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에러(Error)'는 현대 사회에서 제거해야 할 결함일까,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탄생시키는 생성의 순간일까.
서울 을지로 복합예술공간 스페이스유닛플러스(관장 강지선)는 오는 7월 9일부터 31일까지 특별기획전 '판타스틱! 에러! Fantastic! Errors!'를 개최한다. 그리스 출신 그래픽 디자이너 알렉산드로스 스쿠라스(Alexandros Skouras)와 작가 문채원이 참여하는 이번 전시는 디지털 기술과 사회 시스템 곳곳에서 발생하는 ‘오류’를 단순한 실패가 아닌 동시대적 사유의 대상으로 전환하며, 시스템과 인간의 관계를 새롭게 조망한다.
전시는 제목부터 역설을 품고 있다. 'Fantastic!'이라는 감탄사는 계획이 무너졌을 때 내뱉는 냉소와, 예기치 못한 결과가 새로운 가능성으로 이어질 때의 경탄을 동시에 의미한다. 동일한 언어 안에 상반된 감정을 중첩시킴으로써 오류가 갖는 양면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결국 이번 전시는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을 넘어, 시스템이 흔들리는 순간 생성되는 새로운 가치와 인식의 지점을 탐색한다.
알렉산드로스 스쿠라스는 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하는 글리치(glitch)를 창작의 재료로 삼는다. 그의 대표 연작 'Graphics Processing Unit'은 그래픽 소프트웨어 사용 과정에서 우연히 발생한 오류 화면을 스크린샷으로 기록한 뒤 재편집하고 판화로 출력한 작업이다.
작가는 일반적으로 삭제되거나 수정되는 디지털 오류를 이미지 생성 과정에서 드러나는 또 다른 시각적 언어로 읽어낸다. 깨진 픽셀과 왜곡된 데이터는 알고리즘 내부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한 결과이자, 인간이 쉽게 인식하지 못했던 시스템의 논리를 가시화하는 흔적이다. 기술의 결함으로 치부되던 글리치는 그의 작업 안에서 우연성과 창발성이 공존하는 조형적 가능성으로 전환되며, 인간과 기계가 공동으로 생산하는 새로운 이미지의 미학을 제안한다.
반면 문채원은 사회를 작동시키는 각종 사용설명서와 안내문, 자기계발 담론이 현실에서 얼마나 쉽게 무력화되는지를 탐구한다. 명료한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매뉴얼은 그의 작업에서 기능을 상실한 채 모순과 아이러니를 드러내는 장치로 변모한다.
대표작 'Pseudo-manual'은 읽기 어려운 텍스트와 파편화된 이미지를 조합해 실제로는 아무런 효용을 갖지 못하는 사용설명서를 구현한다. 설명서는 존재하지만 설명은 작동하지 않고, 정보는 오히려 혼란을 증폭시킨다. 또한 'Untitled (안전하게 낙하하는 법)'에서는 인간 군상이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는 장면을 통해 끝없는 노력과 반복되는 실패, 그리고 불완전한 사회 시스템을 은유한다. 회화와 콜라주, 자수, 설치를 넘나드는 작업은 효율과 성공을 지향하는 현대 사회의 논리를 해체하며 실패와 오해, 무용한 노동마저 동시대 삶의 중요한 풍경으로 제시한다.
두 작가의 접근 방식은 상반된다. 스쿠라스에게 오류는 시스템 내부에서 발생하는 창발적 생성이며, 문채원에게 오류는 신뢰와 질서가 붕괴되는 현실의 징후이다. 그러나 이들이 도달하는 지점은 같다. 통제와 효율, 예측 가능성을 절대적 가치로 삼는 현대 사회의 시스템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물질성을 교차시키는 작업을 통해 인간과 기술, 정보와 현실 사이의 균열을 드러낸다.
특히 이번 전시는 기술 환경이 급속도로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에서 ‘에러’를 단순한 기술적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미학적 언어이자 사회적 은유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오류는 더 이상 수정되어야 할 결함이 아니라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생성의 사건으로 기능한다.
기획을 맡은 강지선은 이러한 두 작가의 작업을 통해 오류와 실패를 바라보는 고정된 인식을 전복하고, 예측 가능성과 효율성 중심의 사회가 놓치고 있는 창조성과 우연의 가치를 환기한다. 시스템이 멈추거나 흔들리는 순간 비로소 새로운 사고와 가능성이 출현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동시대 기술사회에 대한 하나의 비평적 제안이기도 하다.
오늘날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자동화 시스템이 삶 전반을 재편하는 시대에 '오류'는 더 이상 예외적 사건이 아니다. '판타스틱! 에러!'는 우리가 실패라고 명명해온 순간들 속에서 새로운 미학과 새로운 사고가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질문하며, 동시대 미술이 기술과 인간의 관계를 성찰하는 하나의 의미 있는 좌표를 제시한다.
한편 이번 전시는 7월 9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서울 중구 을지로 스페이스유닛플러스에서 열린다. 오프닝은 7월 9일 오후 6시이며, 전시는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관람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