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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퇴적되고, 예술은 산호처럼 자란다… 강남문화재단, 안젤라 고 개인전 "Coral Archive" 개최

여행과 바다, 시간을 축적한 회화와 아카이브…7월 8~12일 강남문화재단 강남제1전시실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기억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

안젤라 고(Angela Ko)의 개인전 《Coral Archive: Memories of the Sea, Journeys of the Heart》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다. 작가는 바다를 그리는 데 머물지 않는다. 여행의 흔적과 삶의 시간, 그리고 기억이 축적되는 방식을 산호의 성장 과정에 빗대며 하나의 시적 아카이브를 구축한다. 전시는 7월 8일부터 12일까지 서울 강남문화재단 강남제1전시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1998년 호주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를 처음 마주했던 경험에서 비롯됐다. 인간의 시간과는 다른 속도로 살아가는 바닷속 생태계, 서로 의존하며 거대한 군락을 이루는 산호의 생명력은 이후 그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모티프로 자리 잡았다.

 

안젤라 고에게 바다는 단순한 풍경이 아니라 기억이 생성되고 축적되는 장소다. 세계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모은 호텔 카드키와 지도, 작은 여행의 흔적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한 기념품이 아닌 삶을 증명하는 기록물로 변모했다. 이번 전시 제목인 'Coral Archive' 역시 이러한 인식에서 출발한다. 산호가 오랜 시간 미세한 생명 활동을 반복하며 거대한 생태계를 형성하듯 인간의 기억 역시 작은 경험들이 축적되며 삶의 서사를 완성해 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의 중심을 이루는 회화들은 깊은 바다를 연상시키는 청색 계열을 바탕으로 유기적인 색층과 추상적 형상을 중첩시킨다. 화면 속 색채는 단순한 재현을 넘어 물속을 부유하는 빛과 생명의 움직임, 그리고 시간의 퇴적을 암시한다. 화면 곳곳에 번져가는 붉은색과 노란색의 흔적은 산호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동시에 기억의 감정적 온도를 시각화한다.

 

특히 작품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산호의 형상은 자연에 대한 묘사가 아니라 기억의 구조를 은유하는 조형 언어로 기능한다. 하나의 작은 조각들이 연결되어 거대한 생태계를 이루듯, 개인의 삶 역시 셀 수 없는 만남과 경험들이 중첩되며 현재를 만들어 간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이번 전시에서 눈길을 끄는 또 하나의 요소는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호텔 카드키를 활용한 오브제 작업이다. 일반적으로 여행이 끝나면 사라질 일상의 사물들이 작품 안에서는 시간을 증명하는 기억의 표본으로 재탄생한다. 이는 현대미술에서 아카이브 개념을 개인의 경험과 결합시키는 시도로 읽힌다.

 

안젤라 고의 작업은 자연을 재현하는 풍경화도, 여행기를 기록하는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오히려 개인의 기억이 예술을 통해 어떻게 보편적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탐구한다. 반복되는 붓질은 산호가 성장하는 시간을 닮았고, 화면을 덮는 수많은 색의 층위는 인간이 살아오며 축적한 기억의 지층을 떠올리게 한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는 ‘회복’이라는 오늘의 시대적 화두와 맞닿아 있다. 기후 변화로 산호초가 빠르게 사라지는 현실 속에서도 산호는 여전히 가장 오래된 생명의 상징이다. 작가는 그 강인한 생명력을 인간의 삶에 투영하며, 흔들리고 상처받은 시간조차 결국은 우리를 성장시키는 기억의 일부가 된다고 말한다.

 

안젤라 고는 "이번 전시는 아름다운 바다를 보여주기 위한 전시가 아니라 여행과 삶, 그리고 시간이 서로 연결되며 하나의 산호 군락처럼 성장해 가는 과정을 기록한 전시"라며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자신의 기억과 삶을 천천히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화려한 색채 아래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기억이 흐르고 있다. 바다는 풍경이 아니라 시간이며, 산호는 자연이 아니라 삶의 은유다. 《Coral Archive》는 결국 기억을 보존하는 전시이자, 인간의 회복과 성장을 기록하는 하나의 시각적 아카이브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