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Classic News 노유경 평론가 |
2023년 3월 29일 국립국악원 예악당
K’ARTS 거문고 앙상블 창단 15주년 기념 특별 기획 공연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하 한예종, 총장: 김대진, 전통예술원 원장: 임준희) 작년에 이어 올해도 3월과 4월 예술 한류 선도 산업의 (2023 예술 한류 창·제작 사업) 모토가 담긴 한류 문화 축제를 개화했다. 릴레이 주자 아쟁 앙상블 (Archet)의 3월의 바톤은 4월 해금 앙상블 (애해이요)에게 넘어가며 잃어버린 상상력이 일상의 아름다움과 휴머니즘을 찾는 듯, 봄을 열고 봄을 넘긴다. 3월 22일 아쟁 앙상블Archet, 3월 23일 대금 앙상블 취 (吹, 取, 就, 취하여 취하고 취하다) , 3월 24일 피리 앙상블 해피 뱀부 (Again Bamboo), 3월 29일 거문고 앙상블 지금(知琴), 4월 21일 가야금 앙상블 (280) 그리고 4월 27일 해금 앙상블은 종횡무진 2023년 봄을 달려갔다.
지난해 개교 30주년을 맞이한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이태원 참사로 인해 미루었던 개교 30주년 행사를 올 초 2023년 3월에 개최했다. 한예종은 우리나라 첫 국립 전문예술교육 기관이다. 음악원 개원 이후 연극원, 문화원, 무용원, 미술원이 생기고 특히, 국내 뿐 만이 아니라, 국외에서도 선두에 서서 우리나라 전통 음악을 이끌어가고 있는 전통예술원이 (원장:임준희) 1998년에 설립되었다. 전통 예술원 안에는 여러 국악 앙상블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데, 그중 거문고 앙상블 지금(知琴)은 (거문고 앙상블 예술감독: 유영주) 2008년부터 창단 연주회를 시작하였다. 올해 3월 29일 창단 15주년 기념을 알리는 특별 기획 공연이 국립국악원의 예악당에서 막을 올렸다. 혹시 현재의 순간을 가르키나 싶었던 [지금]이라는 단어로 명명된 앙상블 [지금(知琴)] 한자에는 „거문고의 길을 알아가다“ 라는 뜻이 내포되어 있다. 참신한 앙상블 이름의 뜻을 곱씹으며 거문고를 중심으로 펼쳐진 창작 실험 무대 위에 올린 다양한 장르 총 6곡의 내면을 들어다보기로 한다.
첫 번째 곡은 산조의 선율을 바탕으로 다이나믹하게 어우어진 거문고 합주곡 „산조흘림 II“ (작곡: 박한규)이다. 드뷔시의 서정을 예감하는 피아노 선율을 도입하여 산조의 박진감과 함께 새로운 호흡으로 전통을 이끌었다. 거문고 4중주 „美瑛 Biei“ 는 (작곡: 최덕렬) 거문고와 기타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낭만과 현실의 여정이다. 척박한 자연을 개척해 보려는 일본인들의 노력으로 인간과 자연의 아름다운 조화를 그림처럼 보여주는 홋카이도 비에이의 여행 여정을 담은 곡이라 하는데 대지에 펼친 거문고의 수평선과 종적으로 소통하는 기타의 멜로디는 서로 습식 했다.
거문고 앙상블 지금이 (知琴) 작•편곡한 „Bring to the boil“ 은 켈틱 밴드곡을 모티브로 삼아 국악기를 편성하고 새로운 장르를 실험했다. 민족 음악적인 요소들의 융합이라기보다 독창성에 포커스를 두어 다양한 장르를 발췌하려는 시도로 접근했다. 상이하고 상반되는 요소를 믹스하거나 분리하려는 작업에서 „월드비트“와 같은 낯익은 새로움이 성장한다.
좋은 나무는 불에 타는 소리도 명쾌하다고 한다. 선비의 정신을 수양했던 거문고는 산조 합주„백미白眉“를 연주했다. 구성진 농현으로 진양조를 시작하고 생동감과 활력의 매개체로 장단은 치솟았다. 19세기 후반 독일 음악에 바그너(1813-1883)와 브람스 (1833-1897) 양대 산맥이 있다면, 20세기 초반 한국 거문고 산조에는 신쾌동과 (1910-1977) 한갑득 (1919-1987)이 있다. 신쾌동류와 한갑득류를 중심으로 개화의 물결을 탄 중중모리와 엇모리는 가야금, 대금, 피리, 해금, 아쟁, 타악과 더불어 형식을 확장하고 재창조하였다.
거문고 앙상블 지금(知琴)의 예술 감독 유영주 교수가 가락을 구성하고 송정이 작•편곡한 작품 „거문고 합주곡 유완(遊玩)“은 한마디로 시각적인 소리였다. 강 위에 달이 노니는 풍경, 한 폭의 동양화 같은 심상이라 표현되었는데, 다양하게 쪼개진 술대의 움직임과 리듬은 오히려 매우 동적이었다. 불규칙과 규칙의 반복과 무한한 공간으로 자유롭게 뻗어가는 마치 3D 테크닉을 동반한 입체 수묵화의 스페이스는 현재의 심장 고동과 결합했다. 거문고 솔로 유영주는 전통적인 형식을 존중하며 음과 양을 넘나들어 우리(앙상블)와 나의(솔로) 시•공간을 달려갔다.
피날레를 장식한 곡은 위촉된 작품, „거문고 중주곡 <지琴-무한 루프 (무너진 결계)>“ (작곡가 이정호)의 초연이다. 곡 해설의 키워드 몇 개 중에 [지속성]에 방점을 찍어본다. 지속성은 생태학적 용어로도 자주 언급되고 특히 코로나를 겪고 또 벗어나면서 (지속가능성 sustainability) 민감한 토픽으로 색출되었다. 거문고 앙상블 창단 맴버와 함께 동문과 재학생으로 대편성을 이룬 앙상블은 (36명의 연주자) 지난 15년의 과거와 지금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한 세기를 짚으며, 세대가 담보하는 범위를 진동하려 했다. 한나절 빛이 가득한 시간에 좁고 긴 대청마루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 같은 조명은 앙상블 지금(知琴)을 비춘다. 통행금지가 있던 시절을 대조하면서 정악을 이해해 보려고 한 적이 있다. 가식적이 아닌 솔직한 절제는 답답함 대신 해방감을 준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전통 현악기, 우리나라 악기 중에서 가장 넓은 음역을 활보하는 선비스러운 거문고는 기교가 두드러진 형형색색 요동치는 마음을 솔직하게 절제했다.
글: 노유경 Dr. Yookyung Nho-von Blumröder,
쾰른 대학교, 아헨대학교 출강
음악학박사, 공연평론가, 한국홍보전문가
독일, 서울 거주 ynhovon1@uni-koeln.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