피지컬 AI는 하나의 인공지능 모델만으로 구현할 수 없다. 센서와 반도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엣지 컴퓨팅, 통신, 로봇과 자동차, 산업설비 등 다양한 기술이 유기적으로 결합돼야 한다.

 

이규택 원장은 이러한 기술적 흐름을 책에서 ‘연결-내장-분산-개인화-행동-자율’이라는 단계로 설명한다.

 

서로 다른 기기와 시스템을 연결하던 기술은 점차 기기 내부로 들어갔고, 중앙에 집중됐던 지능은 현장과 개인의 기기로 이동했다. 엣지 AI와 온디바이스 AI는 이러한 지능의 분산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기술이다.

 

“AI를 이해하려면 성능만 봐서는 안 됩니다. 지능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를 봐야 합니다. 중앙에 있던 지능이 기기와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 ‘연결’에서 ‘행동’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능이 현실에서 작동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결돼야 하고, 그다음 기기에 들어가야 합니다. 또 중앙에서만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 지능이 현실의 기기와 환경에 가까워지는 과정이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것입니다.”

 

책은 미들웨어에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엣지 AI, 온디바이스 AI를 거쳐 피지컬 AI로 이어지는 기술의 흐름을 추적한다.

 

미들웨어가 서로 다른 시스템을 연결하는 역할을 했다면, 임베디드 소프트웨어는 지능을 기기 내부에 구현하는 기반이 됐다. 이후 엣지 AI와 온디바이스 AI를 통해 지능은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에서 현장 가까이로 이동했다.

 

그 결과 AI는 더 빠르고 즉각적으로 현실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게 됐다.

 

“지능이 현장에 가까워질수록 실시간성이 중요해집니다. 자동차나 로봇처럼 순간적인 판단이 필요한 시스템에서는 데이터를 멀리 보내 처리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보고 판단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합니다.”

 

― 피지컬 AI라고 하면 휴머노이드 로봇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로봇은 피지컬 AI의 중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피지컬 AI를 로봇에만 한정해서는 안 됩니다.”

 

자율주행차와 드론, 스마트공장, 물류 시스템, 지능형 산업설비 등도 피지컬 AI의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다.

 

핵심 기준은 로봇의 형태가 아니다. 현실 세계의 정보를 인식하고, 이를 분석해 판단하고, 그 판단을 물리적 행동으로 연결하는가에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피지컬 AI는 제조업과 물류, 교통, 의료, 에너지 등 산업 전반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제조 현장에서는 변화의 폭이 클 수 있다. 스마트공장이 생산설비에서 데이터를 수집하는 단계를 넘어 AI가 설비의 상태를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판단하며 생산 조건에 대응하는 단계로 발전하면, 공장의 운영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산업 현장에서 피지컬 AI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

 

“AI 모델 하나만 잘 만든다고 산업 현장에서 AI가 작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센서가 있어야 하고, 데이터를 처리할 시스템이 있어야 하며, 기계를 제어하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결국 여러 기술이 함께 움직여야 합니다.”

 

이 대목은 이규택 원장의 경력과도 맞닿아 있다.

저자는 서울대학교 제어계측공학과에서 학사·석사·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인공지능 기법을 활용한 미사일 유도제어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연구개발자와 기업인, 국가 연구개발 기획자로 활동하면서 임베디드 소프트웨어와 스마트공장, 센서, 신산업 정책 등을 직접 다뤄왔다.

 

때문에 'AI의 두 번째 진화'는 AI 알고리즘의 성능만을 이야기하는 책과는 다른 시각을 보여준다.

 

AI가 실제 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기반이 필요한지, 서로 다른 기술을 어떻게 연결해야 하는지, 새로운 기술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를 함께 살핀다.

 

― 피지컬 AI가 산업 경쟁의 판도를 바꿀 가능성도 있는가.

 

“피지컬 AI는 특정 기술 하나만의 경쟁이 아닙니다. AI와 반도체, 센서, 로봇, 소프트웨어, 통신, 제조업이 함께 연결되는 융합의 문제입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대규모 데이터와 AI 모델, 컴퓨팅 자원이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였다면 피지컬 AI 시대에는 여기에 현실 세계를 이해하고 움직이게 하는 다양한 기술이 더해진다.

