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상실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그 상실을 어떻게 품고 살아갈 것인가는 예술가마다 다른 방식으로 기록된다. 작가 감성빈은 슬픔을 지우거나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을 삶의 가장 깊은 층위에서 인간을 이해하게 하는 감정으로 받아들이며, 오랜 시간 자신의 예술 세계를 구축해 왔다. 그의 작품 속 인물들은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조용히 끌어안으며, 상처를 드러내기보다 그 곁에 오래 머문다.
서울 강남구 갤러리벨비(디렉터 윤성지)는 6월 27일부터 7월 18일까지 감성빈 개인전 《겸허히 어두운 밤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서울에서 약 8년 만에 선보이는 개인전으로, 지난 시간 동안 더욱 깊어진 작업 세계를 집약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다. 조각과 회화를 중심으로 발표되는 신작들은 슬픔과 상실, 기억과 치유, 그리고 삶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회복의 감각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감성빈의 작업은 언제나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보여주는 슬픔은 절망이 아니라 공감이며, 침잠이 아니라 인간을 더욱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통로다. 화면과 조각 속 인물들은 울거나 절규하지 않는다. 오히려 침묵 속에서 서로의 상처를 바라보고, 말보다 앞서는 위로를 건넨다. 관람객은 작품을 바라보는 순간 자신의 기억과 마주하게 되고, 타인의 슬픔이 결국 자신의 이야기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이번 전시의 제목인 《겸허히 어두운 밤을》 역시 이러한 작가의 철학을 압축한다. 어둠은 극복해야 할 시간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며, 누구나 통과해야 하는 존재의 시간이라는 인식이다. 이전보다 더욱 절제되고 낮은 호흡으로 완성된 이번 신작들은 어둠을 밀어내기보다 그 안에서 발견되는 온기와 생명의 흔적을 담아낸다.
그 배경에는 작가 자신의 깊은 체험이 자리한다. 약 2년 전, 십여 년의 시간과 기억을 쌓아 올린 작업 공간이 화재로 전소됐다. 그곳에는 작업뿐 아니라 삶의 흔적과 감정이 함께 남아 있었다. 잿더미가 된 공간을 다시 찾은 작가는 완전히 타지 못한 숯과 벽에 남겨진 그을음을 마주했다. 그는 그것을 버려진 흔적이 아니라 여전히 온기를 간직한 생명의 잔재로 받아들였다.
숯은 곱게 갈려 조각을 덮는 안료가 되었고, 그을음은 먹이 되어 나무 위에 스며들었다. 작가는 검게 칠해진 화면 위를 칼끝으로 한 줄씩 새겨 나간다. 검은 바탕을 가르며 드러나는 흰 상흔들은 한 사람의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 상흔들은 마치 고통을 견디며 성장하는 인간 존재의 시간을 상징한다. 상처는 감추어야 할 흔적이 아니라 삶을 완성하는 기록이 되는 것이다.
작가노트는 이번 전시를 이해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그는 “순순히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외쳤던 지난 시간을 돌아보며 이제는 “어둠 또한 삶의 일부임을 알기에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고백한다. 이는 단순한 체념이 아니라 삶의 질서를 받아들이는 성숙한 태도이며, 이번 전시가 말하고자 하는 가장 깊은 메시지다.
미술평론가 김종근은 감성빈의 작품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를 ‘슬픔’으로 규정한다. 그는 “감성빈은 자신의 상처에서 출발했지만 결국 우리의 슬픔까지 품어내는 보편적인 세계를 구축했다”며 “작품 속 인물들은 상처를 견디는 존재가 아니라 서로의 곁을 지키며 위로를 완성하는 존재들”이라고 평가했다.
갤러리벨비 윤성지 디렉터 역시 “감성빈의 작품은 우리가 쉽게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조용히 응시하게 만든다”며 “이번 전시가 관람객 각자가 자신의 어두운 시간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삶을 다시 품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감성빈이 오랜 시간 구축해 온 예술세계를 가장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상실을 기억으로 남기지 않고 예술로 전환시키는 과정,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슬픔이 위로가 되고 어둠이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지는 순간을 작품 하나하나에 담아냈다. 조각과 회화를 넘나드는 그의 작업은 결국 인간 존재의 가장 깊은 내면을 향한 기록이며,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의 언어이기도 하다.
어둠은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그러나 감성빈은 이번 전시를 통해 말한다. 어둠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시작이며, 상처는 지워지는 것이 아니라 품어질 때 비로소 새로운 온기가 된다고. **《겸허히 어두운 밤을》**은 바로 그 겸허한 수용의 미학을 통해 동시대 미술이 건넬 수 있는 가장 깊은 위로를 보여주는 전시다.
한편 감성빈 개인전 《겸허히 어두운 밤을》은 오는 6월 27일부터 7월 18일까지 서울 강남구 갤러리벨비에서 개최된다. 관람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일요일·월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한다. 오프닝 리셉션은 6월 27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진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