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가곡 슈퍼스타, 전통과 세계 사이의 무대

  • 등록 2026.03.28 14:23:52
크게보기

K-Classic News 손영미 작가. 시인. 칼럼니스트 |

 

K-가곡 슈퍼스타 본선 경연이 27일 여의도 KBS홀에서 열렸다.

 

이번 무대는 한국 가곡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공연 진행은 다소 길게 느껴졌지만, 연주자들의 뛰어난 기량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음정과 호흡, 표현의 완성도는 국제 콩쿠르 무대를 연상시킬 만큼 정교했고, 무대 전반은 세련된 오케스트라와 안정된 음향 속에서 탄탄하게 구축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질문이 남는다.

기술이 완성될수록,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우리 가곡의 힘은 단순한 성악적 기교에 있지 않다.

말의 결을 살리는 호흡, 시어 사이에 스며드는 여백, 그리고 삶의 체온을 담아내는 절제된 울림 그 ‘맛’에 있다.

그 맛은 화려함이 아니라 스며듦이며, 과시가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 정서다.

 

이번 무대에서는 그 고유한 결이 다소 옅어지는 순간도 있었지만, 동시에 전통을 향한 의미 있는 시도 또한 분명히 존재했다. 민요와 전통 가곡이 주요 수상으로 이어진 점은, 우리 음악의 뿌리를 다시 중심에 놓았다는 점에서 깊은 울림을 남긴다.

 

특히 임선혜 교수와 박미혜 교수의 심사평은 단순한 평가를 넘어, 가곡이 지켜야 할 미학적 기준을 짚어주는 품격 있는 제안이었다. 또한 윤학준 작곡가의 〈잔향〉이 대상을 수상한 장면은 한국 가곡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예술임을 상기시킨다.

 

이번 경연은 그 규모와 방식에서도 새로운 흐름을 보여주었다.

총상금 1억 1천만 원이라는 국내 가곡 콩쿠르 최고 수준의 파격적인 규모는, 가곡이 더 이상 소수의 장르에 머무르지 않겠다는 선언처럼 읽힌다.

대상 5천만 원, 금상 3천만 원, 은상 2천만 원, 동상 1천만 원이라는 구성은 단순한 보상을 넘어, 차세대 K-가곡 스타를 향한 실질적 발판을 마련한다.

 

경연은 1차 동영상 예심, 2차 현장 예심, 그리고 파이널 무대로 이어지는 구조로 진행되었다.

예심 단계부터 지정곡 중심의 선별 과정을 거치며, 가곡의 정체성과 완성도를 동시에 요구하는 방식 또한 인상적이다.

 

이탈리아와 독일 등지에서 수학한 성악가들의 참여, 그리고 ‘두남재’ 출신 성악가들의 두드러진 활약 역시 한국 가곡의 세계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단순한 경연을 넘어, 새로운 가곡 콘서트 문화로 확장되고 있는 흐름의 징표이기도 하다.

 

관계자의 말처럼, 가곡은 한국의 언어와 정서를 가장 아름답게 담아내는 예술이다.

이 무대는 그 오래된 장르가 어떻게 현재와 만나고, 다시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험이자 선언이었다.

 

다가오는 가을, 전 세계인을 향한 무대로 이어질 K-클래식의 다음 장면 또한 기대해 본다.

 

K-가곡의 미래는 더 크고 화려한 무대에 있지 않다.

그것은 여전히, 한 줄의 시를 사람의 목소리로 건네는 가장 조용한 순간에 있다.

 

그리고 우리는 안다.

노래는 사라지지 않는다.

 

한 번 울린 가락은

누군가의 생애 깊은 곳에 스며들어

오래, 아주 오래

이름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손영미 작가
Copyright @K-News Corp. All rights reserved.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 39가길 57, 102동 601호 등록번호 :서울,아56219 | 등록일 : 2025.11.10 | 발행인 : 탁계석 | 편집장 : 김은정 | 이메일 : musictak@daum.net Copyright @K-News Corp. All rights reserved.