 

특히 제조업 기반을 갖춘 국가와 기업에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생산 현장의 데이터와 설비, 로봇과 AI를 연결함으로써 기존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설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정책과 국가 경쟁력의 문제로도 이어진다.

 

― AI가 현실에서 행동하게 되면 위험과 책임의 문제도 커질 것 같다.

 

“그렇습니다. AI가 디지털 공간에서 답을 생성하는 것과 물리적 세계에서 행동하는 것은 다릅니다. 잘못된 판단이 실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차의 판단 오류, 산업용 로봇의 오작동, 스마트공장의 설비 제어 오류처럼 AI의 판단이 물리적 행동으로 이어지는 영역에서는 기술의 정확성뿐 아니라 안전성과 통제 가능성이 중요해진다.

 

AI에게 어디까지 자율적인 판단을 맡길 것인지, 인간은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은 어떻게 구분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결국 피지컬 AI의 발전은 ‘더 많은 자율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더 정교한 인간의 통제와 책임 체계를 요구한다.

 

― 책의 후반부에서 ‘확장’과 ‘공존’, ‘전략’, ‘공진’을 이야기한다. 기술을 넘어 인간의 문제로 확장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AI의 발전은 기술만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의 일하는 방식과 산업 구조도 바꿉니다. AI가 인간의 능력을 확장하는 동시에 인간이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책의 후반부가 ‘공진(共振)’에 주목하는 이유다.

 

인간이 AI를 만들고 활용하는 동시에 AI가 다시 인간의 사고와 노동, 산업과 사회의 구조에 영향을 미치는 관계를 의미한다.

 

AI가 인간의 일을 일부 대체할 가능성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인간이 AI를 통해 무엇을 새롭게 할 수 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이다.

 

“AI와 인간을 경쟁 관계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AI가 잘하는 것과 인간이 잘하는 것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가 중요합니다.”

 

― 그렇다면 피지컬 AI 시대에 인간에게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AI가 많은 일을 할수록 인간이 해야 할 일의 성격도 달라질 것입니다. 반복적인 업무를 얼마나 잘 수행하는가보다 어떤 문제를 정의하고, 무엇을 목표로 할 것인지 판단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습니다.”

 

AI가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범위가 넓어질수록 인간에게는 AI의 판단을 검증하고 최종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능력이 요구될 수 있다.

 

기술을 사용하는 능력뿐 아니라 기술의 한계와 위험을 이해하고, AI와 인간의 역할을 적절하게 설계하는 능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 독자들에게 'AI의 두 번째 진화'를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피지컬 AI를 갑자기 등장한 새로운 기술로만 보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금의 변화는 오랜 기술의 진화 과정 위에서 나타난 결과입니다. 지능이 어떻게 연결되고, 내장되고, 분산되고, 개인화됐는지를 보면 앞으로 AI가 어디로 갈 것인지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결국 책이 던지는 질문은 AI가 얼마나 똑똑해질 것인가에 머물지 않는다. 지능이 어디에 존재하는가. 그리고 그 지능은 현실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생성형 AI가 인간의 지적 활동을 확장했다면 피지컬 AI는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의 공간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자동차가 움직이고, 로봇이 작업하고, 공장이 판단하고, 드론이 비행하는 현실에서 AI의 판단은 곧 행동이 된다. 그 순간 AI는 더 이상 화면 속 소프트웨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AI는 이제 생각하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각한 것을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습니다.”

 

'AI의 두 번째 진화'는 바로 이 변화의 의미를 기술의 역사와 산업 현장, 그리고 인간의 미래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바라본다.

 

AI의 다음 경쟁은 더 큰 모델을 만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현실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얼마나 빠르게 판단하며, 얼마나 안전하게 행동하게 할 것인가가 새로운 경쟁의 핵심이 된다.

 

그리고 그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생각하는 AI에서 행동하는 AI로.

 

피지컬 AI 시대의 진정한 질문은 ‘AI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AI와 인간이 함께 어떤 현실을 만들어갈 것인가’에 있다. 'AI의 두 번째 진화'는 그 질문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기술적 지도이자, AI 시대 인간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안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