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정보의 범람과 가짜 뉴스가 실재를 대신하는 시대, 쌍둥이 아티스트 듀오 ARONGDARONG(김아롱·김다롱)이 ‘가짜 그릇’이라는 역설적인 조형 언어로 진실과 지식, 믿음의 구조를 되묻는다.
ARONGDARONG의 'Pseudo-Bowl 2026 가짜 그릇'이 오는 9월 2일부터 13일까지 전주 뜻밖의 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전북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문화관광재단의 K-Art 청년작가 지원사업 선정 전시로, 설치와 영상, 참여형 회화를 통해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시대의 불완전한 지식 체계를 시각화한다.
전시의 핵심 작품은 ‘가짜 그릇’이다. 겉으로는 완벽한 조형미를 갖춘 그릇이지만 본래의 기능인 물을 담는 순간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다. 작가들은 여기서 ‘물’을 진실과 실재의 상징으로 제시한다. 허구의 정보와 잘못된 믿음으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지식과 신념이 진짜 실재와 마주하는 순간 속절없이 해체되는 과정을 하나의 조형적 역설로 보여준다.
작품은 오늘날 우리가 정보를 받아들이는 방식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 매일 방대한 양의 정보를 소비하면서도 그 진위를 비판적으로 검증하기보다 주어진 형태 그대로 습득하는 수동적인 태도에 익숙해진 현대인의 모습을 ‘기능하지 않는 그릇’에 투영한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단순한 감상자가 아니다. 참여형 캔버스 '정정(Correction)'에서는 관객이 직접 작품의 오류를 지우고 정답을 기록한다. 캔버스에 정교하게 묘사된 기하학적 도형 아래에는 의도적으로 ‘지식의 오역’이 적혀 있다. 관객은 지우개로 잘못된 정보를 지운 뒤 연필로 정답을 적으며 왜곡된 정보 속에서 진실을 판단하는 능동적인 주체가 된다.
바닥에 켜켜이 쌓이는 지우개 가루와 흑연의 잔흔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흔적이자 시간의 기록이다. 누군가 지우고, 다시 쓰고, 또 다른 관객이 수정하는 과정 자체가 전시의 일부가 된다. ‘정답’만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실에 도달하기까지의 고민과 판단, 수정의 시간을 작품으로 남기는 방식이다.
영상 작업 '와해(Collapse)'는 가짜 그릇이 물을 머금으며 형태를 일그러뜨리고 결국 무너지는 순간을 기록한다. 정지된 조형물이 시간과 물질의 변화 속에서 붕괴하는 과정은 진실과 허구의 경계가 해체되는 순간을 시각적으로 확장한다.
특히 'Pseudo-Bowl 2026 가짜 그릇'은 전시장에서 끝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정정'을 통해 축적되는 관객의 물리적 참여 흔적과 '와해'가 기록하는 그릇의 붕괴 속도와 시간성 데이터는 전시 기간 동안 아카이브된다.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2027년 ARONGDARONG이 새롭게 선보일 관객 반응형 인터랙티브 미디어아트 프로젝트의 핵심 입력값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이번 전시를 하나의 거대한 데이터 생성 장치로 바라보게 한다. 관객이 작품에 개입하고, 그 행위가 기록되며, 기록된 데이터가 다시 다음 작품의 창작 재료가 되는 구조다. 전시와 관객, 현재의 작품과 미래의 작품이 하나의 연속적인 창작 과정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ARONGDARONG은 쌍둥이 작가 김아롱·김다롱으로 구성된 아티스트 듀오다. 두 작가는 ‘둘 이상의 관계와 공존’을 바탕으로 아이디어의 발상부터 개념의 시각적 번역, 공간 구현에 이르는 창작의 전 과정을 공유하며 독자적인 조형 언어를 구축해왔다.
원·삼각형·사각형 등 근원적인 기하학적 형태는 이들의 작업에서 단순한 조형 요소가 아니다. 사물과 세계가 구조화되는 방식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해체될 수 있는 ‘가변적 사유의 장’으로 기능한다. 정제된 선과 면, 여백을 통해 설명적인 서사를 덜어내고 관람객 스스로 의미를 복원하고 재구성하도록 유도하는 것도 ARONGDARONG 작업의 특징이다.
결국 'Pseudo-Bowl 2026 가짜 그릇'이 던지는 질문은 ‘무엇이 진실인가’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을 근거로 만들어졌으며, 그것이 실재와 마주했을 때 과연 끝까지 견딜 수 있는가를 묻는다.
무너지는 그릇은 허상의 취약함을 드러내고, 지워지는 오역은 잘못된 지식을 흔든다. 그리고 관객이 다시 써 내려가는 정답은 스스로 판단하고 사유하는 주체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가짜’를 통해 오히려 ‘진짜’를 묻는 ARONGDARONG의 《Pseudo-Bowl 2026 가짜 그릇》은 동시대 미술이 포스트 트루스 시대의 정보와 진실이라는 문제를 어떻게 조형화하고, 관객의 행위를 통해 미래의 예술로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주목할 만한 실험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