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계석 노트] 향토 보고(寶庫)울산, 기록에서 예술로

  • 등록 2026.04.01 07: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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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탄생 200주년 ‘울산 100인 사진제’…도시의 기억, 문화 자산으로 전환

K-Classic News 탁계석 비평가회장 |


 

울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산업수도라는 단일 이미지 너머, 생태·역사·신화가 결합된 복합도시로서의 잠재력이 문화예술을 통해 새롭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는 ‘기록’을 ‘예술’로 확장하는 시도가 있다.

 

울산문화예술네트워크 비욘드포커스가 주최·주관하는 사진 탄생 200주년 기념 울산 100인 사진제 ‘울산 사진, 기록과 예술 사이’가 4월 8일부터 20일까지 울산문화예술회관 제1전시장에서 열린다. 울산에서 사진가들이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여 작품을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때문에 이번 전시는 단순한 사진전의 의미를 넘어선다. 기록의 축적이 도시의 역사로 이어지고, 그 위에 예술적 해석이 더해지며 도시의 정체성이 완성되는 과정을 집약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 산업과 생태, 선사와 현대가 공존하는 울산의 구조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사로 읽히기 시작한 것이다.

 

기록에서 해석으로, 두 개의 층위

전시는 두 개의 구조로 나뉜다.

 

1부 ‘기록의 층위’와 2부 ‘해석의 층위’다.

53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1부는 4월 8일부터 13일까지 진행되며, 선사시대부터 산업화 시기까지 울산의 물리적 시간과 현장을 담아낸다. 47명의 작가가 참여하는 2부는 4월 15일부터 20일까지 이어지며, 개인의 시선과 철학을 통해 울산을 재해석한 작품들이 소개된다. 총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1부에서는 서진길, 김양권, 진동선, 박장영, 유용하, 정은영, 조춘만, 이순남 작가가 주목된다. 특히 울산 사진의 시초로 평가받는 서진길 작가는 반구천 암각화를 통해 선사와 현대를 연결하는 상징적 이미지를 제시한다. 사진평론가로도 활동해온 진동선 작가는 1984년 성남동의 모습을 통해 산업도시의 시간성을 기록했다.

 

2부에서는 권일, 조원채, 안남용, 송무용, 이병록, 한규택, 김양수, 조미희, 박태진, 최원준 작가가 참여한다. 권일 작가는 폐기된 재료를 통해 산업 시스템의 경계를 해체하고, 조미희 작가는 소멸해 가는 신앙의 흔적을 통해 현대인의 내면과 사회 구조를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산업도시 울산의 외피를 넘어, 내면의 울산을 보여주는 작업들이다.

 

기록이 쌓여 도시의 영혼이 되다

 

전시 기획을 맡은 조원채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의 의미를 이렇게 설명한다.“기록이 쌓여 역사가 되고, 예술이 더해져 도시의 영혼이 완성된다. 100인의 시선은 울산을 산업도시를 넘어 공공적 시각문화를 향유하는 예술도시로 확장하는 출발점이다.”

 

또한 김정배 공동운영위원장은 “300여 점의 찰나들이 시민의 기억 속에서 하나의 울산으로 남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권일 공동운영위원장 역시 “사진 매체의 역할과 미래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시와 함께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마련된다.

 

4월 8일에는 서진길 한국사진작가협회 고문이 ‘선사 문화와 울산 사진의 태동’을, 4월 15일에는 이상일 사진가가 ‘현대 사진과 울산 사진의 미래’를 주제로 무료 특강을 진행한다.

 

울산, 향토지식재산에서 글로컬 콘텐츠로 이번 사진제는 단순한 전시를 넘어, 울산을 ‘향토지식재산’의 관점에서 재해석하게 만든다. 기록은 자산이 되고, 자산은 콘텐츠가 되며, 콘텐츠는 도시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그렇다. 울산에는 이를 통합할 수 있는 강력한 상징이 존재한다. 태화강이다. 선사시대의 생명, 산업화의 흐름, 생태 복원의 성공을 모두 품은 이 강은 울산의 과거·현재·미래를 관통하는 서사 축이다. 이러한 구조 위에 예술이 더해질 때, 울산은 하나의 완결된 문화도시로 재탄생할 수 있다.

 

특히 칸타타 ‘태화강 사계’와 같은 공연예술은 합창, 오케스트라, 무용, 오페라가 결합된 총체예술로서 도시의 정체성을 압축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모델이다. 이는 시민의 날과 같은 행사도 단순 기념식이 아닌 시민 참여형 문화축제로 전환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공공을 넘어, 민간 주도 플랫폼의 시대

 

이제 중요한 것은 실행 구조다. 향토 자산을 콘텐츠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공공 중심의 행사 구조를 넘어, 민간 주도의 유연한 플랫폼이 필요하다. 6223 포럼과 같은 구조가 기대되는 이유다. 울산은 이미 충분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산업과 생태, 역사와 신화, 그리고 그것을 기록하고 해석하는 예술가들이 존재한다. 이번 100인 사진제는 그 가능성을 확인한 첫 집단적 선언이다.

 

결코 향토는 과거가 아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미래다. 그리고 울산은 지금, 그 미래를 가장 먼저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탁계석 예술비평가회장 musictak@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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