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마스퍼티스(Masterpiece)가 풀어야 할 과제 3] 공공예술단체 창작 쿼트와 내신제 도입이 필요하다

대구 콘서트하우스 대구시향 , 세계 오케스트라 축제에 적용 첫 사례

K-Classic News 탁계석 K클래식 회장 |

 


한복은 분명히 우리 것이지만 일상적이지  않다. 때문에 개량 한복이 나왔다. 그렇다고해도 한복을 입는 비율은 극히 낮다. 때문에 우리 옷이지만 입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남의 옷처럼 느껴지고 거리가 멀다. 이를 음악에 비유해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국악은 분명히 우리 것이지만 모두가 국악을 듣는 것도 아니고, 특히 국악기를 이해하거나 연주하는 것에는 서양음악을 하는 이들에겐 그다지 관심이 없다. 일반인들도 서양음악에 비해 국악의 이해도가 떨어지는게 사실이다.  이런 사정을 해소하기 위해 교과에 국악의 비중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언젠가 부터 음악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효과는 미미하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 한복이나 국악이 우수하지 않은 것은 결코 아니다.  흥과 신명이란 세계인을 사로 잡을 충분한 무기임에 틀림없다. 그 전초전이 K-POP과 BTS가 아니겠는가. 이전에 지구촌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한국의  원형을 가공한 신상품, 식품, K컬처 시장이 개척되고 있다.  엊그제  드디어 김치가 세계 문화 유산에 올랐으니, 한강 작가의 노벨상이 전부가 아니라 연타가 계속 터질 전망이다. 대중에서  아츠로 상승 기류가 형성되면서 그토록 꿈꾸던 서양음악사 편입도 가능하게 될 것 같다. 우리가 그 출발점에 서 있다. 

   

마스터피스 페스터벌에 참가한 전인평 작곡가 작품 연주팀 

 

그러나 우리 환경은 성격이 완전히 다른 속성. 국악과 양악이 각자가 따로 따로 자신의 영역만을 지킬 뿐 관심이 궁핍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또 바뀐 환경이,  오랜 관행에서 벗어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름아닌 K콘텐츠 시대다. 알고보면 상호 시너지를 불러 올 수 있는 장점과 잇점들이 많다. K클래식 신상품 효과가 글로벌 시장에서부터 확인이 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오랫동안 공부하고  콩쿨을 획득하였지만 배워온 서양클래식을 되파는 상품이 되기엔 엄연한 벽이 존재한다. 이를 비틀거나 각색하는 미술 등의 여러 장르에서 처럼 우리 작곡가가 작품을 만들어 진출한다면 독자적인 시장 개척이 충분히 가능하다. 베를린 콘서트를 하면서 설문조사했더니 청중의 86%가 K클래식 수용이 매우 좋다는 것이다. 

 

티켓 매진을 한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에서의  K클래식 콘서트

 

서양음악 도입이 140년을 훌쩍 넘겼다.  오래된 역사 관행에서 틀을 바꾸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변화를 거부하고 안주한다면, 소중한 성장 기회를 놓치고 만다. 국, 시립국악관현악, 국시립교향악단은 있지만 자기 영역만 지킬 뿐 새로운 변화의 음악적 수용에는 관심이 덜하다. 때문에 양악 국시립 예술단체들의  서양 레퍼터리 의존도는 90% 를 상회한다. 가곡 연주를 제외하면 거의 창작곡을 찾기 힘들다. 우리 작곡가의 서곡이나 모음곡, 교향곡, 칸타타를 눈씼고 찾기가 어렵다.  이같은  경계를 허물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우리 작품이 세계사에 나갈 수 있으려면, 즉 K 클래식을 하려면 연주자나 연주단체가 우리 것을 공부해야 제대로의 전달이 가능하다. 그 효율적 제도 장치가 쿼트제고 이를 독려하는 것이 창작 내신제다. 

 

과정이 힘들더라도 이러한 것을 통해서 우리 작품의을 완성도를 높이고 개발하고 연주함으로 해서 우리만의 독창적이고 차별적인 프로그램 콘텐츠를 보유할 수 있다.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해야 할 작업들이다. 

 

            임준희 작곡 교향시 한강 서곡,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문앞에서(2013년 한독수교 130주년)

 

예술의전당 교향악 축제가 30회를 넘겼지만 20개가 넘는 오케스트라가 참여하면서도 고작 3~ 4곡의 창작곡에 그치고 만다. 이러한 방식을 깨자는 것이다. 각 오케스트라가 한 곡씩 들고와서 연주한다면 오케스트라도 살고 청중도 살아난다. 지방 악단의 서울 나들이에는 각 고향, 동문 등 지역사람들이 대거 관객으로 참여하고 지역 사투리를 쓰는데 정작 오케스트라가 향토 모국어를 생각 조차 하지 않는다면 축제의 정체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창작 쿼트제를 도입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 대구 콘서트하우스(관장: 박창근)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오케스트라에 창작 쿼트를 도입해 대구시향에서 부터 시행중이라고 한다. 올해로 11회를 맞는 국제  오케스트라 축제도 내년부터 창작을 의무화해서, 그 나라 혹은 우리 나라 작곡가의 창작을 한 곡씩 연주하게 할 것이라니 반갑다.  

 

만시지탄이자만 이러한 작업들을 통해서  우리의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것이 내수시장은 물론 세계에 우리 음악을 알리는  좋은 방법이다.  독일에서 베토벤, 비엔나에서 모차르트, 헝가리에서 드보르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보다 더 멋진 예술행위가 뭣인가를 좀 생각해 보자는 뜻이다. 우리가 원조 받는 나라에서 누군가를 도와야 할 만큼 성장한 오늘의 대한민국이다. K국가 자존심을 살리고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시대로 변했다. 예산, 제도 등에서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마스터피스가 풀어가야 할 과제이다. 그만큼 우리 작곡가의 작품과 연주가들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것이다. 

 

2021년 한국예술종합교 전통예술원 공연에 기립 박수를 보내는 청중들 

 

 

□ 한국창작음악페스티벌 개요

ㅇ 일시: 2023.10.29.(일)∼30(월)

ㅇ 장소: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체임버홀

ㅇ 주최: 주독한국문화원,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10.29(일)

­ 이건용, ‘별과 시’

­ 최지운, 대금, Flute과 첼로를 위한 ‘파동’

­ 김상진, 가야금과 타악을 위한 ‘빛, 가락’

­ 김대성, 대금, 피아노, 타악을 위한 ‘풀꽃’

­ 김성국, 가야금과 첼로를 위한 ‘삼색화’

­ 정혁, 산조 대금과 타악기를 위한 “불새”

­ 이귀숙, 거문고, 타악 2인을 위한 Perpetual Motion (2023)

­ 임준희, 산조 아쟁,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댄싱산조 4”(2023 초연)

 

* 10.30(월)

­ 김희라, PAR III - vers(...을 향해서, 즉 Ⅲ)  

­ 최우정, Marilysses  

­ 하종태, Crucifixus No.5  

­ 홍성지, ESTAVROSAN

­ 탁현욱, 파동

­ 주시열, 눈위를 걷는다는 것은

­ 이도훈, Rastlose Lie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