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Erdos Han 칼럼] 디다 보다

K-Classic News Erdos Han 작가 |

 

 

 

어쩌면 우리는 오랜 시간 세상이 정해놓은 가파른 속도와 타인의 무성한 시선이라는 촘촘한 그물에 매여, 정작 스스로의 내면은 까마득히 건너뛴 채 앞만 보고 달려왔는지도 모른다. 타인의 평가에 부응하려 애쓰던 아슬아슬한 발걸음을 비로소 멈추어 세울 때, 남들의 눈에 비친 내가 아닌 온전한 나 자신과 마주하는 깊고 정적에 찬 내면의 공간이 비로소 눈앞에 열리기 시작한다.

 

그 아득한 정적 속에서 마침내 내 삶의 당당한 주체로 서서,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가공된 모습이 아닌 내 안의 깊은 기쁨과 숨겨진 상처, 그리고 여전히 흔들리는 불안까지도 있는 그대로 가만히 들여다보고 오롯이 품어낸다. 그렇게 나 자신을 관조하는 내면의 눈길이 흔들림 없이 확고해질 때, 나를 향했던 깊은 시선은 비로소 나라는 경계를 넘어 타인의 삶과 그들이 짊어진 세계로 따스하고 넉넉하게 확장되어 나아간다. 그것은 더 이상 남과 나를 견주어 재단하는 비교나 쓸쓸한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내면을 깊이 읽어낸 온기 있는 시선으로 타인의 고유한 결을 온전히 이해하고 가만히 건너다보는 거룩한 품이 된다.

 

이제는 타인의 눈에 내가 어떻게 보일 것인가라는 무거운 번민을 내려놓고, 내가 무엇을 참되게 느끼며 어떤 빛깔로 살아갈 것인가에 오롯이 모든 정성을 집중하며 살아간다. 남들의 타성적인 시선에서 완전히 자유로워진 그 깊은 자리에서 오직 나만의 언어와 나만의 방식으로 삶의 궤적을 묵묵히 그려나갈 때, 우리의 삶은 그 어떤 외풍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 오롯한 자기만의 빛과 깊은 농도를 비로소 품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