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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의 미학으로 다시 중국을 물들이다'… 김병종 광저우 특별전 "Fantasy of Life" 개최

김병종, 10년 만의 중국 개인전 "Fantasy of Life"…한·중·프 잇는 국제 문화예술 플랫폼의 새로운 출발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현대미술은 이제 국가의 경계를 넘어 문화와 철학, 시대정신을 교류하는 언어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화가 김병종이 다시 중국 무대에 섰다. 단순한 해외 개인전 이상의 의미를 지닌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적 위상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새로운 국제 문화예술 네트워크의 출범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지난 6월 27일 중국 광저우 AIO(Art Institute of Orient)에서 개막한 김병종 특별전 《Fantasy of Life》는 오는 7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지난 2014년 베이징 진르미술관 초대전 이후 10여 년 만에 중국에서 개최되는 개인전으로, 변화한 중국 미술시장과 다시 조우하는 김병종 예술세계의 현재를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하다.

김병종은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확장한 대표적인 작가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학장과 서울대학교미술관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와 가천대학교 석좌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회화는 자연과 인간, 생명과 영성에 대한 깊은 성찰을 바탕으로 동양 회화의 정신성과 현대적 조형언어를 결합해 왔다.

 

대표 연작인 〈생명의 노래〉, 〈바보 예수〉, 〈송화분분〉은 삶과 죽음,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며 한국 현대회화가 구축한 독창적 미학의 한 축을 형성해 왔다. 특히 꽃과 나무, 생명의 율동을 화면 가득 펼쳐내는 그의 작업은 단순한 자연의 묘사가 아니라 존재와 순환, 치유와 희망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담아낸다.

이번 전시 제목인 《Fantasy of Life》 역시 이러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압축한다. 생명은 김병종에게 단순한 소재가 아니라 회화를 관통하는 존재론적 질문이다. 화면을 가득 메운 꽃과 생명의 형상은 생태적 감수성과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동시에 담아내며, 동양 회화 특유의 여백과 필법은 현대적 색채와 만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완성한다.

 

오늘날 세계 미술계가 환경과 생태, 지속가능성, 인간성 회복을 중요한 담론으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김병종의 회화는 시대적 의미를 더욱 선명하게 획득한다. 자연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하나의 생명 공동체임을 이야기하는 그의 작품은 동시대 미술이 지향하는 보편적 가치와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는 작가 개인의 해외 전시에 머물지 않는다. 한국과 중국, 프랑스를 연결하는 새로운 국제 문화예술 플랫폼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공동 파트너인 파비앙 파코리(Fabien Pacory)는 주중 프랑스 상공회의소 부대표이자 프랑스의 권위 있는 예술 출판사 Cahiers d’Art 아시아 대표로 활동하며 문화예술과 국제 비즈니스를 연결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추진해 온 국제 문화기획자이다. 프랑스 SKEMA Business School에서 글로벌 지속가능성과 지식경제를 주제로 경영학 박사(DBA) 과정을 밟고 있으며, 상하이교통대학교 MBA와 EFAP Lyon 미디어학 석사를 마쳤다. 중국 현대미술 컬렉터로도 잘 알려진 그는 오랜 기간 아시아 미술시장과 유럽 문화예술계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수행해 왔다.

이번 프로젝트는 김주영 대표가 독립적으로 추진하는 국제 문화예술 프로젝트의 출발점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깊다.

 

김주영 대표는 2014년부터 중국과 유럽 문화예술계 주요 인사들과 협력하며 한국 현대미술의 국제 교류를 꾸준히 이어왔다. 특히 프랑스 Cahiers d’Art, 독일 Meyer Riegger 등 유럽 미술계와의 협업을 통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 기반을 넓혀왔으며, 2021년 파비앙 파코리와 함께 Pacory & Kim을 설립해 한국·중국·프랑스를 연결하는 문화예술 플랫폼을 구축했다.

2026년부터는 독립적인 국제 프로젝트를 통해 국내 작가와 갤러리의 해외 진출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김병종 광저우 특별전은 그 첫 번째 프로젝트다. 김주영 대표는 국제 문화예술계에서의 활동을 인정받아 Robb Report China가 선정한 ‘Asian Art 18’(2026)에 이름을 올리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주영 대표는 "지난 10여 년 동안 유럽과 중국에서 활동하며 문화예술계의 많은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며 "국내 작가와 갤러리들로부터 해외 진출에 대한 요청을 꾸준히 받아왔지만 현실적으로 적극적인 지원이 어려웠던 것이 늘 아쉬움으로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만큼 한국의 우수한 작가와 갤러리들이 해외 미술시장과 직접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한다"며 "김병종 화백의 광저우 특별전은 그 출발점이며, 앞으로도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시장과 보다 긴밀하게 만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국제 프로젝트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시가 열리는 AIO는 광저우 샤몐섬에 위치한 국제 문화예술기관으로, 1914년 프랑스 은행 Banque de l’Indochine 광저우 지점으로 사용되던 역사적 건축물을 복원해 조성한 공간이다. 개막식에는 주광저우 프랑스 총영사 로랑 르고덱을 비롯한 프랑스 외교·문화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으며, 이를 계기로 남원시립김병종미술관과 AIO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전시와 미술교육, 학술교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기적인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한국 현대미술은 지금 새로운 전환점에 서 있다. 과거 해외 전시가 작품을 소개하는 데 머물렀다면, 이제는 기관과 컬렉터, 갤러리, 문화기획자가 함께 참여하는 국제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Fantasy of Life》는 김병종이라는 한 작가의 예술세계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넘어, 한국 현대미술이 세계 미술시장과 어떤 방식으로 연결되고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다.

한편 생명은 김병종 회화의 시작이자 끝이다. 그리고 그 생명은 이제 국경을 넘어 새로운 관객과 만나며 또 하나의 서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광저우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세계화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지속 가능한 국제 문화예술 네트워크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이정표로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