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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어디에 있는가.
안중근 의사의 이름은 오늘도 대한민국 곳곳에서 살아 있다. 동상과 기념관이 세워지고, 그의 글씨와 유묵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소개된다. 영화와 연극, 소설과 전시를 통해 그의 삶과 사상은 끊임없이 재현된다. 국민은 그의 이름을 기억하고, 국가는 그의 충정을 기념한다. 그런데 정작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어디에 있는가.
1910년 3월 26일 중국 뤼순감옥에서 순국한 안 의사는 자신의 죽음을 앞두고 조국이 광복되면 유해를 고국에 묻어 달라는 뜻을 남겼다. 그러나 대한민국이 광복한 지 80년이 넘었는데도 우리는 아직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국가보훈부 역시 안 의사의 유해가 중국 뤼순감옥 일대에 묻힌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2026년에는 민·관 협력단까지 발족해 발굴과 봉환을 추진하고 있다. 이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 한구석이 무거워진다. 우리는 안중근을 너무 많이 기념하면서 정작 안중근의 마지막 소원을 너무 오래 미뤄온 것은 아닌가.
안중근 의사의 충정은 오늘날 수많은 방식으로 상품화되고 있다. 그의 얼굴과 이름은 기념품과 전시, 문화상품과 각종 콘텐츠의 소재가 된다. 물론 역사적 인물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일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안중근 정신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억이 소비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한 사람의 죽음을 기념하면서 그 사람의 마지막 안식처를 찾는 일에는 침묵하고 있다면, 그것은 기억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기념관에 들어서서 그의 초상 앞에 묵념하는 것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부탁을 국가가 기억하고 있는가를 묻는 일이다. 특히 유해를 찾기 위해 오랜 세월을 바쳐온 민간 연구자와 활동가들의 노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그 가운데 안태근 박사와 같은 인사들이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기 위해 자료를 모으고 현장을 조사하며 운동을 이어온 것은 국가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해 온 역사적 노력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민간의 열정이 국가기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거나 번거로운 일 정도로 취급되어서는 안 된다.
역사는 정부기관의 문서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한 사람의 집념과 또 다른 사람의 증언, 오래된 신문 한 장, 낡은 지도 한 장이 역사의 잃어버린 한 조각을 찾아내기도 한다. 실제로 최근에는 중요한 자료도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2022년 국가보훈처가 공개한 중국 현지 신문 자료에는 안 의사의 유해를 감옥이 관리하는 공동묘지에 매장할 것이라는 당시 정황이 담겨 있었다. 더욱 주목할 것은 2026년 7월 새롭게 확인된 1910년 만주 지역 신문기사에 대한 연구다. 기존의 ‘사형수들과 함께 매장됐다’는 통설에 오류가 있을 수 있다는 분석과 함께, 당시 신문 자료를 교차 검증하면 매장지의 범위를 보다 좁힐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제는 막연한 추측이 아니라 사료와 과학적 조사를 결합해 접근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국가의 역할은 더욱 분명해진다. 외교란 국가의 이익만을 협상하는 기술이 아니다. 때로는 한 사람의 유해를 찾아오는 일도 외교가 해야 할 역사적 책무가 된다. 중국 뤼순은 오늘날 중국의 영토다. 유해 발굴은 중국 정부의 협조 없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그래서 더욱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중요하다. 과거에도 한중 간 협의를 비롯해 여러 차례 발굴이 추진됐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학계에서도 그동안의 발굴 작업이 체계적으로 공유되지 못하고 장기적 전략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어렵다는 이유로 포기할 수는 없다.
안중근은 단순히 대한민국의 독립운동가만이 아니다. 그는 동양의 평화를 이야기했고,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인간과 국가의 존엄을 고민했던 사상가였다. 그의 유해를 찾는 일은 과거의 시신 한 구를 찾는 작업이 아니다. 우리가 역사 앞에서 어떤 국가인가를 확인하는 일이다. 더구나 2026년 현재 마지막 매장 추정지로 뤼순감옥 공동묘지였던 둥산포가 거론되고 있다. 과거 유력 후보지였던 다른 지역들은 이미 발굴을 거쳤거나 가능성이 낮아졌고, 둥산포가 중요한 후보지로 남아 있다는 연구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국가 프로젝트다.
첫째,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을 정권의 사업이 아니라 국가의 사업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추진 방향과 예산, 담당자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둘째, 민간 연구자와 학자들의 자료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정부가 가지고 있는 자료와 민간이 축적한 자료를 하나의 데이터베이스로 통합하고, 사료·지리정보·고고학·법의학·과학기술을 결합해야 한다.
셋째, 중국과의 외교에서도 이 문제를 꾸준히 제기해야 한다. 문화유산과 인도주의, 역사적 화해라는 관점에서 중국과 공동조사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일본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는 관련 기록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자료 접근을 요청해야 한다. 실제로 정부는 현재 중국에 지속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있고, 일본에 관련 기록이 있을 것으로 보지만 아직 충분히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국민도 물어야 한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는 언제 모셔오는가?”
이 질문은 정부를 공격하기 위한 질문이 아니다. 국가가 영웅을 어떻게 대하는지를 묻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안중근 의사는 죽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자신의 목숨을 조국의 독립과 동양의 평화를 위해 내놓았다. 그렇다면 10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난 오늘, 대한민국은 그에게 무엇을 돌려주고 있는가.
동상을 세우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그의 글씨를 보물처럼 보관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마지막에는 사람의 마음이 있어야 한다.
“당신의 유해를 반드시 찾아 고국으로 모시겠습니다.”
국가가 약속을 해야 한다.
안중근 의사의 유해를 찾는 일은 과거를 파헤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이 역사 앞에서 얼마나 책임 있는 국가인지를 보여주는 현재의 일이다. 안중근 의사의 충정을 기념하고 소비하는 나라에서,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 부탁을 끝까지 지키는 나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보훈이고, 진정한 외교이며, 선열에게 바치는 가장 인간적인 예의다. 안중근 의사는 아직 우리 곁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제 대한민국이 그를 찾아 나서야 한다.
더 이상 미룰 이유가 없다.
Artist ERDOS HAN KYUNG SU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