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탁계석 칼럼] 베를린에서 시작된 K-클래식의 실험, 이제 유럽 음악사 편입에 길이 열렸다

K-클래식 글로벌화 ‘현지화’의 역사적인 첫 출발!

K-Classic News GS,Tak |

 

 

 

K-클래식의 세계화가 더 이상 한국 안에서만 외치는 구호가 아니다. 지금 독일 베를린에서는 실제 현지 플랫폼 안에서 K-클래식이 중심축이 되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26년 5월 열리는 ‘Berlin Asian Music Festival 2026(BAMF 2026)’은 그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는 한국이 예산을 들여 일회성 해외 공연을 수출하는 방식이 아니라, 독일 현지 문화예술법인 온;아티스트(on;Artist GmbH & Co.KG)가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플랫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우리는 유럽 진출을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한국 중심의 사고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BAMF는 독일 현지의 공연장, 관객, 언론, 기획 네트워크 안에서 한국 음악이 하나의 콘텐츠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환점이 된다. 이는 단순한 해외 공연이 아니라 “유럽 음악 생태계 안으로 들어가는 첫 관문”이라는 데 가치가 있다.

 

K-POP 이후, 이제는 K-클래식의 시대다

 

K-POP과 BTS는 거대한 자본과 산업 시스템을 기반으로 성장했다. 그것은 철저히 상업적 플랫폼 위에서 세계 시장을 공략한 모델이었다. 그러나 순수예술은 다르다. 클래식 음악과 창작예술은 작품 자체의 가치와 철학, 문화적 정체성이 중심이 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K-클래식은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다. 한국적 정서와 선율, 전통음악의 호흡, 현대적 창작기법이 결합된 K-클래식은 서양 클래식의 단순 모방이 아니라 “동양과 서양이 만나는 새로운 음악 언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 한국 창작음악과 전통음악이 집중 소개된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이다.

 

이제 한국 음악은 K-POP을 넘어 가곡, 현대음악, 실내악, 전통음악, 창작오페라 영역까지 유럽 관객과 직접 만나는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패러다임은 언제나 콘텐츠 변화에서 시작된다. K-클래식은 이미 13년 전부터 이러한 흐름을 예견하며 브랜드 네이밍을 하고, 오페라와 칸타타, 마스터피스 창작을 지속해 왔다.

 

유학생들이 배움만이 아니라 ‘우리 음악’으로 무대에 서야 한다

 

그동안 수많은 한국 음악가들이 유럽으로 유학을 갔다. 그러나 대부분은 서양음악을 배우는 데 머물렀다. 이제는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 현지에서 배운 음악 언어를 바탕으로, 우리 음악을 현지 무대에서 활용하고 공연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BAMF 2026의 ‘NUNC Akademie’는 바로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독일 음악대학에서 공부하는 젊은 한국 음악가들이 전문 연주자들과 함께 실제 공연장 무대에 오르는 경험은 단순한 학생 발표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이는 유럽 네트워크와 연결되는 실질적 첫 관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한국인만 우리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 서양 음악가들이 한국 음악을 연주하도록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 독일 연주자가 한국 가곡을 부르고, 유럽 앙상블이 한국 창작곡을 연주할 때 관객은 새로운 호기심과 문화적 신선함을 느끼게 된다. 이것이 바로 K-클래식의 진짜 글로벌화다.

 

베를린은 동서양 융합의 새로운 문화 실험실이다

 

BAMF 2026에는 한국뿐 아니라 중국, 일본, 몽골 음악도 함께 소개된다. 특히 몽골의 전통 앙상블 ‘Khukh Tenger’가 보여주는 흐미와 마두금의 세계는 아시아 음악의 다양성과 깊이를 드러낸다. 그러나 그 중심축에는 한국 음악이 있다. 19명의 한국 작곡가 작품과 한국 전통 기반 창작음악이 베를린 무대에서 핵심 콘텐츠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은 매우 중요하다. 베를린은 과거 냉전과 분단의 상징 도시였다. 동서양이 충돌하고 화해했던 이 도시에서 이제 동아시아의 세 목소리가 하나의 음악 언어로 만나는 것은 역사적 상징성을 가진다. 이는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문화외교이며, 동시에 새로운 관광과 콘텐츠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갖는다. 문화는 결국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은 시장과 소비를 움직인다.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쳄버홀 한국 작곡가의 밤

 

이제 필요한 것은 기업과 후원자들의 참여다

 

K-클래식은 이제 더 이상 아이디어 단계가 아니다. 현지 플랫폼이 생겨나고, 유럽 공연장이 문을 열고 있으며, 해외 관객이 실제로 반응하기 시작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지속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다. 그동안 순수예술은 산업적 지원에서 소외되어 왔다. 그러나 K-컬처 시대에 문화는 국가 브랜드이며 미래 산업이다. 기업들이 K-POP 이후의 다음 콘텐츠를 고민한다면, 이제 K-클래식에 주목해야 한다. K-클래식은 단순히 음악 장르 하나를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한국의 역사, 정서, 전통, 현대성, 그리고 동서양 융합의 새로운 플랫폼을 뜻한다. 그리고 BAMF 2026은 바로 그 가능성을 베를린 현장에서 현실로 증명하고 있다.

 

이정일 on;Artist 대표 메시지

 

“BAMF 2026은 단순한 공연 시리즈가 아닙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음악과 공연예술이 유럽 관객과 지속적으로 만날 수 있는 장기 플랫폼의 시작입니다. 특히 이번 페스티벌에서 한국 음악과 한국 예술가들이 중요한 중심축을 맡게 된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입니다. 우리는 베를린을 거점으로 유망한 한국 앙상블과 젊은 연주자들이 유럽 무대와 연결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한국 전통음악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오늘의 세계 무대에서 새롭게 확장될 수 있는 살아 있는 예술입니다. 이제 한국 음악은 K-POP을 넘어 전통음악, 창작음악, 가곡, 현대음악을 아우르며 우리만의 소리가 담겨 있는 K-클래식의 영역으로 확장되어야 합니다. BAMF를 통해 한국 음악이 유럽 관객에게 더 자주, 더 깊이 소개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