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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의 기다림 끝에 완성한 빛의 미학…나비킴 김현정 작가, 미술학박사 취득

'빛의 나비'로 구축한 독자적 예술세계
박사논문 통해 '바이탈 클라리타스(Vital Claritas)' 미학 이론 정립

K-Classic News 오형석 기자 |독창적인 ‘빛의 나비’ 연작으로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구축해 온 나비킴(Navikim) 김현정 작가가 2026년 상명대학교 대학원 조형예술디자인학과에서 미술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7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작품 활동과 학문적 연구를 병행해 온 그는 창작과 이론을 아우르는 예술가로서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

 

이번 박사학위는 단순한 학문적 성취를 넘어 오랜 창작 경험과 예술적 사유를 체계적으로 정립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김 작가는 국내외를 오가며 왕성한 전시 활동을 이어오는 가운데서도 예술 이론과 조형 언어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았으며, 마침내 자신만의 독창적인 미학 이론을 구축하는 결실을 맺었다.

박사논문에서 김 작가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개념으로 ‘바이탈 클라리타스(Vital Claritas)’를 제시했다. 이는 ‘생명의 빛남’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내적 생명력과 빛나는 색채가 하나로 융합되어 예술적 형상으로 드러나는 상태를 뜻한다. 그는 이를 통해 단순한 시각적 아름다움을 넘어 존재의 본질과 생명 에너지를 탐구하는 새로운 조형 미학을 제안했다.

 

김현정 작가의 작품 세계를 대표하는 모티프는 바로 ‘빛의 나비’다. 그러나 그의 나비는 일반적인 자연의 형상이 아니다. 어둠의 시간을 묵묵히 견뎌낸 뒤 비로소 빛의 날개를 얻은 존재이며, 상처와 고난을 통과한 인간이 스스로의 내면에서 발견한 희망과 회복의 상징이다.

그의 작가명인 ‘나비킴(Navikim)’ 역시 이러한 철학을 담고 있다. ‘Navi’는 길을 찾고 방향을 안내하는 ‘Navigator(항해자)’를 의미하는 동시에 히브리어로는 ‘사명자’, ‘메신저(Messenger)’를 뜻한다. 작가는 내면의 빛을 향해 항해하는 존재이자 그 빛의 소중함을 세상에 전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이름 속에 담아냈다.

 

김 작가는 “제가 그리는 빛의 나비는 단순한 나비가 아닙니다. 어둠의 시간을 통과한 뒤에야 날개를 얻는 존재이며, 우리 모두의 내면에 잠재된 빛과 가능성을 상징합니다”라며 “삶과 예술의 진정한 주인공은 결국 스스로 빛나고 있는 사람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박사학위 취득은 작가 개인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오랜 시간 학업과 창작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수차례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마주했지만 상처의 틈새에서 발견되는 보석처럼 끝까지 연구를 이어올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모님과의 약속이었다.

 

특히 생전 어머니가 남긴 “포기하지 말고 꼭 마무리하라”는 말은 17년 동안 그를 지탱해 준 가장 큰 힘이었다. 그는 최근 어머니 기일을 맞아 부모님 묘소를 찾아 박사논문을 영전에 올리며 긴 시간의 약속을 마무리했다.

김 작가는 “조금 늦었지만 결국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이 논문은 단순한 학위 논문이 아니라 긴 시간을 함께 견뎌주신 부모님께 바치는 감사의 기록”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하남 미사에 위치한 그의 아틀리에 역시 이러한 철학과 시간이 응축된 공간이다. 작업실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벽면을 가득 채운 대형 캔버스와 빛의 흐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수없이 겹쳐진 색의 층위와 반사 소재, LED를 활용한 다양한 실험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빛의 연구소’를 연상시킨다.

 

특히 김 작가는 2009년부터 LED와 색채를 융합한 회화 실험을 지속해오며 회화의 경계를 확장해 왔다. 빛나는 색채와 공간적 경험을 결합한 그의 작업은 회화와 미디어아트의 영역을 넘나들며 독창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 왔다.

대표 연작인 ‘인터스텔라(Interstellar)’ 시리즈는 우주의 에너지와 인간 내면의 생명성을 연결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5년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는 출품작 전량이 완판되는 성과를 거두며 대중과 컬렉터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을 비롯해 국내외에서 총 32회의 개인전을 개최한 김 작가는 공공미술 프로젝트와 기업·기관 협업을 통해 예술과 기술, 산업을 연결하는 산학연계 융복합 프로젝트도 활발하게 추진해 왔다. 이를 통해 그의 작품세계는 회화를 넘어 공공미술과 미디어아트, 문화콘텐츠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으며, 예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실천적 예술로 발전하고 있다.

 

김현정 작가는 “예술은 결국 사람을 다시 살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믿는다”며 “앞으로도 빛의 나비를 통해 사람들 각자의 내면에 존재하는 고유한 빛을 발견하도록 돕는 작업을 이어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17년의 시간 끝에 완성된 박사학위는 한 예술가의 학문적 성취를 넘어선다. 그것은 포기하지 않았던 시간의 기록이자 삶과 예술을 향한 치열한 탐구의 결과이며, 스스로의 내면에서 발견한 빛을 세상과 나누기 위한 또 다른 출발점이다.

 

오늘도 하남 미사의 아틀리에에서 김현정 작가는 새로운 빛의 층을 쌓아가고 있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견디며 탄생한 그의 ‘빛의 나비’는 이제 더욱 깊고 단단한 날갯짓으로, 또 다른 희망과 가능성의 세계를 향해 비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